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의 완전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적 잠재력은 오랫동안 자원과 기회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으로 인해 제한되었다. 국제 사회는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중시해 왔으며, 이는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에 제시된 야심찬 의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이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Overseas Development Institue (ODI)’의 리서치 레포트인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조력자와 제약 요인 탐색(Women’s economic empowerment: Navigating enablers and constraints) "에서는 여성의 역량 강화에 있어 재정 자원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경제 부문에 대한 개발 원조 중 성평등에 초점을 맞춘 원조는 전체의 2%에 불과하다는 냉혹한 현실을 강조한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발전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는 증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세계은행 (World Bank)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 참여가 증가하면 아동 복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빈곤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 참여에서 성평등을 달성하면 전 세계 GDP가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추산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women empowerment를 달성하려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 레포트는 여성들에 대한 단순한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들의 경제적 발전을 촉진하거나 방해할 수 있는 10가지 핵심 요소를 파악한다. 이 요소들은 ‘교육’과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에서부터 ‘차별적인 사회 규범의 철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촉진 요인과 제약 요인을 조사하여 정책과 실천을 위한 실행 가능한 권고안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 대한 이 탐구는 총체적인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women empowerment를 경제적 자원에 대한 제한된 접근성에서 발전과 주체성의 상태로 나아가는 여정, 즉 ‘변화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여성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여성의 발목을 잡는 장벽을 해체하는 일은, 여성의 잠재력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더 풍요롭고 공평한 미래를 위한 잠재력을 열어준다.
직접적 장벽의 해체
1. 교육
교육은 women empowerment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세계은행(2012, 2013)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교육의 증가는 아동들의 삶의 질 향상, 빈곤 감소, 나아가 국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하지만(Woetzel 외, 2015), 특히 중등 교육 수준에서 교육 접근성의 성별 격차는 여전히 심각하다(UNESCO, 2015). 케냐에서 진행된 Duflo 외(2006)의 연구는 교복 비용과 같이 사소해 보이는 장벽이 여학생의 입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교복이나 학교 준비물 등을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중퇴율과 청소년 결혼 및 임신율을 낮추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Sperling 외(2016)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일률적인 접근 방식은 효과가 없다. 장학금이나 학비 감면 등을 통해 가난한 여학생들이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맞춤형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커리큘럼을 장려하고, 여학생의 필요에 맞는 직업교육을 제공하면서 여학생들에게 더 적절하고 접근하기 쉬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내재된 차별적인 사회적 규범을 허물고 모든 여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보장한다면, 교육은 여성이 경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 적절한 보수를 받는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과 무급 돌봄 및 가사 노동
여성의 경제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요인은 교육 외에도 다양하다. 양질의 적절한 보수를 받는 일자리와 무급 돌봄 노동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규범은 종종 여성에게 적합한 것으로 간주되는 직업 유형을 제한하여 직업적 분리를 초래한다(ILO, 2016). 이로 인해 여성은 사무직이나 비공식 노점상 등 저임금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많은 노동 집약적 수출 산업은 여성의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악용하여 낮은 임금 지급한다(Elson과 Pearson, 1981, Razavi 외, 2012; Rai와 Waylen, 2014).
3.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역시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 중요한 요소이다. 여성 스스로 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은 종종 법적, 사회적인 장벽에 의해 가로막혀 자립을 불가능하게 한다. 은행 계좌, 대출 또는 기타 금융 도구가 없는 여성은 사업을 시작하거나 성장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경제적 기회를 더욱 제한 받는다.
4. 집단 행동과 리더십 및 사회 보호 시스템
집단 행동과 리더십은 여성이 조직화하고,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체계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공동의 노력을 통해 여성들은 노동 조건을 개선하면서 경제 활동을 늘릴 수 있다.
사회 보호 시스템은 여성을 지원하는 데 필수적이다. 저렴한 보육, 의료 서비스, 육아 휴직의 부재는 여성에게 부담을 주어 자녀와 가정을 돌보는 것 또는 일자리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Samman 외, 2016; Stavropoulou와 Jones, 2013; Razavi, 2011). 따라서 시스템을 통해 포용적이고 지원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근본적 장벽의 해체
직접적 요인들은 여성의 인권 문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하지만, 이런 직접요인들이 발생하는 이유, 즉 여성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실의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 노동시장의 특성
노동시장의 특성과 같은 근본적인 요인은 사회적 규범과 깊이 얽혀 있다. 갤럽 데이터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여성의 직업 선택을 제한하는 사회적 규범 및 관습이 널리 퍼져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직업 분리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특히 최극빈층 소녀들의 경우, 단순히 학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이를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Sperling 외, 2016).
