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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진수 Mar 31. 2024

k리그 유스 챔피언십

전반기 리그가 끝나고 우리는 휴가를 받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집에 있는 동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기분전환을 하면서 또 부족했던 부분들을 기억해 놓고 훈련도 했다. 벌써 설렜다. 챔피언십을 작년에도 뛰었었는데 정말 현장 분위기가 미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고의 대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야간경기이기도 하고 주차장에 여러 프로팀들의 버스가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걸 보면 정말 멋있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정말 많은 학부모님, 관중들이 환호를 하고 있고 여기저기서 각 팀의 응원가도 들려온다.


휴가에서 복귀하고 체력운동 기간이었다. 우리 팀도 정말 간절했기에, 리그에서도 너무 안 좋은 모습을 보였고 다들 이 대회가 얼마나 멋있고 좋은 대회인지 알았기에 전부다 하나같이 열심히 했다. 땡볕에 오전, 오후훈련을 하는데 매일 체력훈련을 해도 말로는 툴툴거리지만 할 때는 모두 최선을 다했고 진심이었다. 감독님 코치님들도 정말 많이 공부를 해오셨고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나도 정말 열심히 했고 좋은 모습도 많이 보였다.


전술훈련을 할 때 나는 거의 포드를 자주 섰다. 포드로 기용될 예정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포드를 봐왔어서 어색하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잘했다 엄청 ㅋㅋㅋ 전술훈련을 하고 하프매치를 할 때 움직임이 엄청 좋았고 돌아서서 간결하게 돌파해서 골 넣는 장면이 정말 많았다. 한 번은 돌아서서 반박자 빠르게 중거리슛을 때렸었는데 그게 득점도되고 비록 연습이었지만 정말 잘했다. 동생들도 훈련이 마치면 “형 사이드백이 포드보는데 왜 이렇게 잘해요?” 이러면서 말을 걸었다 ㅋㅋㅋ


대회 하루 전이었다. 회복훈련을 하고 훈련이 끝나자 감독님께서 그대로 다 앉으라 하시고 축구화, 정강이보호대, 양말을 다 벗으라 하셨다. 그렇게 편안한 상태에서 스트레칭도 해주고 감독님께서 동기부여와,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다. “정말 잘하고 있다. 우린 할 수 있다 너네가 자랑스럽다 “ 라며 힘도 실어주셨다. 그러고선 누워서 하늘을 보게 하셨다. 3분 동안 각자 생각을 하는 시간을 주셨는데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마음이 엄청 좋으면서 끓어오르면서 감동적이었다. 다시 그때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정말 좋았다. 우리 팀은 정말 멋있었고 다들 정말 자신이 있었다.




드디어 첫 경기날이 찾아왔다. 진짜 너무 설렜다. 오히려 긴장이 안 됐다 그냥 너무 기대됐다. 상대도 준흠이, 정훈이, 민석이가 있는 부산아이파크였다. 작년 챔피언십 때도 부산을 만났었는데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져 역전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 리그 때도 우리가 56초 만에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전에 집중력이 떨어져 또 역전을 당해 진적이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전력을 가진 팀이지만 방심해선 안 됐다.


점심을 먹고 와서 비디오 미팅을 했다. 부산이 울산과 먼저 첫 경기를 치러서 그 경기를 보면서 부산의 패턴과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스타일을 보았다. 코치님들도 준비를 엄청 열심히 하셨다. 이미 분석을 몇 번이나 다 하셨고 우리에게 분석한 걸 알려주시고 보여주셨다. 또 코치님들이 정말 잘 파악하신 게 경기를 딱 보시더니 부산은 우리랑 경기할 때 이렇게 경기운영을 안 할 거라 하셨다. 우리는 이유를 몰랐지만 코치님이 평가했을 때 울산이 너무 주도하는 경기였고, 예선이기 때문에 승점관리도 중요했다. 그래서 부산이 최대한 실점을 줄이는 전략으로 간 것 같다며 우리랑 할 때는 위치선정이나 경기운영이 무조건 달라질 거라 하셨다.


