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3) 프로젝트의 범위 설정
경영 컨설팅에 투자금액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세가 중심이 되어 오너의 재가를 받고 회사의 개선을 위한 투자를 결정하지만 영업, 생산의 오퍼레이션 이외에 다른 활동에 자금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대부분의 중소, 중견기업 오너들에게는 탐탁지 않고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제안된 범위 내에서 계약이 이뤄지겠지만, 처음부터 목적이 명확한 컨설팅을 제외한 수익성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에서는 제안과 수행 범위가 명확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계약과 다른 업무 범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어려운 투자 결정이 내려졌으므로 가능한 많은 업무에서 자문을 받고자 원하지만, 컨설팅 회사의 입장에서는 투입시간 대비 수입금액의 프로젝트 수익성을 따지기 때문에 계약 금액에 맞는 참여 컨설턴트 수와 투입시간을 조절한다. 컨설턴트들이 회사의 업무를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므로, 현재의 프로세스(AS-IS 분석)를 검토하는 것은 문제점을 도출을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컨설턴트들이 회사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소, 중견기업의 문제점들을 도출해 보면 너무도 많고 다양한 문제점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현실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수행한다고 예를 들면, 시장에서 경쟁상황 대한 검토, 향후 마켓의 변동성, 가격 결정(Pricing)에 대한 정책, 원가계산과 수익성 분석 평가 방법의 문제, 회사 비용구조의 적정성,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 제조 과정에서의 생산성, 불량률, 클레임 등의 이슈, R&D 에서의 신제품 개발시기의 적정성, 신제품 매출기여검토 등, 하나하나가 개별 프로젝트의 주제가 될 수도 있는 다양한 내용들이 수익성 개선과 연관되어서 범위를 한정 짓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최초 계약된 범위 이외에 조직 및 인사평가체계, 가치관 경영, 판매생산운영계획(S&OP, Sales & Operation Planning), 수요예측 등 연관분야까지 검토가 요청되거나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자문이 진행된다면, 어느 하나도 성공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이는 회사의 문제가 단순하지 않고 그 문제의 원인을 쫓아가다 보면 문제의 원천이 되는 책임과 권한의 문제 또는 조직 구성의 효율성까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원천적인 해결을 하려면 조직개편, 업무분장, 위임전결규정의 개정까지 범위가 확대될 수밖에 없을 텐데, 업무 전선을 확대하면 집중도가 낮아져 최초에 계획된 과제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젝트의 계약 단계에서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한데, 컨설팅회사에서 수주를 위해 필요해 보이는 것은 다 해준다는 식의 제안을 하는 것은 프로젝트를 실패로 이끌며 결국 책임공방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이게 된다. 회사도 계약된 범위 이외의 다른 요청을 하게 되면 프로젝트 단위의 손익 관리를 하는 컨설팅회사에서는 계약 범위 내에 있는 인력투입을 달리 활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결국 회사의 중요한 문제점부터 해결하는 선택과 집중이 되어야 한다.
4) 컨설턴트와의 밀당
프로젝트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또 하나의 관건은 컨설턴트와의 관계를 얼마나 잘 설정하느냐도 중요하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한 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지만, 필자가 보는 관점에서는 극한 직업 중의 하나이다. 대체로 좋은 학력 출신으로 중소, 중견기업에서 받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그만큼 고된 업무와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현업 경력으로 시작한 사람들도 있고 컨설팅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업무를 배우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젊은 직원들도 많다. 컨설턴트로서의 트레이닝 과정에서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필요한 자격증도 갖춰 놓는 것이 경력 형성에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회사원에 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단련된 컨설턴트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경력이 많은 현업 직원들과 대화에서 선생님의 위치로 업무 리딩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프로젝트팀에 누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본인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더구나 컨설팅 회사 내부에서 평판이 안 좋아지면 컨설턴트의 생명인 효율성(Utilization)이 떨어지게 되어 자리를 보전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프로젝트 참여 현업들과 씨름의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게 되어서 당초 목표한 바를 이루었는지에 대한 평가하는 과정은 필수일 터이니 막바지가 가까워질수록 스트레스는 점점 가중된다. 프로젝트의 품질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일정을 준수하여 마무리되는 프로젝트는 그래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프로젝트에서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다반사인데 일정의 지연은 컨설팅 회사 입장에서는 인력의 추가 투입을 의미하므로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프로젝트 막바지에 가면 최초의 요구사항에 있었느니, 요구사항이 잘못 이해되었다느니 하며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일이 많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을 투입되는 프로젝트마다 반복적으로 겪어야 하니 컨설턴트가 나에게는 결코 좋은 직업으로 보이지 않는다.
프로젝트 초반, 중반과 달리 막바지로 가면 갑과 을이 바뀌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초반의 업무분석과 설계 당시에는 분위기가 나쁠 만한 일들이 별로 없으나, 막바지 다다르면 컨설턴트의 근무태도나 자질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다른 인력 투입을 요청하는 것은 새로운 컨설턴트가 프로젝트의 과정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섣불리 인원 교체를 얘기하기가 어렵다. 모든 과제들이 계획된 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터이지만 소기의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하는 것도 낭패여서 프로젝트 리스크 매니지먼트 (Risk Management)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결국은 프로젝트 초, 중반기 동안 과제에 대한 성격 규명을 명확히 하고 협의된 내용의 기록을 남기는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프로젝트 과제가 내용이 많고 복잡하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닥치게 되면 유일한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개시 전 명확히 해야 할 사항 중의 한 가지는 컨설턴트의 교체와 관련된 사항이다. 컨설팅 업계는 인력의 이동이 심하기 때문에 (특히, 최근 IT 프로그래머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는 너무 빈번한 프로그래머의 이동으로 더욱 그렇다) 프로젝트 히스토리를 다시 인지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는 사전 계약서 분명히 명시하여 향후에 생길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서 컨설턴트와 TFT 멤버와의 관계는 미묘하다.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조적인 관계여야 하지만 적당한 긴장 관계가 유지되며, 프로젝트 완성 품질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상대방의 귀책으로 전가하기 위한 작전도 필요로 하는 관계로써 프로젝트를 리딩하고 갈등의 관계를 조율하는 양쪽의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다.
종합적으로 컨설팅과 관련된 의견을 정리하면, 오너와 직원들의 변화와 개선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제일 중요하고, 자체적인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의 구성이 필요하며, 저항감 없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는 말일 테지만 실행하기는 힘들고 험난한 길이기 때문에 이것을 여하히 수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체의 흥망이 결정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스스로의 변화가 요원한 상황이라면 컨설팅도 효과가 있을 것인데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 효과적인 매니지먼트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현 상황에 안주하고 있는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컨설팅의 성공과 실패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회사의 역량이다. 여기서 오너는 개선 추진에 관심을 갖고 넛지(Nudge)와 같은 ‘현명한 개입’에 의해 방향성 설정, 변화 관리와 갈등 조율의 역할을 수행하면 최선이다.
원래 ‘(특히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의 영단어로 미국 시카고대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 (Richard H. Thaler)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 (Cass R. Sunstein)이 공저한 《넛지(Nudge)》란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세일러와 선스타인은 책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 금지와 명령이 아닌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이 넛지인 것이다. 넛지는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지만 유연하고 비강제적으로 접근하여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에 바탕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넛지 [nudge] (한경 경제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