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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Jun 14. 2024

9장-시스템 경영 1)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시스템 경영은 정의를 내리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회사 경영의 토대가 되는 조직, 업무프로세스, 그리고 IT시스템에 의한 효율적 경영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누가 그 일을 담당하더라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체계화, 매뉴얼화를 추구하는 경영의 기법이기도 한데, 때로는 인재 경영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인재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업무영역과 체계적으로 정의된 업무처리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대비의 개념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스템 경영이 대두되는 주요 이유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회사들이 정해진 업무프로세스나 매뉴얼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정의되어 있는 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각 회사마다 업무프로세스와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지만, 노력한 만큼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사부서에서는 개인별, 팀별 직무분석과 책임과 권한에 대해 주기적인 update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며, 품질경영 주관 부서에서는 ISO9001 등의 인증을 위한 차원에서의 업무 프로세스가 검토되며, 기획실에서는 업무개선 활동에서의 프로세스가 검토될 것이고, 전산실에서는 IT 프로젝트를 위한 사전 단계의 PI(Process Innovation) 활동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가 검토되기도 한다. 또한 내부회계 시스템 업무 차원에서는 통제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주관 부서의 주요한 관리 대상이 되었을 것이며, 별도의 감사실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 또한 일정 부분의 프로세스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그 차이점을 알기도 어려운 유사한 활동과 투자 (대부분의 경우 전문 컨설팅 회사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됨)가 이곳저곳에서 발생되고 있는데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이런 활동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이렇게 여러 종류의 프로젝트 활동이 수행되면서 프로세스상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회사의 실질적인 개선에 기여하는 것일까? 회사에서 수행되고 있는 이런 종류 활동의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여서 지극히 형식적이다’라고 의문을 제기하면 너무 비관적인 견해일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회사들이 이런 활동들을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반복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업무 혼선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회사가 어느 정도로 구태의연하게 경영되고 있는지 판단이 필요할 때, 이런 종류의 업무들이 제각기 독립적으로, 상호 연관성을 갖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수행되는지를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작업을 예로 들면, 서로 목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이미 작성된 적이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참고하지 않고 새롭게 작업하는 경우가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표준 업무프로세스를 만들고 회사의 공식 매뉴얼로 작동되게 하려면, 유사한 문서가 목적에 따라 여러 개 생성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표준매뉴얼에 의한 업무 진행이 필요하고 그것을 근간으로 해서 필요에 따른 보완을 해야지, 시스템 경영을 위한 프로세스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업무들은 업무량이 방대해 프로젝트로 기획되어 인력, 시간, 예산이 투입되지만, 구체적인 개선효과를 찾기 어려워 투자수익률 (ROI, Return on Investment)를 수치로 계산해 본다면 아주 형편없는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이런 문제를 이해할 수 있고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알고 있는 것만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는 그런 프로젝트의 기안서에 결재는 하였지만 도대체 무슨 활동이 진행되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잘 모르는 채로 업무가 되풀이돼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업무를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기능이 없어, 부서마다의 필요성에 의해 부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가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수행됨을 알고 있고, 어떤 개선이 있는지에 대한 보고를 받기 원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고민해 보았다면, 그만큼 경영의 범위가 넓고 깊이가 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립된 업무프로세스와 이를 뒷받침할 IT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대기업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관리적인 차원에서 개선의 여지가 부족한 중소, 중견기업에서의 상황은 말할 나위가 없다. 회사를 작동하는 주요 프로세스를 검토한다는 것은, 영업, R&D, 생산, 인사, 회계, 구매 등의 업무 단위별로 시스템의 구축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당연히 연관 부서와의 오퍼레이션 프로세스 부분에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스템 경영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거창한 업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알기 쉬운 업무 예를 들어보면, 어느 회사나 신규 입사자에 대해 입사에 필요한 절차가 있다. 출근을 하게 되면 인사부에서 입사서류를 작성하고, 개인서류를 제출하며, 사무용품을 지급받고, 회사소개, 사물함 및 식당이용, 출퇴근 차량이용, 근태관리, 기초 전산 등의 각종 인사총무 사항에 대해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부서로 배치되면 업무 교육의 과정을 거쳐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와 갖춰지지 않은 회사의 차이는 신규 입사자에게 상당한 인상의 차이를 갖게 한다. 체계적인 흐름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신규 입사자는 편안한 마음 상태와 안정감을 갖게 되고 정돈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업무 교육을 진행하는데 매뉴얼 또는 프로세스가 정리된 문서조차 없이, 단순히 선배사원이 말로써 교육하는 형태라고 한다면, 어수선하고 우왕좌왕하는 느낌을 갖게 되고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전부터 업무수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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