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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채움 Oct 07. 2024

나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을까?

<관계의 언어>를 읽으며

얼마 전 남편과의 다툼으로 서로 마음이 상했다. 같이 산지 어언 20년이 다 되어 가는 마당에 이제 서로 다투고 감정 싸움 하는 일은 지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점점 줄어가던 차에 오랜만에 찐하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상대에 대한 미움(?)으로 내 감정이 컨트롤이 안 되는 순간에 그동안의 수양과 노력은 말짱 도루묵이 된 듯 무너져 내렸다.


관계에서의 행복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와 자신이 하는 일과 성취에서의 만족감을 크게 느끼는 남편과의 갈등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올라와 나에게 불행감을 안겨주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도 꺾이는 체력 탓에 힘들기도 하고, 자신의 돌진하는 스타일을 스스로 인지하고 노력한 덕분에 예전보다는 달라졌다고 생각했더랬다.


올 초 남편이 옮긴 직장에서 너무 많은 일과 바쁜 나날들로 나는 서서히 지쳐갔고 남편에 대한 불만은 쌓여갔다. 남편 또한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에도 나가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커지는데 남편이 안쓰럽기도 한 마음과 내가 가정에서 짊어져야 할 부분에 대한 버거움, 그리고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해짐에 따른 외로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로 나는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고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빵 터졌다.


남편 또한 쏟아지는 일에 지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을 줄 알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장 먼 거리라던 머리와 가슴의 불일치를 또 한 번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남편이 바라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배려 그것이었을 텐데 마음의 여유가 없던 우리 둘은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과거의 기억으로 각인된 상대의 모습으로 서로를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집어 들게 된 책, 문요한 작가의 <관계의 언어>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이라는 제목에 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핵심은 '마음 읽기'가 아닌 '마음 헤아리기'를 해야 한다는 것.


인간의 적응 과정에서 상대의 말과 행동에 담긴 의도, 욕구, 생각을 빠르게 읽어내는 방식인 '마음 읽기'는 빠른 대신 주관적이기에 정확도가 떨어지며, 그 사람의 과거 경험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70p)


반대로 '마음 헤아리기'는 '마음 읽기'와는 달리 의식적, 비판단적이고, 맥락 이해에 바탕을 두며 소통과 협력에 목적을 둔 마음 이해 방식이라고 한다.(71p)


우리는 '마음 읽기'를 하며 내가 상대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결론을 내려 관계를 정의하기도, 손절하기도 하고 때로 상대방이 생각하는 진실은 알지 못한 채 상처받기도 한다. 진정한 마음 헤아리기를 통해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면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과거의 남편의 모습들을 보며 이전에 가지고 있던 남편에 대한 이미지로 '마음 읽기'를 하며 남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내 판단으로 남편이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남편은 일에 치이고 여유가 없어 가정에서 역할에 잠시 소홀했을 뿐 가족의 소중함은 잊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서로 감정이 격해졌을 땐 마음을 헤아리고 싶은 마음도 여유도 없었지만 감정이 가라앉고 나자 서로가 생각하는 것, 서로가 오해한 것, 서로가 바라는 것을 이야기 나눌 수 있었고, 겨우 다시 연결이 될 수 있었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 상담 공부, 강의 등을 통해 배운, 마음을 헤아리는 기술들은 타인에게는 잘 적용되는 것 같다가도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소중한 가족들에게는 나도 모르게 '마음 헤아리기'보다는 '마음 읽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저 사람을 잘 안다는 생각, 같이 살아온 경험으로 봤을 때 '~해서 그랬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는 순간 더 쉽게 '마음 읽기'가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부부 관계, 가족 관계에서 배우자나 자녀, 부모는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한 관계이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내 틀에서 내 기준과 판단으로 상대의 마음을 결론짓는 순간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책에서도 이상적인 관계는 서로가 상호 성장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자아가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라고 이야기하며, 이렇게 되어야만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일상의 작은 관심과 반응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둘째, 새로운 경험을 함께 늘려가는 것

셋째, 각자의 경험으로 서로를 자극하고

넷째, 상대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라고 알려준다.


서로에게 "오늘 뭐 했어?"라고 다정하게 묻고,

나 자신에게도 "기분이 어떤지? 원하는 것은 무언인지?"를 물어보는 연습,

우리가 나누고 있는 대화의 목적이 무엇인지 메타 커뮤니케이션 하는 연습을 계속해야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남편에게, 아내에게, 자녀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소중한 누군가에게 먼저 물어보자.

"오늘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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