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팀장만, 리더만 하는 것일까?
당연히 대답은 '아니오'겠지만, DEI/포용성/포용적 조직문화라고 하면 뭔가 리더가 팀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아래로 향하는 방향 ⬇) 또는 팀원 서로 간(양 옆을 향하는 방향↔, ⬅, ➡)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혹은 회사/조직이라는 어떤 더 큰 공동체가 품어주는 느낌(↪↩)이랄까.
'조직문화가 아니라 리더문화다', '원온원' 등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리더 역할의 중요성을 인이 박히게 들어서였을까? 팀원이 리더를 포용한다(위로 향하는 방향 ⬆)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얼핏 생각하면 팀원은 언제나 리더를 포용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 '까라면 까'라는 명제 하에 계속해서 깠으니까... 근데 그건 진정한 포용이 아니거니와, 포용할 수 있는 범위의 좋은 리더십(기본적인 인간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된 리더십)도 아니기에 차치하고.
'팀원도 리더를 포용해야 한다', '다양한 유형의 리더들을 존중함으로써 포용적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도 생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DEI가 인사팀/조직문화팀/ESG팀만의 일이 아니듯이, '조직 내 포용'도 리더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일하는 현장에서 가장 힘을 가진 건 어쩌면 실무진이 아닌가.
이전 회사에서 조직개편으로 팀장님이 바뀌었던 몇 번의 순간이 떠오른다. 우리 팀 일을 해 보신 분이 팀장으로 오실 때도 있었지만, 우리 팀 일을 잘 모르는 팀장님이 오실 때도 있었다. 그나마 같은 본부 안에서 돌면 다행이었다. 회사의 핵심인재 육성 전략인지 뭔지는 몰라도, 아예 다른 본부에서 오실 때도 있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간 몇몇의 팀장님들을 우리 팀원들은 잘 포용했나? 떠올려보면 고개가 갸우뚱한다. 그분이 갖고 계신 다른 function에서의 경험, 그분의 장점, 그분의 스타일을 온전히 존중하고 수용했나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다. 새로운 팀장님과 기존의 팀원들 각자가 일하는 방식, 어울리는 방식, 임원 등 상위자 또는 유관부서와 협업하는 방식 등이 다른데, 각자의 방식만이 옳다고 여기지 않았었나 하는 반성을 이제야 뒤늦게 한다.
그 가운데 팀에 오래 있었던 선배 팀원의 목소리가 더 커지기도 하고 텃세 아닌 텃세(정보권력)도 있었던 것 같고, 새로운 팀장님이 추진하고 싶어 하는 일에 그만큼 속도를 못 내드렸던 것 같기도 하다. (조직 내 역동이란 이런 걸까...) 우리 팀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중요하고 우선인지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시려는 팀장님들의 노고에 그만큼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갔었나 부끄럽다.
물론 팀원들이 리더를 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힘을 더 가진 자는 리더다. 평가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팀원들은 어지간하면 감히 리더에게 날을 세우지 않고, 세울 수도 없다.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곳에는 '에너지'라는 것이 존재한다. 팀원이 리더를 불편해하면, 불신하면, 나와 다르다고 선을 긋거나 배척하거나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리더에게 전달될 것이다. 가 닿지는 못하더라도 그 공간에 존재하여 기류를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리더도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되고 날서게 되고, 그 안에서 팀원들 또한 긴장하게 되고 얼게 된다. 악순환이다.
포용적 문화라는게 별거 있나. 당장 내 눈앞의 상대방이 나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서로가 서로의 기대와 달라도 좀 기다려보는 것. 분명 각자가 지닌 장점이 있고 이 안에서의 역할이 있을 거라 믿는 것. 너무 경주마처럼 달려가지 않고,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듯 임하지 않고, 조금만 넉넉한 마음을 가져보는 것. 그게 아닐까. 그리고 그건 그 누구 혼자가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앞뒤양옆 양방향 서라운드로 360도로 해야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