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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보 Jun 16. 2024

무채색 삶이라 생각했지만

소설가 박동식에게 배우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


몇 달 전 어떤 강의를 듣던 중 자신과 닮은 색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강사의 말에 나는 어떤 색일까 고민한 적이 있다.

빨강, 노랑, 파란 같은 화려한 색은 나와 어울리지 않고... 고작 떠오른 건 '무색', 취향이 확고하지 않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나는, 색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했다.

'무채색 삶이라 생각했지만'

자신의 삶을 '무채색 삶'이라 표현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한다'라는 삶이 자세 말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이 말에 꽂혀 있다.

내게 어떤 부탁이나 제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고민해 본다.

안 할 이유가 있나? 그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그냥 한다."


>>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한다'. 요즘 내가 품고 있는 잡다한  생각들을 말끔히 정리하는 한 줄이다.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 봐야지.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사람을 믿어서 상처받은 기억과 보상받은 기억이 존재한다.

누구나 그렇다.

보상이란 흔히 눈에 보이지가 않고 상처보다는 힘이 약해서 인지하기 어려울 뿐, 둘  하나만 있는 삶은 없다.

타인을 믿음으로써 내가 얻는 보상은 절대 적지 않다. 상처도 작지 않은 게 문제일 뿐이지.

그래서 난 선을 만드는 게 좋다고 보는 거다. 믿을 사람과 안 믿을 사람을 기분 지어놓으라는 게 아니라, 사건 자체의 선을 말한다.

뒤통수를 맞더라도 타격이 작은 사소한 일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내고, 타격이 큰 일에는 무조건적인 경계를 취하는 거다.

20년 지기의 큰 제안은 의심하고, 일주일 전에 만난 동료의 작은 제안은 믿어주는 식이다. 믿을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믿어도 될 사건이 따로 있을 뿐이다.

사건의 경중에 집중하는 게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 작가의 믿음의 대한 생각이 동감이 된다.

아직 주위사람들에게 큰 부탁을 받은 적이 없지만 상상을 한 적이 많다.

만약에.. 이 친구가 나한테 어려운 부탁을 한다면? 가정을 해봤지만 결국엔 머리가 어지러워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작가의 생각처럼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닌 사건의 경중을 생각하며 믿음을 보낼지 꺾을지 생각해 봐야겠다.  


"3년 근 인삼이 3만 원이라고 10년 근 인삼이 10만 원인게 아닌 것처럼, 관계는 오래될수록 배로 귀해진다.

년 지기인 학창 시절 친구가 새로 사귄 직장 동료보다 도움이 안 될지라도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유만으로 그 인연은 귀하다.

사람이 늙어서 과거를 파먹고 살 때, 그때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인연은 다 내 재산인 거다.

그때가 되면 조금 아쉬울 수 있다. 지금 이렇게 그리운 친구를 왜 그렇게 빨리 손절했을까, 하고."


>> 올해 초 20년 지기 친구와 손절을 생각했었다. 원래 이 친구가 이렇게 이기적이었나? 친구와의 10대, 20대를 다시 돌아볼 정도로 많은 실망을 하여 그래, 나이 들면 이렇게 친구가 하나 둘 없어지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며 거리를 두었다.

저자의 친구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 많은 추억들을 뒤로하고 인연을 끊을 정도로 그 친구가 나한테 잘못을 했나? 나 또한 많이 변한 모습이 있었을 텐데...


"인터넷 게시판에 소설을 올리고,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내가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채워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그 일련의 일들은 무채색이었던 나를 발끝에서부터 색칠해 나가는 과정 같았다.

난 작가가 꿈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글쓰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 거다. "


"금전적 여유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만족은 실패해도 된다는 안정감과 자신에 대한 관대함이었다. 실패하면 끝장이라고만 말하는 세상에서 비록 작은 것일지언정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상황이 주는 기쁨은 크다."



"난 선한 사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순한 사람을 좋아한다. 선하고 순한 사람은 보호종으로 지정해서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 가서 그렇게들 뒤통수를 맞는지 참. 한 번 데일 때마다 점점 독해질 수밖에 없으니, 우리나라에서 순함은 멸종 위기관리종이다.

모두가 합심해서 지켜줘야 한다. 나도 좀 지켜주고."



>> 너무 솔직한 글을 읽다 보니 김동식 작가와 내적 친분이 쌓인 것 같은..?

자신의 작품을 10년 주물 노동자의 소설이라는 타이틀로 많은 이득을 봤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자신을, 자기 작품을 좋게 높게 포장하여도 모자랄 판에.. 자신의 과거인 중학교 중퇴, 공장 노동자의 직업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됐다는 말을 서슴지 않게 했다. 그만큼 자신의 소설에 자신이 있어서 하는 말이겠지만.

겸손하고 글 쓰기밖에 모르는 글쓰기 덕후 인 박동식 작가의 재밌는 에세이. 단단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쓴 글이라 재밌게 읽었다.

자존감, 인간관계, 삶의 태도  등 짧게 이뤄지는 에세이지만 저자의 긍정적인 삶의 방식이 참 배울 점이 많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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