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일반적인 제조기업의 영업-생산-R&D 관계에서 시스템 경영의 다른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현대 경영에서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는 재료의 조달과 매출처의 다변화로 인하여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고, 회사 수익성의 관점에 본다고 하더라도 효율적 운영 여부에 따라 회사 성패를 좌우한다. 즉, 회사를 중심으로 고객, 공급업체와의 연계의 효율성 관리는 비즈니스 오퍼레이션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급망의 효율적인 연결 관계에 대한 고민은 많으나 아직 대다수의 대기업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계획생산방식 (MTS 방식, Make to Stock, 수요예측을 근간으로 재고생산을 기획하여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MTO방식, Make to Order 고객의 주문 이후 생산하는 방식과 대비되는 개념이다.)에 의해 생산하는 회사의 간단한 예를 보면, 신제품 연구개발 (Research & Development) → 수요예측 (Demand Planning) → 자재공급계획 (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 → 자재구매 (Purchase Order) → 생산일정계획 (Production Planning & Scheduling) → 작업지시 (Production Order) → 생산 수행 (Production Execution)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어느 제조업이나 유사한 형태를 가진다. 그런데 가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조차 과잉재고 문제로 언론에 조명되는 것을 보면, 계획 생산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객만족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인 QCD (Quality, Cost, Delivery 품질, 원가, 납기)에 의해서 기업 경쟁력이 결정되므로 어느 한 부분의 체인이라도 흐름이 원활치 못하다면 그 영향은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의 구축이 정해진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규칙성 있는 일처리를 가능케 만들지만 기업 경영은 언제나 변수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Plan → Do → Check → Act에서 과정마다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사실 이런 제조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우라면 ROI 차원에서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으며, 중견기업 혹은 그 이상 규모의 기업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든 시도를 하고 있을 것이지만 효율적인 결과를 갖는 기업체는 많지 않아 보인다. 결국 회사가 원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프로세스 정비하는 활동 (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통합하여 수행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이를 지원할 IT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어느 정도의 투자가 발생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최적의 조합을 찾는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경쟁사에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노력보다 몇 배의 과실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중소, 중견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수행 시 발생되는 현상 중 제일 두드러진 것은 마치 프로세스의 개선이 프로세스를 그리는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과제물 산출에 집중이 되어 있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또한 현재의 프로세스 (AS-IS 프로세스)을 정리하고 도식화하여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향후 개선된 프로세스 (TO-BE 프로세스)를 정의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많은 경우를 본다. 프로젝트 초창기의 의욕적인 활동에서 시작하여 확실한 결론을 갖지 못하고 종료되는 프로젝트를 보면 돈, 시간, 인력이 여유롭지 못한 중소, 중견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는 없는 노릇이다.
TO-BE 프로세스에 대해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는, 문제가 되어 발생되는 결과에 대한 인식은 같이 할 수 있으나, 그것의 원인에 대해서는 서로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데, 직원들이 그 원인을 토론한 결과, 그중 제일 큰 문제는 고질적인 납기문제로 인해 고객만족도가 낮아지는 데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납기 지연이라는 결과는 팩트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지만, 발생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파악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Plan → Do → Check → Act 사이클에서 본다면, 개선의 Plan(계획) 단계가 부족한 것이다. 즉, 문제의 원인 파악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선의 방향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했고 실행의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다.
납기를 준수하지 못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생산부서에서의 생산 지연으로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다. 그래서 생산부서가 일차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생산을 지연되게 하는 요소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요 예측이 잘못되어 생산 투입 시기를 놓쳤는지, 재고 파악이 잘못되어 당장 필요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생산 우선순위가 바뀌었는지, 원자재 공급 일정이 준수되었는지 등의 SCM 프로세스에서 생산의 전후방의 과정을 모두 살펴보고 TO-BE 프로세스와 실행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이런 개선을 시도하는 경우에, 한정된 일정 내에서 원인 분석과 개선방향 (TO-BE 프로세스)을 제시해야 하는데, 개선 방향에 대해서 현업과 공감대 형성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특히 생산 단계 이전에 영업적인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 예를 들어, 제품과 바이어의 특성, 마케팅 정책, 경쟁사의 활동 등 생산에 미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고려해서 PLAN(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에는 DO(실행)에 앞서 PLAN(계획)을 구현할 수 있는 IT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TO-BE의 모습은 이론적인 그림이 그려진다고 업무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실제 업무 시에 시스템 작동을 위해서는 실무적인 TOOL이 고민되어야 하고, 구축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그림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실무적으로 복잡하고 업무의 양이 과다 해진다면 그야말로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조직과 책임자의 역량이 중요하고 중소, 중견기업에서 시스템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한 프로젝트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체계적으로 개선을 준비하고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유사한 종류의 프로젝트 들이 중복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에도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혼선이 반복되며 그래서 다시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스템경영을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다.
