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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썬구리 May 03. 2024

요즘 Mz세대가 역사를 소비하는 방식

충무공 이순신 생일카페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애국심이 없어'


 아, 과연 그럴까요.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이제는 애국보다야 당장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중요한 세상이니까요.

 말이 많은 이야기이긴 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떻고, 코로나 이후의 사회문화가 어떻고...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확실한 건 더 이상 사람들에게 '애국'은 마음이 동하는 매력적인 키워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우리 역사,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없어지고 있을까요?

 이건 글쎄요.

 요즘 젊은 세대, MZ세대는 오히려 역사와 전통에 관심이 많습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조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관심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이유가 너무 세속적일까요? 일단 재밌는 사례 하나를 설명해 드릴게요.



 충무공 이순신 장군. 임진왜란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워 민족의 성웅으로 추앙받는 분입니다. 얼마 전 4월 28일은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었습니다. 아산 현충사를 포함한 곳곳에서 관련행사가 열렸는데요, 인천의 작은 찻집에서는 생일카페 행사를 개최했었습니다.


 생일카페는 연예인이나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개최하는 일일카페행사를 말합니다. 보통 팬이 자발적으로 성금 하여 개최한답니다.

 굳이 그 대상이 연예인이나 아이돌일 필요가 있나요?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 그 대상이 이순신 장군일 뿐인 거니까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상상해 그린 일러스트 포토카드와 배너, 티켓 등의 굿즈입니다.


 평소 이순신 장군을 아주 애정하는 지인이 사비를 동원해 가며 준비했습니다. 특별히 참가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막대한 적자가 났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괜찮다고 말하더라고요.


 맞춤제작한 케이크도 참 이쁘죠? 젊은 사람들의 센스 있는 멘트와 적절한 주제의식이 잘 녹아들었습니다. 제작을 맡긴 케이크집에서 워낙 잘 만들어주셔서 정말정말 만족했답니다.



 행사장에 찾아오신 분들을 위해 준비한 차. 임진왜란 때에 차를 마셨을지는 모르지만, 분위기에 호응하기 위해 고증을 조금 무시했습니다.


 7542 청병 2002년, 괄풍채 숙전, 활죽양자 24년 홍차 등 좋은 차들이 입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팽주는 제가 했습니다. 8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계속 차를 대접해야 해서 손이 아주 바빴어요.



 TV, 영화, 웹툰 등의 콘텐츠를 통해 역사가 소비되는 세상입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통해 구한말 의병운동이 조명된 적이 있지요? 또, 저희가 진행한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 기념 생일카페> 도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을 조명하기 위한 행사였어요.


 물론 이렇게 대중들이 콘텐츠로만 역사를 알아간다는 건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맨 앞에서 말했듯이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역사를 소비한다는 거라, 아주 세속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고 자극적인 요소가 고증에 안 맞게 들어가는 일도 있죠.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돈을 써서 생일카페를 열고, 역사적 위인에 대한 애정을 순수하게 즐긴다니. 마냥 못나게 볼만한 일은 아니지 않나요? 핵심은 '자발적'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역사를 향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참여하다 보면 기존의 역사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문제도 해소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조국을 위해서, 애국심으로.

 그렇게 억지로 참여하는 역사보다는-아직 미숙한 단계라도-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역사콘텐츠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전통문화 동호회 탐미객>

-전통문화를 즐겁게 향유하고픈 사람들의 모임

-탐미객 카페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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