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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Feb 09. 2024

아버지의 등이 그립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오늘부터 설날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방학동안 집에 있는 아들은 주말마다 목욕탕에 가자고 합니다. 새벽6시. 사람들이 없는 목욕탕안에서 이탕저탕 옮겨다니며 노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갈증이 나 식혜 하나 먹는 건 필수코스가 되었습니다.

제가 아들을 씼겨주고 아들은 제 등을 밀어줍니다. 전에는 간질간질했었는데 어느새 힘도 제법 들어있어서 집중적으로 밀게되면 너무 아픕니다. 그래도 그래도 참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입니다.


나도 그랬었겠구나 생각듭니다. 아버지를 따라 목욕탕에 가서 아버지의 등을 밀어드릴때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새벽 5시 목욕탕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니 목욕탕에는 아버지와 저만 있었어요. 매번 그랬었습니다. 등을 밀때면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가 없죠. 아버지는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까요? 아버지도 저처럼 “이 녀석 힘이 제법 들어가는데..“ 생각하셨을까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새벽5시 목욕탕 길은 늘 같이 갔었습니다. 조금 더 성장했을때 아버지의 나이가 익어갔을 때 또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2018년 네이버블로그에 쓴 글이 생각나 돌아보았습니다. 국민은행기업광고를 보며 떠오른 생각으로 써보았던 글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말씀도 자주 드리고 여행도 자주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낸 건 췌장암으로 입원하신 2021년 4월,5월이었어요. 세브란스 암병동에서 금토일을 보내면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송구했고 죄송했습니다. 너무 늦어서요. 아버지는 아프신지 50여일만인 6월4일 아침 저희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는 이야기도 말씀도 나눌 수가 없습니다.


6시 재현이를 꺠우고 목욕탕에 갑니다. 내일 할아버지를 만나니 마음도 깨끗이 몸도 깨끗이하고 가자고 했어요. 오늘은 이 녀석의 아구힘이 얼마나 더 세졌는지 봐야겠습니다. 아빠도 할아버지 등을 밀어드릴떄 아버지의 등이 엄청나게 넓었는데 재현이는 어떤 지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할아버지 등 뒤에 아빠가, 아빠의 등 뒤에 재현이가 이어져있다는 걸 알려줘야겠어요.


아버지의 등이 그리운 설날입니다. 재현이를 깨워야겠습니다. 재현이에게 제 등을 내어주려고요

행복한설날되십시오




국민은행 기업광고, 오늘 본 댓글에는 “2024년에 이거보고 우신분” 있냐고 뭅습니다. “바로 지금이요”라고 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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