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연휴가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안계신 첫 설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옆에 "현고학생부군"으로 계셨습니다. 아이들도 할아버지의 부재를 알고 있습니다. 가끔 할아버지가 보고싶어. 좋은 곳에 계실꺼지라며 묻고는 하거든요. 느닷없이 이야기 하는 통에 엄마가 울먹이기도 하시고요.
설날,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가면 책장에 꽂혀있는 옛책들을 봅니다. 결혼전에 사놓았던 책들인데요. 대부분 2000년대 전들의 책입니다. 작년 설에는 태백산맥을 읽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었습니다. '아 이런 장면이 있었구나싶고 책 안쪽의 적바림들을 만나면 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번 설날엔 지금은 절판된 이진경교수의 <상식속의 철학, 상식밖의 철학>을 만났어요.
"아뇨. 아버지가 사셨을 꺼에요. 진짜 오래됐죠?"
"아..그랬구나 "
엄마에게 책 선물을 자주 해야겠습니다. 엄마가 좋아할 만한 책이 어떤 것들이 있는 지 골라봐야겠습니다. 첫 책은 이미 정해두었습니다. 주문도 해 놓았고요.
아마 월요일에는 전화가 오겠죠?
"택배가 왔는데. 이건 뭐냐?"
"선물이야 엄마. 엄마 좋아하는 영웅이와 영탁이도 나와. 다 보시고 얘기 좀 들려줘요. 난 아직 안 읽었어"
오늘 아침은 설날에 뵙지 못한 아버지를 뵈러 갑니다. 엄마도 아내도 아이들도 잘 있다고 말씀드리고요. 엄마가 아버지가 책을 대충대충 봤다고 흉보았단 말씀도 드릴렵니다. 조금있다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