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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용 Jul 08. 2024

[홍시생각 30]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다

운전면허 이어 두번째 국가자격증…'국민 필수교양' 바람직

"성 쌓고 남은 막돌 신세."

북쪽 소설이나 영화를 접하다보면 가끔 남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고풍스런 표현이 눈에 띈다.

정년퇴직한 지 만 3년이 지나면서 무력감의 심연 속에서 헤멜 때

자주 떠오른 게 바로 이 말이다.


정녕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잉여인간'이 되고 말았다는 건가.

시도때도 없이 무력감이 밀려들었다. 

뭔가 돌파구가 없이는 우울감으로 번질 것 같은 위기감까지 감지됐다.


나도 이제 노인이 돼 가고 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하지 않나. 

보다 현실적으로는, 구순을 넘기신 어머니를 60이 넘은 자식이 돌봐드려야 하는 

이른바 '노노(老老)케어'가 내 눈 앞에 닥친 것이었다. 

이거라도 하자고 결단을 내렸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고용지원센터로 달려가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고

그길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 가서 수강 신청을 했다.

배움카드 신청, 교육원 선정까지 세세히 안내해 준 후배에게 뒤늦게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의 은근한, 무언의 '압력'이 없었다면 중도반단했을지도 모른다.


요양보호사란 주로 노인, 장애인, 환자 등의 일상 생활을 돕고, 건강 상태를 관찰하며, 신체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요양보호 업무는 전문직이며, 요양보호사는 전문직업인이라는 말이다.   

요양보호 대상은 65세 이상으로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이다. 65세 미만이더라도 혈관성 질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으로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 그 대상이 된다.


식사, 목욕, 옷 입기 등 일상생활을 돕고  약물 복용 관리, 간단한 건강 체크(혈압, 체온 측정 등)를 수행하며  대화, 산책 등을 통해 정서적 지원활동을 한다. 청소, 빨래 등의 가사 활동도 돕는다. 

갈수록 심해지는 고령화 사회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자격증 제도가 도입됐다.  2008년에 처음 도입된 이래 2024년 4월 기준 자격증 소지자는 약 210만 명이다.


자격증 시험은 쉽다. 시험을 치르면 거의 다 합격한다고 할 정도이다. 

대신에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해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교육 과정이 320시간으로 늘어났고 그 중 80시간이 실습으로 배정됐다.

하루 8시간씩 약 두 달 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수업을 빼먹더라도 80% 이상 출석해야 한다. 출결체크는 전자시스템으로 이뤄지는데 매우 엄격하다. 어쩌다 실수로 뒤늦게 체크해 지각으로 잡히는 경우 수정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 내가 참여했던 '마두요양보호사 교육원 232기'는 모두 20명이었다. 

대다수가 여성이었고 남성은  대여섯명이었다. 취업일선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부자간, 부부간 가족요양에 대비해 수강하는 경우도 있었다. 

20명 전원이 합격했다. 한 기수에서 한두 명은 불합격하곤 하는데, 전원합격했으니 신기록을 세운 셈이다.


교육 중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가 있다. 

△귀가 어두운 사람에게 큰 소리로 말하는 건 효과가 없다. 

    난청에 소프라노 같은 고음은 무용지물이다. 

    얼굴을 마주 보면서 천천히 중저음으로 말해야 한다. 

    입모양을 보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사망 직전까지 가장 오래 남아있는 감각은 청각이다.

   임종 때 대상자 곁에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 

   대상자가 듣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병원 아닌 자택 등지에서 숨질 경우 의외로 복잡한 절차가 생길 수 있다.

   자택에서 숨질 경우 경찰이 검시해야 하는 등 복잡해질 수 있다.

   제도가 그렇게 돼 있다.

   적절한 시각에 119에 연락, 병원으로 옮기는 게 낫다.


△옴은 아주 골치아픈 피부질환이다.

   옴을 근절하지 못해 요양원을 폐쇄하는 경우도 있다.

   옴 환자와 접촉했다면 본인은 물론 자신과 접촉한 사람, 함께 거주하는 가족까지 철저한 치료를 받아야 한 다. 

  

△손씻기는 전염성 질환의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예방법이다. 

    손등, 손바닥, 손가락 사이, 손톱 밑까지 씻어내야 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손을 씻어라. 


 △특히 여성의 경우, 은밀한 부위를 닦을 때 앞에서 뒤(항문 쪽)로.

     여러 번 들은 것 같은데, 꼭 지켜야한다.


△먹거나 마실 때 머리를 약간 수그려야 사레 들리지 않는다.

   나이 먹으면 삼키기 곤란(연하 곤란) 현상이 발생한다.

   식도로 들어가야 할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

   폐렴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신체 구조를 보면, 기도가 앞에 식도가 뒤에 위치해 있다.

   머리를 수그리면 기도가 닫혀 기도로 음식물이 넘어가는 걸 예방한다. 


△손톱은 둥그렇게, 발톱은 일자로 깎아라.

   당뇨병 환자의 발 관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발에 상처가 날 경우 잘 낫지 않고 잘못되면 절단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양말을 항상 신고, 발톱은 일자로 깎아야 한다. 


△중증 치매의 가장 확실한 증상은 '말 따라하기'.

   중증 치매환자에게 "진지 드셨어요?"라고 여쭤보면 

   똑같이 "진지 드셨어요?"라고 따라한다. 

   똑같이 따라 말하기는 중증 치매의 가장 확실한 증상이다.


△인공호흡보다는 심장충격이 대세

   요즘은 인공호흡법 잘 가르치지 않는다. 

   심장충격법을 배워라.

   4~6분간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사가 시작된다.

   심장충격은 그 시간을 버는 것이다. 

   자동제세동기(AED.자동 심장충격기) 사용법 배우는 것만으로도 수강비 뽑고도 남는다. 

     


△요양보호사, 진실로 존경스럽다.

   기저귀 갈기, 배변 돕기, 식사 도움 등등 실습 기간 중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을 보면서

   정말로 존경스러웠다. 

   '백의의 천사'만큼이나….


요양원에서 실습할 때 거기에서 일하는 한 요양보호사가 하는 말이 
"선생님은 어떤 연유로 여기에 오시게 됐나요? 제 보기엔 안 맞는 것 같습니다"고 

요양보호사 자질 미흡 판정을 내려줬다. 

스스로도 체감하고 있었기에 그냥 웃고 말았다. 


하지만 320시간 교육 기간 

'웰 다잉'(Well Dying)을 숙고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아울러 요양보호 교육을 전 국민을 상대로 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웰 다잉과 '웰 리빙'(Well Living)은 동전의 양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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