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일용 Jul 15. 2024

[홍시생각 32] '윤석열들'은 60년대 '反共키즈'

 '왜 유치한 언행을 반복하는가' 에 답을 찾았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윤석열 대통령'을 검색해 봤다. 

최신 순으로 검색되다 보니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기사가 줄줄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하나같이 반조(反朝.반북), 종미(從美) 냄새가 물씬물씬 풍겨난다.

나토 회원국도 아니면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도 납득이 되질 않는데  

"우크라전쟁 장기화는 북한 같은 지원 세력 때문"이라는 

시정잡배들의 막말 같은 비외교적 언사를 탕탕 내뱉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귀국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이번에는 '김영호 통일부장관'을 검색해 봤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더니, 김 장관 역시 반조(반북)전선의 최일선에서 

분주히 돌아치고 있다. 

'새로운 통일담론'을 만든다면서 전국 일주를 하는가하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닳고닳은 조선(북한) 인권문제를

새삼스럽게 꺼내들어  마치 뭐에 홀리기나 한 것처럼

열병 앓는 사람처럼 헛소리를 내대고 있다. 


80년대 초반 군 복무 중이었을 때까지만 해도 

"쳐부수자 공산당", "때려잡자 000" 구호가 사라지지 않았다. 

요새 와서는 이런 구호가 왠지 촌스럽게 느껴진다.

주위를 둘러봐도 이런 구호는 이제 보이질 않는다. 

'이념의 종말'인지 '역사의 종말'인지 그 누가 선언한 지 벌써 수십년이 지난데다

공산주의, 자본주의가 상대편의 장점을 취함으로써  

순종 공산주의, 순종 자본주의를 찾기  힘들어서인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이나 김 장관, 또 신원식 국방장관이나 1960년 어간에 태어난 거의 동년배들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세대에게 "쳐부수자 공산당", "때려잡자 000"은

다른 세대에 비해 좀 유별나다. 마치 유전자(DNA)처럼 뇌리에 각인돼 있다. 


1968년이면 '윤석열들'은 8, 9세때이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거나 2, 3학년 때이다. 

이 해 남북간 긴장상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1월 21일 '북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 사건이 있었고 이틀 뒤인 1월 23일에는 푸에블로호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잇따랐다. 

같은 해 10월 말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났다. 6.25전쟁 이후 최대규모의 침투 사건이라고 했다. 이때 살해당한 이승복 어린이는 1959년생으로, '윤석열들' 또래이다. 

학교마다 이승복 동상이 세워졌고, 매일 등하교길에 무참하게 살해된 동년배 어린이의 동상을 보면서 복수를 다짐해야 했다. 웅변대회, 글짓기 대회, 무슨 무슨 집회가 지겹도록 계속됐다. 


다음해인 1969년에는 또 한차례 전쟁 위기가 닥쳐왔다. 

그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날, 조선군은 미 해군 EC-121 조기경보기를 동해 영공에서 격추시켰다. 탑승자 31명 전원 사망했다. 미국은 보복을 외치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미군장교 살해사건이 일어났다. 이 때도 미국은 보복을 외쳤지만, 결국 자르다만 미류나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으로 끝냈다. 

당시 '윤석열들'은 고등학생이었을 것이다. 이번엔 미국이 반드시 보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반드시 대규모 무력충돌,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말들을 놓고 전전긍긍했지만 '태산명동에 서일필' 격으로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다. 


'윤석열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시절,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쳐부수자 공산당, 때려잡자 000"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면서 자랐다. 

먼지 풀풀이는 운동장에서 목총 멜빵끈을 엄지손가락으로 꿴 채

한여름 뙤약볕 아래 빡빡 기던 교련 시간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러니 '윤석열들'이 '반공키즈'(反共 Kids), '반북키즈'(反北 Kids)가 될 법도 했겠다고 일면 이해가 간다.   


20년쯤 전 미국에 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60년대에 이민 온 동포는 한국의 현실을 60년대 그것으로 보고, 70년대에, 80년대에, 90년대에 이민 온 동포는 각기 이민 왔을 때의 한국을 지금의 한국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그에 따라 한국의 현실도 바뀌었는데 동포들의 사고는 이민 시점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윤석열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꼭 60년대 어린애들 사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자라면서 보고 들은 것이 맨날 '반공', '반북'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걸 보면 꼭 물가에 놔 둔 어린애처럼 위태위태하다. 

자기들 입으로 체제경쟁에서 이겼다고 자랑하면서도 반공(反共)을 떠들고, 남북이 상호 인정하고 협력하자고 몇번씩이나 약속했는데도 그저 반북(反北)만 외쳐대고 있다.   

1960년대 반공키즈 세대가 2020년대 한국을 휘어잡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2020년대를 주도하는 세대는 따로 있다. 바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이다. 

MZ세대와 반공키즈 세대,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반공키즈 세대는 60년대 지적 수준에서 성장을 멈춰버린 것 같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당연히 제기된다. 


어린애든 삼척동자든, 전쟁과 평화가 양립불가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반공키즈, 반북키즈에게 아래 헌법 조항을 곱씹어 읽어보길 권한다. 

이 조항을 어기는 것만으로 탄핵 사유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제4조(통일정책)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제5조(침략적 전쟁의 부인, 국군의 사명, 정치적 중립성) ⓵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제66조(대통령의 지위 책무 행정권) ⓷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제69조(대통령의 취임선서)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홍시생각 31] "잘 썼다"…중통 논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