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회를 다니는 사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내가 아직 한국에 있을 때였다. 당시 이모는 이미 쉰이 훌쩍 넘으신 나이에 신학교에 입학하여 뜨거운 신앙과 학구열로, 좋은 성적과 함께 무사히 졸업 그리고 고생 끝에 목사 안수를 받으신 후, 상가건물 2층에 작은 교회를 개척했다.
보통 교회 개척을 하면, 마치 신장개업하는 가게처럼 손님들을 불러 식사대접도 하고 기념품도 나누고 하는 게 이쪽 필드 불문율이라면 불문율. 그래서 이모는 동네에 있는 원로목사님들을 초대해서 오픈예배를 했다. 물론 우리 가족을 포함한 친척들도 초대되어 참석을 했고.
오픈예배 당일, 아파트 옆 상가건물 2층에 있던 작은 교회의 예배당은 3분의 2가 원로목사들로 가득 찼다. 나머지 3분의 1이 이모님의 가족과 친척분들. 지루하고 기나긴 축사들로 점철된 예배가 끝이 나고, 교회 현판(교회이름이 궁서체에 세로로 새겨진 누런 나무 현판)을 설치하는 순서가 되었다.
당시 교회는 상가건물 2층에 있었으므로 이모와 저희 가족들은 그냥 2층 교회 입구 옆에 현판을 걸려고 했으나 원로목사들은 1층에 걸어야 사람들이 교회현판을 보고 찾아온다며 무작정 1층으로 현판을 가지고 내려갔다.
당시 그 상가 1층에는 작은 슈퍼와 파리바게트가 이미 오래전부터 영업을 하던 상황이었다. 1층 상가 입구 왼쪽에 있던 동네슈퍼 입구 쪽은 공간이 협소해서 도저히 현판을 설치할 각이 나오지를 않았고, 남은 공간은 오른쪽의 있던 파리 바게트의 입구 옆 공간뿐이다. 그래서 원로목사들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못과 망치 그리고 현판을 들고 파리 바게트 입구 쪽에 현판을 걸려고 시도했다.
이미 가게 안에서 유심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파리바게트 사장님은 재빨리 문을 열고 나오셔서 제지를 했다. 그러자 교회현판을 무단으로 설치하는 것이 제지당한 원로목사들은
원로목사 1: “주님의 사역을 위해 하는 일이니 양해를 구한다”
라고 부탁을 했다. 그중 어떤 원로목사는
원로목사 2: “하나님 나라에 도움이 되는 귀한 일이니 주님께서 축복을 하실 것”
이라며 허허 웃으며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시도까지 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 시도는 실패했다. 상가건물 공용출입구도 아니고 멀쩡히 영업하고 있는 가게 입구 옆에 교회현판을 거는 걸 누가 좋아하겠는가. 사장님은 그래도 여전히 침착하게 하지만 완강하게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이 노인네들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본인들의 면이 서지 않아 조바심이 났는지 분노 급발진을 하면서 화를 엄청 내기 시작했다.
노인네 1: “아니 하나님 나라에 도움이 되는 귀한 일을 이렇게 방해하면 되냐! 응! 그러면! 응!” 또 다른 노인네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노인네 2: “이렇게 복음전파에 방해를 하면 주님께서 노하신다!” 또 다른 노인네는 쉰내 나는 목소리로 또다시 소리를 지르며
노인네 3: “내가 기도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응? 이 가게가 말이야 응! 하나님이 이 가게를! 정죄를 하실 거야! 응!?” 하며 저주랩배틀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숫적열세에도 불구하고, 제과점 사장님도 절대 지지 않으시며 그런 하나님이라면 벌을 내려도 무섭지 않다며 옹졸한 노인네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는 사람이 창피해지는 저주랩배틀이 한참이나 지속되었고, 마침내 그 사장님은
“계속 이러면 영업방해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라는 말에 서서히 사태가 급진정되기 시작했다.
이제 막 교회를 시작하시는 상황이었던 이모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경찰신고까지 하게 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고 결국, 원래 이모님이 원하시던 상가 2층 교회 입구 옆에 현판을 거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이 염치없는 노인네들은,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이모님이 미리 예약하신 갈빗집으로 가서 맛있는 갈비에 냉면 그리고 식혜까지 풀코스 만찬을 즐기고 이모님이 준비하신 교회 개척 기념 맞춤 기념품(교회 이름이 새겨진 수건과 볼펜 등등)을 살뜰히 챙겨서 유유히 사라졌다.
그날 예배에서 축사와 축복기도 순서를 맡으셨던 노인네들은 수고비로 약간의 용돈도 받아갔다. 이모님은 그 이후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목회를 하시다가 이제는 집에서 쉬고 계신다고 한다. 물론, 그 사건 이후로는 당연히 다른 상가 입주민들과도 별다른 마찰도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