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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Dec 16. 2024

끌어안는 밤

내 뒤엔 항상 네가 서 있었다 -2화

두툼한 패딩에 조커팬츠를 입은 여자가 지나간다. 긴 생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채 깃털같이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간다. 뜻하게 입은 상체와 달리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다. 추위 따위 아랑곳하지 않다는 듯 무심하게 걸친 신발. 게서 멀어진 푸르름, 원근감 없이 뛰노는 젊음이 저기 있었구나. 두려움 없이 겨울 속으로 뛰어든 아이처럼, 12월 중심을 맨발로 관통  목도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12월 바람이 흔들린다. 떨어질 잎사조차 사라지면 나무 숨죽여 운다. 새파란 하늘 따라 르라니 깎인 울음소리다. 들을 수 없는 파장이라서 아무렇지 않게 나무를 간다. 눈물 르면서 1도의 체온 상승, 찰나의 포근함을 위해 그러모은 과거. 괜찮은 걸까. 우리는.


다람쥐는 부지런히 모은 겨울식량 도토리가 어디 묻힌 지도 잊은 채 겨울을 난다. 긴 긴 밤  억도 묻고 잊으며 또 지나가겠지. 모으고 잃고 기억하길 반복하며 계절을 지나간다.









끌어안는 밤(자매의 밤)


온기가 필요하던 밤

끌어안은 두 개의 심장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하나뿐인 난로 었다


끌어안고 잠든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깊고 애잔한 슬픔이 들끓던 밤

켜켜이 쌓인 외로움은

지층이 되고 화석이 되던 날

새빨간 연탄불조차 두렵지 않던

그리움은 둥근 화상자국이 되었다


한순간 사라질 신기루일지라도 

자신마저 집어삼킬 불덩일지라도

껴안아야 잠들

1992년 기 


쉬이 잠들지 못했던 날 지나

다시 맞이한

연탄불남긴 흉터마저

아무렇지 않은 

계절 게로 왔다








글 한편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다. 어느덧 하늘에 먹물빛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문득 내다본 창밖에 알사탕 같은 불빛이 총총이 켜져 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여름밤 켜진 불빛이 축제 같발랄한 빛깔이라면 겨울밤 켜진 불빛은 잠든 심연을 깨우는 빛깔이다. 12월 정경은 비어 있어서 사소한 변화와 반짝임도 크게 느껴진다. 여름 저녁과는 사뭇 다른 묵직하고 깊은 맛이 어난다.


몽당연필만큼 뭉툭해진 처럼, 어느새 닳아버린 하루 저물어간다. 낮에 꺼둔 스위치를 켤 시간이. 집집마다 하나둘 마음이 켜진다. 간절함이 모여 꺼지지 않는 불이 된다. 잊히지 않을 우리의 , 매서운 겨울조차 잊은 은 기어코 봄을 부른다. 어느 계절보다 란하게 빛날 그날 오고야 .







무마의 약속은 곧 도전의 약속이다.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는 사람, 실패하려는 사람에게만 무마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와 무마의 순환 속에서 항해는 이어진다.
<김겨울, '겨울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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