2. 재정 정책
재정 정책 결정은 여성의 노동력 참여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육과 같은 공공 서비스가 불충분할 경우, 여성은 가사노동이나 자녀 돌보기 등 무급 노동력의 부담을 더 많이 떠안게 되고, 이로 인해 직업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Samman 외, 2016; Stavropoulou와 Jones, 2013; Razavi, 2011). 반대로 교육에 대한 지출을 늘리면 여성의 노동력 참여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Das 외, 2015 Gonzalez 외, 2015).
3. 법적 규제 및 정책
성 평등을 지지하는 법적 규제 및 정책은 필수적이다. 여성의 재산권을 제한하거나 창업 능력을 제한하는 법과 같은 차별적인 법은 상당한 장벽을 만든다. 또한, 기존의 차별 금지법이 실효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집행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4. 사회 규범
성별 규범과 차별적인 사회 규범은 아마도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근본적인 요인일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이러한 뿌리 깊은 믿음은 교육 기회부터 가정 내 의사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차별적인 규범은 여아의 교육 기회를 제한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선택을 제한하며, 재정적 자원에 대한 통제권까지 축소할 수 있다.
이러한 규범을 해체하기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 지역사회의 내부적인 대화와 외부 단체와의 협업, 법률 개혁 등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남학생들이 여권신장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것도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례 연구: 이론의 현실화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위한 투쟁은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방해하는 직접적, 간접적 요인들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두 가지 성공적인 사례 연구를 소개한다.
1. WORTH 프로그램: 소액 금융과 지역 사회를 통한 여성 역량 강화
네팔의 WORTH 프로그램은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의 모범을 보여준다. 1998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대출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프로그램은 금융 서비스와 비즈니스 교육 및 문해력 향상이라는 목표들을 결합하여 여성이 '사회적 기업가'와 지역사회 리더가 될 수 있는 지원 환경을 조성한다. 여성들은 마을 은행과 소규모 사업체를 직접 설립하고 관리하며 문해력을 향상시키고, 결과적으로 재정적 자립을 이룬다.
이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가지며, 여성의 자신감, 가정 폭력 감소, 지역사회 참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Valley Research Group과 Mayoux, 2008). WORTH의 성공은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비즈니스 기술 개발, 지원 네트워크 육성 등 여성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를 잘 보여준다.
2. 멕시코의 에스탄시아 (Estancias) 돌봄 프로그램: 무급 돌봄 부담 해결
멕시코의 Estancias 프로그램은 여성의 노동력 참여를 가로막는 주요 장벽인 육아 부담을 해결한다. 2007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취업모(최근에는 미혼모)를 위한 보조금 지원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수혜자 여성들은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었다(CNEPD, 2012; DGSDIA, 2014). 특히 이 프로그램은 무급 돌봄 노동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여 어머니들이 일과 가정의 책임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육아 지원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여성이 양질의 일자리 기회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는 당면한 보육 서비스의 제공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광범위한 경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사례 연구는 효과적인 개입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여러 요인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 도구, 기술 개발, 육아 지원, 지원 환경 조성을 결합한 WORTH 및 Estancias와 같은 프로그램은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보다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위한 올바른 방향
앞서 살펴보았듯,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에 대한 탐구는 사회적 규범, 경제 정책, 제도적 틀에 의해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력과 상황별 특수성이 핵심이다. 다양한 맥락에서 여성이 직면한 고유한 문제를 고려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지식 교환과 협업을 촉진해야 성공적인 개입이 완성될 수 있다. 정부, 시민사회단체, 민간 부문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변화를 위한 연합을 구축하는 것은 체계적인 변화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재정적 자원의 부족은 큰 걸림돌이다. 현재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위한 재정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관련 부문에 대한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하지만, 단순히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혁신적 변화를 촉진하고 여성 리더십을 육성하며 차별적 관행을 철폐하는 이니셔티브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의 목소리와 관점을 우선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의 전체 스펙트럼을 파악할 수 있는 강력한 데이터 수집 및 모니터링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이러한 데이터 시스템에 투자하면, 증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해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직접적 요인들과 간접적 요인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총체적 접근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 여성 노동력의 최대 활용은 포용적 경제 성장을 촉진하며, 여성이 번창할 때 가정이 번영하고, 사회가 평등해지며, 경제가 활성화된다. 여성들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지지하고 촉진하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의무를 넘어, 보다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이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활발히 참여할 때 그들의 잠재력이 발휘되고,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증대되며, 경제적 발전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때, 우리는 더욱 공평하고 번영하는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본 활동은 KOICA가 지원하고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이 수행하는 ‘개발협력 젠더 부문 정책-사업 통합적 역량강화’의 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