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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May 03. 2024

여자는 현명해야 해!

그럼 남자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여자는 현명해야 해!"


이 말을 한 사람은 결혼 4~5년 차 아내이자, 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본인의 결혼 준비 스토리를 들려주며, 예식장 비용을 아끼는 꿀팁을 알려주었다.


결혼을 생각보다 앞 당기에 된 이유, 예식장 비용을 아끼는 방법, 예식장 식대 결제 시 당할 수 있는 바가지 등에 대해 경험담을 공유해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담을 말하며 마지막 멘트는 이것이었다.


"여자는 현명해야 해!"


어떤 사유로 그런 문장을 내뱉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말을 듣는 내 기분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다. 동의가 된다기보다는 반감이 들었다.


'왜 여자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 거지?'. '결혼 준비는 현명하게 해야 해'로 표현해도 되지 않나? '결혼 준비를 여자만 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 등등 온갖 불편한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하물며 그 이야기를 남자친구도 함께 듣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동조를 하는 듯싶어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기분이 좋지 않았던 포인트는 '여자는'이라는 표현에도 물론 무게가 실려 있지만, '~해야 해'라는 표현에 더 무게가 실려 있었던 것 같다.


삶에는 정답이 없는 것인데 왜 '~해야 해'라는 표현을 저리 당당히 말하는 것일까 하는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조언을 구한 것도 아닌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어지는 결혼 준비 컨설팅(?)이 좀 불편했다. 하물며 나와 남자친구가 결혼준비를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간관계를 맺어오다 보면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듣게 되는 내 삶에 대한 훈수, 컨설팅, 잔소리. 나를 제일 사랑한다는 부모님에게 듣는 잔소리도 싫은 게 사람인데, 부모 외에 사람에게 듣게 되는 잔소리는 어떠하랴.


더욱이 나는 주변 사람의 조언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성향이 아니라 그런지 그런 말들에 더욱 거부감이 든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해, 이건 저렇게 해야지 등등


김창옥 교수가 유퀴즈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두어야 하냐는 물음에 유재석 같은 사람과 조세호 같은 사람이 둘 다 필요하다고.


유재석처럼 삶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과, 조세호처럼 유쾌함으로 삶에 웃음을 가져다주는 사람.


그렇다. 유재석은 후배들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는다. 그저 본인이 열심히 산다. 그 모습을 보고 후배들은 보고 배운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무언의 교육이라 하지 않는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배울 사람은 다 보고 배운다.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행동을 은연중에 따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나는 내 주변 사람을 사랑한다는 면목하에 훈계나 지침을 일삼는 화법을 사용하지 말아야지. 내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이들, 묻는 이들에게만 그저 담담히 소개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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