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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Feb 03. 2024

1월31일에 만난 두 리더

리더의 품격 - 감사합니다. 우리곁에 유윤상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아리비아와 대한민국의 축구경기, 한밤중에 시작해서 새벽4시에 끝이 났습니다. 전후반 90분을 훌쩍 넘기고도 추가시간 10분에 1분을 남기고 터진 동점골로 연장전, 승부차기로 이어졌습니다.


끈길지게 문을 두드린 선수들, 하나된 축구대표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를 이길수도 질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주는 태도가 관중들을 열광시키니까요. 이제 그라운드플라이는 모두 마치고 한골한골 주고 받는 승부차기에 돌입합니다. 연달아 두골을 막아낸 골키퍼의 선방, 이제 황희찬이 4번째 골을 넣을 준비를 하고 있는 그때였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만치니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나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현장중계 카메라는 키커인 황희찬 대신 만치니 감독의 발길을 따라갑니다.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황희찬의 승부차기 성공 여하에 따라 판가름이 날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황희찬이 실축할 수도, 골키퍼가 선방해서 다음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부차기가 이어질 수 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감독 만치니는 경험칙상 알고 있었나 봅니다. 이 경기는 어렵다라구요. 감독은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경기장을 떠나버립니다.


설령 사우디아라비아가 패했더라고 경기장에서 예를 갖추어야 합니다. 120분넘게 승부차기 한 사우디라아라비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상대로 만난 대한민국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게 예의이지 않을까요. 게다가 경기장의 90%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응원하는 관중들이었는데 사우디의 선전을 기원해준 관중들에게도 예를 갖추었어야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이번 경기에서 졌을뿐입니다. 16강전은 한번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축구는 계속될 것이니까요. 세계적인 만치니감독에게는 이런 태도가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단지 승패만이. 기록만이 남았다고 생각했을까요?


대한민국의 역전승, 짜릿한 동점골, 조현우의 선방, 16강전 승리, 경기는 새벽4시에 끝이 났지만 유투브를 통해서 라커룸중계를 시청하다보니 어느새 5시를 넘어섭니다.

즐거움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1월 31일 아침이었습니다.



2024년 1월 31일은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날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감정평가사들의 협회, 협회장선거가 있는 날이거든요. 무려 7명의 후보들이 업계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1달의 선거운동기간동안 7명의 후보들은 전국의 감정평가사들을 한사람한사람 만나서 본인들의 정책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홍보물,정책토론회,유투브,문자,카카오톡 등을 통해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저도 기호4번 유윤상평가사 선거캠프에 합류해 일을 도왔습니다. 7분의 훌륭한 후보들이 계시지만 10년,20년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역량강화를 최우선아젠다로 제시하는 선배님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5000명의 유권자들은 많이 힘드셨을겁니다. 공식선거운동기간, 아니 그 이전부터 후보들이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고 일일이 모두들 만나주셔야했으니까요. 각 선거캠프에서는 한분한분들이 모두 유권자들이기에 캠프의 정책을 알리는 방법은 대면,비대면으로 홍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테구요. 그런데 무려 역대급 7분의 후보가 나오니 평가업무도 해야하는데 되레 방해가 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공식선거운동은 어제 2024년 1월 30일까지였습니다. 어느 평가사님은 이제 더이상 선거로는 연락이 안오겠다. 다행이다. 빨리지나가서라고 이야기하실정도였으니까요


감정평가사 제18대 협회장선거가 결선투표끝에 끝이 났습니다. 1차투표는 11:30~13:30, 2차결선투표는 13:50~14:50 이었습니다.


1차투표에서 기호4번 유윤상선배님은 794표, 19.16%, 3위로 결선투표에는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기호6번 양길수 986표(23.80%), 기호7번 조은경(22.30%) 두 후보님이 결선에 오르셨어요.

캠프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선에 올라갈 정도로 평가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을 다하지 못한, 진심을 전하지 못한 농부, 후보와 선거캠프의 패착입니다.

선거결과는 현재 협회장 기호6번 양길수후보님이 당선되셨습니다. 결선투표도 치열했습니다. 2,297표(58.06%)의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하셨습니다.


선거캠프는 조촐한 자리를 가졌습니다. 결선에 오르지 못해 이른 시간부터 모였습니다. 낙선한 후보의 캠프해단식, 조출할 줄 알았는데 한명두명 모이기 시작하니 어느새 자리가 한가득입니다. 선거운동기간을 돌아보았습니다. 선배는 선거운동기간내내 도움을 준 선후배동료들에게 고마웠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캠프식구들보다 더 마음이 쓰릴텐데 후배들의 울먹임에도 환히 웃으며 다독거려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또한 캠프에서는 유권자들께 마지막으로 죄송함과 감사인사를 보내드렸습니다. 그게 바쁜 시간 쪼개어 투표해주신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였고 유윤상평가사의 진심이었거든요.


2024년 1월 31일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길 휴대폰은 조용했습니다. 선거운동기간내내 업계를 걱정하며 멋진 선배로서 기억하고 싶다던 후보자들의 인사는 없었습니다. 특히나 치열한 예선을 거쳐 결선투표를 진행했던 두 분 역시도요. 아쉬었습니다. 1차투표에서 3위로 석패한 유윤상만이 2024년 1월을 마무리해주었습니다. 


잔치는 끝났는데 아침에 본 사우디아라비아의 만치니감독이 오버랩되는건 이상한 상상일까요? 선거운동기간내내 업계의 미래를 걱정하고 본인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두지휘하겠다는 그 열의와 열정은 전후반90분,연장전 30분동안 독려했던 만치니 감독을 닮아 있습니다. 

 

2024년 1월 새벽 1시부터, 두명의 리더를 만났습니다.

한명은 팀이 패배직전에 처하자 팀을 버리고 경기장을 뛰쳐나간 만치니 감독을, 한명은 선거에 패배하고도 유권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감사인사를 드리고 미력하게나마 노력하겠다는 유윤상 감정평가사를요. 리더의 품격을 생각합니다. 진심을 생각해봅니다.


다음날 후배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형, 선거 고생많았어. 너무 아쉽더라. 그래도 기억나는 건 선거당일에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한 건 유윤상평가사 밖에 없더라고. 선거운동내내 그렇게 문자와 전화를 하더만. 오후3시에 끝난 선거에 당선인사도 낙선사례도 없어. 고생했어. 선거 끝나고 더 알겠더라. 유윤상, 기억할께!”


고맙습니다. 그 진심을 알게 될 것입니다. 유윤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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