1) 권한 위임과 관심
전 장에서 권한 위임 (Empowerment)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였는데, 이것이 회사 경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조금 다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본다.
사실, 한국식 재벌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것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한 의견들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한국전쟁을 겪은 후 단시간에 한국경제의 위상이 지금 정도의 위치까지 자리하게 된 요인 중에 재벌이라는 특수한 대기업집단이 수출 중심으로 한국경제를 견인하며 지금의 토대를 구축하였다는 영향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군사정권 시절에 정경유착으로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기업 정책을 시행한 것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이 시기에 한국식 재벌이 탄생하였고, 지금과 같은 오너 경영의 틀이 마련되었던 시기였다.
오너 경영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에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사항일 것이다. 책임이 뒤따르는 투자 결정은 전문경영인에게는 아무래도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며, 오너 경영이 수행되는 회사에서는 비교적으로 용이한 과정일 것이기 때문에 오너경영의 장점 중의 하나로 언급되는 사항이다. 분명히 오너 경영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너가 경영 일선에서 직원들을 직접 지휘하는 것은 그만큼의 반대효과를 갖게 된다.
회사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개선이 필요한 곳이 많은데, 오너는 직원들의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하고, 개선의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용절감, 생산성향상 등의 내부 활동뿐만이 아니라 신규 바이어 개척 및 오더 확보 등의 영업, 마케팅활동에서 그런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데 직원들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원들을 더 닦달하게 되고, 직원들은 더욱 움츠리게 되어 건설적인 개선의 실행이 어렵게 된다. 그러면 오너는 더욱 깊숙하고 사소한 것까지 관리를 시도하며 직원들을 옥죄게 되고,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되는 악순환 사이클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상황일수록 오너는 과감한 권한 위임을 시도하며 뒤에서 큰 그림을 관찰하는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회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사업적 환경의 변화에 의한 회사 경쟁력은 문제가 없는지? 조직의 구성과 권한과 책임 (R&R, Roles & Responsibilities)이 불분명하거나 불합리하여 조직상에 갈등을 야기하거나 업무적인 공백이 생기는 문제는 없는지? 회사의 의사소통과 협업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중요 투자 결정에 대한 의사 결정은 바르게 되었는지? 가치관 경영의 모토는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등의 굵직한 경영 이슈사항들을 지시하고 확인하는, 큰 경영을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가 전면에 나서 상세한 업무까지 챙기면 2세 경영자 또는 전문경영인을 포함하여 그 이하 고위급의 임직원들은 모두 중간관리자화 되기 때문에 권한 위임이 필요한 이유이다. 상위 직급부터 올바른 권한 위임이 하위 관리자까지 이어지는 조직이 구축될 때, 보다 건강한 조직이 되고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일반적인 경영의사 결정 사항이 그렇듯 시스템 경영 구축을 위한 오너의 역할도 그러한 부분이 많다. 시스템 경영을 위한 주관자와 조직에 권한을 최대한 위임하여 권한을 갖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하되, 주기적인 진행상황을 보고 받으며 주요 사항을 확인하는 책임도 부여해야 한다. 문제가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경영 프로젝트를 통해 바로 잡으려 하는 것이며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어느 한 조직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여러 조직이 연관되어 있는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서 해결되기 어려운 이슈에 대한 문제의 지속적인 보고를 받아 의사결정을 해야 할 몫이 최고경영자에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