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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상담 공부 이야기

그래서 전문가가 되어 가고 있나요?

by becoming 채움

교직에서 바닥을 찍고 내 정년퇴임은 내가 정할 수 없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려오기 시작한 즈음부터

마음 한 켠에는 학교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자리했던 것 같다.


뭔가 지금보다 나은 직업이, 덜 상처받는 일이, 내가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내가 새롭게 시작할만한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두리번거리다가 만난 것이 미술상담이었다. 참 생각해 보니 그 이유+사춘기 터널을 한참 지나고 있는 큰 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목적도 컸었다.


그렇게 미술상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아이를 낳고부터는 줄곧 육아, 상담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미술이라는 도구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의 숨겨뒀던 모습, 어린 시절의 나, 원가족과의 관계 등을 마주할 때마다

많이도 아팠고,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해진 나를 만날 수 있었고, 부모로서, 교사로서 관점을 전환하게 되어 내 삶도, 내 일도 새롭게 의미부여가 되기 시작했다.


이후에 다음 과정을 계속 넘어갈 때마다 쉬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해 나갈지를 고민했는데, 결국 자아탐색과 인격성숙을 목표로 두고 계속 공부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곤 했다.


미술 상담에서 목표로 하는 것이 내가 아는 나, 남들이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남들도 모르는 나를 통합시켜 참 자아를 만나는 것인데, 이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 내공이 생겨 정말 깊이 있는 상담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초급, 중급, 고급, 임상 과정까지 2년여 넘게 공부해 오면서 중도에 포기하는 동기들이 많았다. 자신을 직면하는 것이 아프고 힘들어, 아니면 또 다른 이유들로 중도하차하는 동기들이 늘어나면서 수업이 한동안 폐강되어 다음 기수를 기다려야 했다.


마지막 임상 과정에서 슈퍼비전을 받으며 개인 10회기 상담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쓰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으며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욕구가 여러 번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 집단 상담 5회기, 그리고 1급 자격시험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끝맺음은 하려고, 마무리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해내려는 상황인데 마지막 고비인 집단 상담 구성도 쉽지 않다.


친구의 3명의 자녀를 대상으로 하려고 했으나 지인의 관계에 있는 사람의 상담은 조금 조심스럽다는 이야기에 다시 새로운 집단을 구성하려니 쉽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는 전담이라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 아파트에도 붙여보고, 장소 섭외하느라 이곳저곳 연락을 돌리던 상황에도 몇 번의 좌절을 겪자 기운이 빠졌다.


학교에서의 역할에서도 내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만 많고 제대로 해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결국 쉬운 쪽을 택했다.

"다음번에 마무리할게요. 지금은 모든 게 너무 벅차서 중단해야 할 것 같아요."

상담선생님과 동기들이 놀라서 만류했으나 내가 선택하기 쉬운 쪽은 그만두는 쪽이었다.

나 스스로가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도와주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 상담 선생님과의 통화 이후 나에게는 또 한 번 오기가 다시 싹트기 시작했나 보다. 어제 오후에 인근 아동센터 10군데에 전화를 돌렸고 재능기부로 무료 집단 상담을 할 수 있겠냐는 통화를 했으나 결론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아동센터가 주변에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이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동센터를 검색하다가 보육원이 주변에 여러 군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보육원에 전화를 돌려볼 생각이다.

"저 재능기부로 무료 집단 상담을 하려고 하는데 신청할 만한 아이들이 있을까요?"

아직 미술상담 선생님들과 동기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결국 방법을 찾아내어서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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