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버릇이 생겼을 때의 대견함

고양이는 살아간다

by 파로

햇수로 9년.

파로의 나이는 8살이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부터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유독 사람들에게 마음 내어주는 게 어렵지 않았던 파로도 고양이인지라 싫어하는 것들이 꽤 많았다.


들어 안아 올렸을 때 3초를 참는 법이 없었고, 발톱을 깎아주는 것을 그렇게도 싫어했다.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경멸하는 눈빛을 보내며 도망칠 땐 언제고 금세 다시 돌아와 골골거리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얘가 지능이 낮은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사는 것이기에 싫어하는 것은 안 하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서로의 삶에 서로에게 피해 주지 않을 정도로 알맞게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서운한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기 고양이 시절 행여나 집을 뛰쳐나갈까 장만했던 목걸이는 답답하다고 몇 번을 벗는 통에 포기해 버렸고, 딱 한 번이지만 발톱을 깎을 때 내 얼굴에 날렸던 하악질도 절대 잊지 못한다.


고양이가 하악질을 안 하는 게 이상한 건 맞지만 평소에 워낙 순둥순둥했던 파로이기에 그날의 그 기억은 아직도 나에게 충격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나도 파로가 싫어하는 행동을 더 많이 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어가며 보이는 성격의 변화가 문득 놀랍다.


언제나 잠을 잘 때에는 내 발치에 똬리를 틀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내 옆구리에 등을 대고 자더니 이제는 잠들어있는 내 팔에 턱을 올리고 쌔근쌔근 잠든다.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바랐다면 기다릴 수 없었던 세월인 8년이었다.


파로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잘 때 좀 춥게 자야 하는 나에게는 조금 곤혹스러운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하기에 슬쩍 밀어내면 기지개 한번 켜고 이내 다시 내 팔에 턱을 괸다.


항상 집에 오면 공기와 파로가 있었기에 이런 변화가 나에게는 아주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심 대견하기도 하다.


내 인생을 돌이켜 봐도 짧은 인생동안 수 없이 생각하는 것이 바뀌고 행동 패턴이 바뀌었다.


그런 것처럼 파로의 짧은 인생 안에서도 사소하지만 귀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스스로는 인지하고 있지 못하겠지만 파로의 잠자리 변경은 나에게는 하루의 끝을 기다리는 더 커다란 이유가 되어버렸다.


나이를 먹어도 같은 외모인 고양이지만, 고양이는 나처럼 그냥 살아가며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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