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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용 Jun 03. 2024

[홍시생각 20] '내로남불'의 전형, 신원식 국방장관

똑같은 풍선 날리기도 "韓은 옳고 朝는 그르다"

5월 28일 밤부터 조선이 날려보낸 '오물풍선'이 며칠째 화제가 되고 있다. 

풍선에 매달린 주머니 속에 담배꽁초, 갈기갈기 찢긴 종이, 악취가 심한 가축 분뇨, 천조각, 비닐 등 별별 오물 쓰레기가 담겨 있어 '오물풍선'이라고 이름지은 모양이다.  

5월 28일부터 6월 2일 오전까지  한국 전역에서 오물풍선  900개가 확인됐다. 최소 900개가 한국으로 날아왔다는 얘기이다.  

오물풍선 한 개가 정확히 서울 정부종합청사 옥상에 떨어지기도 했다. 풍선 안에 생화학 물질 등이 담겨 있었다면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노출 될 수밖에 없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군 관계자는  "추적관찰하는 게 원칙이고 따로 매뉴얼은 없다"고 설명했다. 

날아오는 풍선을 지켜보고, 그 잔해를 수거하고, 분석하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다는 게다. 

다행히도 조선이 날려보낸 오물 쓰레기 중에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다고 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이었다. 


오물풍선이 한창 날아들던 때 신원식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이었다. 

샹그릴라 대화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2002년부터 매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안보회의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주요국 안보 수장들이 대거 참석한다.

각국 국방장관과 고위 관료, 안보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다자안보회의로, 40여 개국에서 약 600명이 참여한다. 


신원식 장관은  1일 본회의 세션2 연설에서 "며칠 전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 목적의 대북 풍선 날리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260여개의 오물풍선을 우리 영토에 살포했다"며 "정상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치졸하고 저급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신 장관은 이어 "반인륜적이고 정전협정에 대한 명백하고 중대한 위반"이라면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601026551504?input=1195m)


<신 장관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조(對朝鮮) 풍선날리기'는 어떻게 봐야 하나? 

정상국가로서 할 수 있는, 치졸하지 않은 고급한 행위인가. 인륜에 부합하고 정전협정을 준수하는 행위인가. 

대북 풍선 날리기가 인도적 지원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나. 민간단체가 날려 보내는 전단에, usb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한번 보기라도 했나. 쌀 한 됫박, 1달러짜리 지폐 한 장 넣어보내면 인도주의에 부합하나.    

조선측에서는 이미 전부터 풍선날리기를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는데 한국측에선 '표현의 자유 보장' 운운하면서 풍선날리기를 법적으로까지 뒷받침해주지 않았던가. 

그래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나.  

한국이 하면 로맨스고, 조선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를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남을 비판하려면 먼저 자기자신부터 깨끗해야 설득력이 있지 않나.

오물 날려보내기는 누가 먼저 도발했나? 한사코 말리는데도 '탈북자'들이 도발하지 않았던가.




신 장관은 일국의 장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까지 거리낌없이 내뱉었다. 다른 나라와 관련된 외교 사안이라면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발언해야 한다는 것은 초보적인 상식에 속한다.  다른 나라의 국방 정책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왜곡까지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그런데 한국 국방장관이라는 신원식의 발언을 보면 일국의 국방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이다.  


신 장관은  "북한의 무분별한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여기 계신 모든 국가를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고 인태지역과 세계 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해 오랫동안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문제와 핵·미사일 문제는 모두 '독재정권의 지속'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나왔다"고 역설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601026551504?input=1195m)


<신 장관에게 묻는다> 

조선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무분별'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조선도 하나의 주권국가로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그 일환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상식 아닌가. 대체 뭐가 무분별하다는 건가. 미국으로부터 수십년간 핵무기로 생존 위협을 받아온 조선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는가. 

"여기 계신 모든 국가를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니! 이게 한국 국방장관이 할 말인가. "여기 계신 모든 국가들" 안보 수장에게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실존적 위협을 깨우쳐주려 한 말인가. 그런 주제넘은 짓을 해도 되는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어마무시한 말을 국제 회의장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탕탕 내뱉는가. 

김정은 정권 들어서 조선 주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는 맞는 것인가? 신 장관의 말처럼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확연히 개선됐다는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서로 상반되는 평가가 있으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지 않나. 외눈박이 접근방식으로 인권문제, 핵·미사일 문제 등 복잡다단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신 장관의 발언 중에는 귀담아 들을 만한 것도 있었다. 바로 한국 자체 핵무장에 관한 발언이다. 



자체 핵무장에 관한 청중의 질문에 신 장관은 "자체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한미동맹을 믿지 않는다는 전제"라며 "현실적으로 채택이 굉장히 어렵다"고 답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601026551504?input=1195m)


<신 장관에게 묻는다>

최근들어 한국, 미국에서는 한국 자체 핵무장 찬성 주장이 빈번하게 제기됐다.  결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수십년동안의 미국의 핵정책이 대전환을 하는 것 아닌가하는 추정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번 신 장관의 발언으로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다. 

한국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벗어날 생각이 없으며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한 자체 핵무장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현실적으로 채택이 굉장히 어렵다"고 한 것은 한국 자체 핵무장 '불가'라는 지금까지의 미국 핵정책을 재확인 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 장관은 왜 이런 민감한 발언을 한국 아닌 외국에서 했을까.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이 마치 기정사실로 굳혀지는 듯할 때도 신 장관은 주무 장관으로서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안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밖에 나가서 한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자체 핵무장 불가 방침을 밝혔다. 왜 그랬을까. 그 사이 '상전' 미국과 사이에 조율이 있었던 건 아닐까.  


6월 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강일 조선 국방성 부상은 담화에서 “휴지장을 살포하는 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상은 5월 26일 오물 풍선 살포를 예고한 장본인이다. 

김 부상은 “지난 5월 28일 밤부터 6월 2일 새벽까지 우리는 인간쓰레기들이 만지작질하기 좋아하는 휴지 쓰레기 15t을 각종 기구 3500여개로 한국 국경 부근과 수도권 지역에 살포했다”며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어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조선이 오물풍선 날려보내기를 잠정중단한다고 밝힌 데 대해 중앙일보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김강일은 “우리의 행동이 철저히 대응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오물 풍선 살포를 중단한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한국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 움직임이 북한의 이번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3642)


확성기를 틀겠다고 위협하니까 조선측이 꼬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확성기 소리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나 들리는 건데 왜 그렇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걸까. 

내로남불 식 대조선(對朝鮮)인식을 하는 자들은 신 장관 외에도 수많이 널려 있다. 

내로남불 식 대조선 인식은 조선에 대한 끝모를 적대감에다 턱없는 우월감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대조선 정책을 수립한다? 

윤석열 정권 아래서 조선과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척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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