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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Mar 28. 2021

그냥

잘지내지?

"여보세요"

"어 형!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왠일이야? 전화도 다하고"

"그냥 했어. 잘지낸다고 다행이네. 그럼 끊어"

"뭐야...진짜..."

"ㅎㅎㅎㅎ"


가끔 후배에게 전화 한 통합니다. 그냥 했습니다. 잘지내나는 안부는 핑계거리이고.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문득 생각나서 전화를 했었네요. 


"여보세요"

"네. 000선생님이시죠"

"네. 누구세요"

"형 저 세환이에요. 임세환"

"어. 이XX 뭐야. 진짜 오랜만이다 잘지내지? 뭔일이야?"

"그냥 했어"

"뭐. 그냥?"


2005년에 형의 결혼식에 보고 한번에 보지 못했습니다. 부산에서 있은 형의 결혼식을 가려고 새벽에 나와서 집에 오니 12시가 넘었습니다. 그 때 이후 처음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냥 형이 생각나서요


"어. 형"

"뭐야. 왠일이야. 잘지내죠? 이야. 진짜 오랜만이다. 형 페이스북이나 브런치는 잘 보고 있어요. 잘지내지? 나한테 전화도 다 주고.."

"그냥 했어"


이 아이도 정말 오랜만에 전화를 했었네요. SNS에서 보는 사진들을 보니 엄마를 쏙 빼닮은 모습에 그냥 핸드폰을 눌러보았습니다. 생뚱맞겠지만 "그냥" 눌러보았네요. 이렇게 마음대로 누르지 않으면 언제 소식을 전할 지 알리 없습니다.


"그냥" 했습니다. 가끔은 아무생각없이 "그냥"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누릅니다. 요새는 카카오톡으로, SNS로 소식들을 듣고 접하지만 수화기 저 건너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건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닙니다. 학교선후배들, 친구들과의 대화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손안의 전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데,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요? 


과 동기인 친구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잘지내지? 야. 살아있었구나. 그럼 되었어."

"그래. 미안하다. 엄마아버지는 잘 지내지?"

"뭐..이 놈의 자식, 우리 엄마는 5년전에, 우리아버지는 10년전에 돌아가셨어. 나쁜 놈. 같은 서울바닥에 있으면서 연락할 길이 있어야지. 너한테 연락을 하지. 괜찮아. 지금이라도 연락해줘서. 고마워. 나 AAA 하고는 연락하고 있어. 가끔 그냥 전화해. 그냥"


그래 버튼 하나 누르는게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싶습니다.


2주전에는 카톡 하나가 왔습니다.

"형, 나 P인데 형 아직 가온감정평가법인에 있지? 송파? 나 형 회사 앞의 사무실에 일하러 왔어. 시간되면 봐"

카톡이 생긴이후로 처음으로 카톡을 한 후배입니다. 바로 전화를 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20년이 넘었네요. 전화기 저편 목소리는 그대로였습니다. 20년만의 목소리인데..참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요즘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합니다. 나름 스몰스텝 <시절인연>이라고 말도 붙여 놓았습니다. 일이 바쁠때는 건너뜁니다. 매일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가볍게 가볍게 그리고 생각날때 "그냥"해 봅니다.  삶이 퐉퐉하고 힘이 들 때 한 줄의 글이, 하나의 노래가, 한 마디의 위로가 큰 힘이 되는데요. "그 힘을 얻기 위해서 도", "보고싶기도하고" 그래서 그냥 해 봅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면 주저할 수 있으니 생각나는대로 마음가는대로 버튼을 눌러봅니다.


아무 이유 없습니다.

마음이 가는대로 "그냥"해봅니다. 버튼을 누릅니다. 지금은 전화카드를 살 필요도 없는 시절이니까요.


비오는 아침,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느닷없는 전화 어떨까요? 

"그냥 해본거야 잘지내?"라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행복한 아침되십시오



꽃다지 <전화카드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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