우리는 그래서 리그 때 부산과 했던 우리 경기도 보고 분석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코치님의 분석이 정말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건 뒤에서 얘기하도록 해야겠다. 분석을 하고 우리는 몸관리도 엄청 신경 썼다. 몸이 너무 풀리지 않게 가볍게만 폼롤러와 스트레칭을 하고 경기당일 식사는 탄수화물 위주로 섭취를 했다. 드디어 경기장으로 출발을 했다. 버스 안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스피커로 신나는 노래, 아산 응원가를 틀어놓고 다 같이 열을 올렸다.


천안축구센터로 도착했다. 챔피언십 개최장소이다. 도착하자마자 각 팀의 버스들이 보이고 경기장 안팎으로 함성소리 응원소리 경기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부터 설렜다! 우리도 각자의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들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워밍업 존에서 몸을 푸는데 각 팀의 스피커로 자기 팀들의 응원가가 흘러나오고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다. 분위기가 정말 느껴 본사람만 알 수 있다. 너무 멋지다.


경기가 시작됐다. 입장할 때부터 k리그 입장곡이 흘러나왔고 여러 포토 분들이 오셔서 우리가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주셨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부산은 예상대로 강하게 나왔고 우리는 초반에 살짝 당황했다. 전반전에는 부산이 점유율을 많이 가져갔고 플레이도 사이드백이 안으로 좁히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코치님들이 정말 잘 분석해 주신 덕분에 우리는 이미 상대의 경기운영을 예측했었고 그게 맞아떨어져서 실점은 하지 않고 걔네가 한 경기를 먼저 뛴 걸 생각해 후반에 승부를 보려고 했던 것도 맞아떨어졌다. 전반엔 비겨서 나왔고 후반에 우리는 몰아붙였다. 상대와 점유율에선 조금 앞선 느낌이었고 공격찬스가 정말 퀄리티가 좋았다. 위협적인 찬스가 많았는데 아쉽게 놓쳤다.


후반 중반쯤이었다. 우리 팀 주현이가 킥을 때렸고 예준이가 골키퍼가 나온 걸 보고 그 뒤로 돌려놨다. 골이었다 진짜 짜릿했다. 다 같이 소리 지르고 정말 난리 났다. 그 뒤로 우리 애들은 분위기를 타서 정말 몰아붙였다. 추가 득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1대 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부산도 운이 안 좋았다. 몇 번 좋은 찬스가 많았는데 골을 넣지 못했고 친구 정훈이는 슈팅 찬 게 골대를 맞고 아쉽게 못 넣었다 ㅎㅎ 다행이야


그토록 승리가 간절했었는데 이겨서 정말 짜릿했고 다음 울산전을 1점 차로 져도 올라간다는 말에 정말 신났었다. 거의 본선 확정이었다 정말 행복했다. 다 같이 승리샷도 찍고 숙소로 향했다. 버스에선 축제현장이 따로 없었고 스피커로 응원가 틀고 난리 났었다 ㅋㅋㅋ


다음날 저학년 경기를 할 땐 회복훈련을 하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김용명 아저씨가 유튜브촬영한다고 우리 팀에서 4명 정도 불렀다. 내가 처음에 갔었는데 예능에 소질이 없는지 바뀌었다 ㅋㅋㅋ… 유튜브 나올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다.


곧바로 울산전이 다가왔다. 우리는 한 점 차로 져도 올라가는 거였지만 이기고 싶었다. 울산이 올해 멤버가 강하다고 소문이 났었다. 그래서 더 이기고 싶었다. 리그 때도 아쉽게 지고 항상 울산이랑 할 때 우리는 강했었다. 또 경기장에 들어섰을 땐 전북이랑 수원삼성이 경기를 하고 있었는데 들어가는 길 대진표에서 보니까 그 경기를 포함해 전북은 3연패를 해서 예선탈락을 하게 되었었다. 축구는 정말 알 수 없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는데 관계자분들이 우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촬영하며 중간중간에 오늘 경기 어떨 것 같냐 각오한마디 이런 걸 물어봤었다. 우리 팀도 본선진출이 충분히 가능한 팀이었기에 그런 영상들도 잘 찍어주신 것 같다.


