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국방성 부상 담화로 보면 이미 확정한 듯
한국·조선 관계(한조관계.남북관계)를 추적하다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일이 가끔 있다.
조선의 국경선 관련 발언도 그렇다.
최근 보도된 조선 국방성 김강일 부상의 담화를 보면
조선의 국경선은 이미 확정된 듯하다.
그러나 조선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니 추정에 불과하다.
한국 당국이나, 언론이나 그에 관한 언급이 일체 없는 것도 괴이쩍다.
조선은 자기들 영토를 0.001mm라도 침범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공언해왔다.
그런 조선이 국경선을 확정했다면
한국-조선 간에 영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이 분쟁은 무력충돌을 의미하고 이 무력충돌은, 조선측 발언으로 보면, 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우선 김강일 부상의 담화를 살펴보자. 「국가의 주권과 안전리익을 강력한 자위력으로 지켜낼것이다」라는 제목의 이 담화는 5월 25일 발표됐고 그 다음날(2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전해졌다.
국가의 주권과 안전리익을 강력한 자위력으로 지켜낼것이다
김강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부상 담화
최근 미국과 한국 괴뢰 공군의 각종 공중 정찰 수단들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적인 공중 정탐 행위를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우리 국가에 대한 공중 정탐 행위에 동원된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RC-135’ 5대, ‘U-2S’ 11대 계 16대였다.
특히 미 공군은 5월 20일부터 23일까지의 기간에만도 전략정찰기 ‘RC-135’ 3대를 동원시켰다.
지금도 미국과 한국 괴뢰 공군은 무인정찰기 ‘RQ-4B’를 비롯한 각종 정찰기들을 하루 중 시간적 공백이 거의나 없이 연속적으로 동원시켜 전시상황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공중 정탐 행위를 감행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주권과 안전을 엄중히 침해하고 있다.
이 같은 적대적 군사 정탐 행위는 각이한 군사 연습들과 함께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의 국경지역에서 삐라와 각종 너절한 물건짝들을 살포하는 한국의 비열한 심리 모략 책동이 우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구를 이용한 살포 행위는 특이한 군사적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 위험한 도발이다.
우리는 이미 기구에 의한 물건짝 살포 놀음의 위험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
적의 해상 국경 침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괴뢰 해군과 해양경찰의 각종 함선들이 기동순찰을 비롯한 여러 가지 구실로 우리의 해상국경선을 침범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빈번한 해상 국경 침범 행위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말하는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을 넘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자기의 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경고하였다.
해상주권이 지금처럼 계속 침해당하는 것을 절대로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어느 순간에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정식 경고한다.
만약 해상에서 그 무슨 사건이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공화국의 해상주권을 침해한 대한민국이 지게 될 것이다.
한국이 우리가 선포한 해상국경선을 존중하지 못하겠다면 두려워라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선택이다.
24일 우리 최고군사지도부는 군대에 이상과 같은 우리 국가주권에 대한 적들의 도발적인 행동에 공세적 대응을 가하라고 지적하였다.
국경지역에서의 빈번한 삐라와 오물 살포 행위에 대하여서도 역시 맞대응할 것이다.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지역과 종심지역에 살포될 것이며 이를 수거하는 데 얼마만한 공력이 드는가는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이 침해당할 때 우리는 즉시 행동할 것이다.
주체113(2024)년 5월 25일
평 양
(자주시보 https://www.jajusibo.com/65004)
담화 중 필자가 편집한 붉은색 글귀를 보면
이미 조선은 해상국경선을 확정했으며,
해상국경선을 '한국 괴뢰 해군과 해양경찰'이 계속 침범하고 있으므로,
언제든,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정식으로 경고했다.
이 경고는 5월 24일에 있었던 로동당 중앙위 제8기 20차 정치국 회의에서의 '적들의 도발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라는 최고군사지도부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주재로 열린 당시 정치국 회의에서는 6월 하순 전원회의 소집 결정과 함께 당면한 군사활동의 과업 제시, 그 과업을 책임적으로 수행할 데 대한 '지적'이 나왔었다.
6·25전쟁 후 한·조 간에 타협을 보지 못한 분계선은 서해상 분계선이다.
한국(엄밀하게 유엔사령부), 조선이 각각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3개의 선이 있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8월 유엔사령관 마크 클라크가 그어놓은 북방한계선(NLL),
조선이 1999년 9월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조선이 2007년에 선포한 서해 경비계선이다(편집자 주 = 서해경비계선을 언제 선언했는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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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 헌법에 영토 조항 신설을 심의할 것을 주문했다(조선중앙통신 1월 16일자 보도).
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한 한국 헌법을 거론하며 차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 헌법에 영토 조항 신설을 심의할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편집자 주 = "그어지면", "그어지는 상황이 되면"으로 해석됨)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조선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규정이 없다'며 "이와 관련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의 일부 내용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정연설 후 5개월 지나도록 '차기 최고인민회의'가 열렸다는 소식도, 헌법에 영토조항이 신설됐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국방성 김강일 부상은 서해상 국경선이 확정됐다는 식으로 발언하면서 자위력 행사 경고까지 했다.
조선은 국경선을 확정한 것일까?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한국에서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한국은 조선의 국경선 확정을 알고 있는 걸까, 모르고 있는 걸까?
조선이 '다른 데', 예를 들면 어떤 국제기구 같은 데에 확정된 국경선을 통보했을까.
국경선이 확정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뭔가 심각한 무력충돌이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만은 분명하다.
6월 하순에 개최될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또 무슨 결정이 나올까.
김강일 국방부상이 담화에서 경고한 대로
조선은 지금 한국의 전단날리기에 '오물풍선'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한번 말을 뱉으면 '빈말'로 끝내지 않는다는 걸 거듭 보여주고 있다.
'오물풍선 날리기' 같은 저급한 짓거리를 하느냐고 비난하는 이들은
김 부상 담화 중 빨간 글귀를 찬찬히 살펴보길.
'국경지역에서의 빈번한 삐라와 오물 살포'라는 건
한국에서 먼저 오물을 살포했다는 걸 뜻한다.
한국이 그 희한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셈이라는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