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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Dec 10. 2024

교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자

From my parents

출처 : iStock


속된 말로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저만 떠안게 된 짐을 어머니께서 덜어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왜 제가 '건축사 2'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되는지에 대해서도, 아예 어머니께서 책을 보고 공부를 하시더군요.


저보다는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많이 스마트하신 분들이라 이해가 더 빠르셨던 것 같아요. 공과대학을 졸업한 저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그러고 나서 건축사 외삼촌에 대한 불신까지 생기셨던 모양입니다. 저한테 수차례 이렇게 물어보시더군요.

이건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제가 아는 기술적인 면은 다 말씀을 드렸어요. 어머니께서 계속 물으시는 게 불편해도 "대리인"으로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사력을 다해서 답변해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지나고 어머니께서 저한테 결론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말씀하시라고 했어요.

너는 건물을
최대한 안전하고 심플하게
짓고 싶은 거고,

저쪽은
있는 거 없는 거 다 붙여서
자기네가 시공할 것까지
계산한 거구만?

아닌가?


요약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어머니가 순간 저한테 똑바로 앉아보라고 하셨어요.


난 우리 오빠보다
너의 말이 더 이해가 되고
근거가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자.

가족한테 맡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사람 찾아서
하자는 말이야.

 뒤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너 마음 가는 대로 해.

어차피 나도 나이 이 정도 먹고
막내노릇도 그만하고 싶다.


그냥 아무 말씀도 못 드렸어요.

어머니께서 저한테 자신 없냐고 하셔서
솔직히 자신 없다고 말씀은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 저한테 이 말씀하시고 제 방을 나가시더군요.


딱 1년만
너네 아빠처럼 살면
다 끝날 일이야.

힘내자.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어서 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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