체감상 경기가 곧바로 시작한 느낌이었다. 나는 갑자기 교체로 준비했지만 그래도 팀이 꼭 이겼으면 좋겠고 뛰는 애들만큼 긴장되었던 것 같다.


예상외로 경기초반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다. 계속 주고받으며 찬스를 만들었고 많은 기회가 있었다. 울산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우리가 곧바로 동점골을 넣고 또 역전골을 내주게 되었지만 극적인 동점골이 또 들어갔다. 2대 2 경기가 정말 재밌었다. 양팀다 엄청 치열했다. 그리고 감독님께 준비를 하라는 사인을 들었다. 바로 스프린트 몇 번 뛰고 갔다. 포드로 교체투입이 예정돼있었다. 감독님께서는 나에게 “진수야 네가 하고 싶은 거 맘껏 해 대신 골을 넣고 와, 네가 오늘 승부수야”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부담감도 조금 생겼었지만 당장은 그것보다 경기에 들어가고 또 나를 중요하게 생각해 주셔서 기대 부응하고 싶고 그냥 들떴다. 볼이 아웃되고 교체투입되는데 일학년들이 내 이름을 연이어 외쳐주었다. 고마워 ㅎㅎ


나는 그냥 미친 듯이 뛰었다. 교체로 들어가서 체력도 많았고 진짜 하나 꼭 하고 싶었다. 근데 이게 뭐지 내 생각과 달리 울산이 미친 티키타카로 득점을 했다. 후반 중반쯤이었는데 오히려 더 잘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킥오프를 하고 우리 팀 동현이가 볼을 잡았다. 나는 라인을 높게 올린 걸 파악하고 사이드로 자르며 뒷공간으로 뛰었다. 동현이가 정확하게 킥을 해줬고 나는 스피드를 살리며 그대로 흘려갔다. 상대 센터백과 나는 스피드 싸움을 했는데 내가 뒤에서 뛰었지만 따라잡고 몸싸움으로 넘어뜨린 후 깊은 지역에서 드리블시도를 했다. 바디페인팅 후 한 명을 제치고 치고 가 뒤로 돌아 뛰는 지산이한테 밟아줬다. 지산이가 크로스를 올렸는데 아쉽게 득점이 되진 않았다. 이 장면이 정말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잘한 것도 있지만 내가 뛸 때 사이드에서 부모님들의 함성소리, 일학년들의 함성소리가 정말 미쳤었다.


울산은 경기 텀이 길어서 잘 쉬었는지 후반부 갈수록 우리와 다르게 집중력이 좋고, 더 잘 뛰어다녔다. 우리는 지친 기색이 없지 않아 있었고 정신력으로 뛰고 있었다. 결국 추가실점을 연달아하면서 경기에 패하게 되었다.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잘했는데, 열심히 준비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한순간으로 무너지다니 속상했다. 울산은 반대편에서 승리샷을 찍으며 환호하고 있었다. 부러웠다. 결국 우리는 한 끗 차이로 예선 탈락을 했고 정말 버스에서도 두고두고 너무 아쉬웠다. 힘들었다 정말.


챔피언십이 이렇게 끝나서 정말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게 말하면 정말 좋은 경험, 추억이었다. 대회 기간 동안 정말 재밌었고 일반팀으로 진학이 결정되어 있었던 나는 이제 이 대회를 못 뛴다는 사실에 아쉽기도 하고 그만큼 이번 챔피언십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그저 대회가 행복했고 적당한 긴장감도 있었지만 그만큼 재밌고 행복했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고 다시 한번 더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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