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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Mar 29. 2021

10년후의 좋아요를 위해

글을 쓰는 이유

어릴적 집은 작은공장이었습니다. 가내수공업이라고하죠. 집안에서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

아버지와 엄마는 두분이서 핸드백을 만드셨어요. 아침부터 저녁 아니 늦은 밤까지 만들수 있는 가방은 20개가 최대치였어요.


원단을 자른고 본드칠을 하고 붙이고 미싱으로 박음질 그리고 포장까지 엄마아버지의 일이었습니다. 라디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틀어져 있었습니다. 가끔 동생과 제가 잠시 도와드리려 할때 저희들 좋아하는 드라마나 만화영화를 틀어주셨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라디오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가끔 아버지는 카세트테잎을 틀어놓으시곤 했어요. 노래인지 책을 읽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데요. 시간이 지나고야 알게되었습니다. 그건 할아버지의 목소리였어요. 아버지의 아버지죠.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홀로 돈벌러 서울로 올라오신 아버지. 친구들은 중학생이었겠지만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을 하셨어요.

 

할아버지가 보고싶으셨을까요?어느날 할아버지가 경전을 읽고계시는 걸 녹음하셨더라고요. 그 녹음한 걸 서울로 가져와서 계속 들으시고 계셨던 겁니다.



찌찌직 너무 많이 들어서 테잎이 늘어나기도 했었던것같아요.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음성을 들으셨어요. 할아버지가 읽고 노래하는 경전의 말보다도 목소리가 듣고 싶어하셨을겁니다




브런치나 페이스북에 그날그날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한 지는 몇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록하지 않았던 시절의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쓰고 저잣해두니 새록새록하더라고요. 기록을 해야하는 이유인 셈입니다.


"평가사님은 왜 이리 글을 쓰고 페이스북에 브런치에 남겨놓으시는거에요?"

"세명의 독자를 위해서. 아니 지금은 두명의 독자를 위해서야"

"네? 세명은 뭐고 두명은 누구에요?"


가끔 후배들이  학인들이 물어봅니다. 잘 기록해두어야 나중에 기억할 수 있기도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글을 읽어주었음 하는 독자는 세명입니다. 한명은 현재의 독자, 두명은 10년후의 독자에요.


한명은 아내인데요. 페이스북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어요. 제일 먼저 읽어줍니다. 당신글은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제일 먼저 읽어주니 감사합니다. 세명 독자 중 한명은 읽어주고 있으니 성공입니다. 남편이 요새 무슨 고민을 하는 지도 헤아려줍니다. 감사한 일이죠


두명은 현재의 독자가 아닙니다.10년후의 독자인데요. 10년후가 될 지 20년후가 될지 알길은 없습니다. 서재남매입니다. 자기들이 어릴적 아빠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들력주고 싶었습니다. 아빠가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 만나고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가족모두가 다녀온 여행의 기록들을 사진과 함께보며 옛 일을 떠올릴 수 있겠죠?

제가 할아버지의 음성을 아버지를 통해서 듣듯 서재남매를 닮은 아이들도 할아버지가 된 저의 글과 유투브영상들을 보게될겁니다.

그거야 저의 생각만이지만 굳이 안 보아도 괜찮습니다. 혹시 몰래라도 볼 수 있을지 모르니 차곡차곡 글로 남겨봅니다.


처음에는 저만 위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잘 기억하기위해, 순간을 놓치지 않기위해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지금은 세명도 봐주었음하고 은근 기대하며 써봅니다.

특히 10년후의 예비독자들을 위해서 써봅니다. 글은 사람을 닮아간다고 해요. 욕되지않게 잘 살아가는 삶의 조각조각들을 글로 남기려합니다.


아이들이 10년후에 하트와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글들을 써보려해요.


월요일 지하철에서 아빠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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