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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더렌즈 Jul 01. 2024

교육기회의 젠더장벽 허물기: 베이징 선언 이후의 방향




     유네스코의 2020 교육 보고서는 삶을 변화시키는 교육의 힘을 강조하며 차별에 맞서기 위한 상호교차적 정책을 촉구하고, 조기 임신과 학교 폭력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교육에서 양성 평등을 향한 진전을 평가한다. 그 평가의 기준으로서 보고서의 저자는 ‘교육’을 통해 빈곤을 극복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며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4(quality education)와 5(gender equality)를 조명한다. 또한 저자는 1995년 베이징 선언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을 향한 교육적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특히 진전이 불균등하다는 것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성 평등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격차는 좁혀졌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교육 분야의 성 불평등 문제 


     지난 20여년에 걸쳐 교육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성 평등을 향한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1995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초중등 교육에 등록한 여학생 수가 무려 1억 8천만 명이나 증가했다. 이 수치는 전체 등록자 증가의 55%를 차지하며, 중앙아시아 및 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의 지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남아시아에서는 남녀 동수의 학교 등록률을 달성하여 여학생과 남학생이 동등한 수의 학교에 재학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 불평등, 특히 교육 기회에서의 성 불평등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에서는 여전히 여학생의 등록률이 남학생에 비해 뒤처지는 등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이렇듯, 교육 분야에서의 성평등에 있어 지난 몇 년간의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초중등 교육, 고등 교육, 성인 학습 분야 할 것 없이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교육 환경과 그에 따른 고정관념은 건재하다. 특히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여성이 과소 대표되는 등 성별 분리는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여성의 과소 대표성은 여학생들이 STEM 과목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속적인 사회적 편견에 기인할 수 있다. 성인 교육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전 세계적으로 참여율이 크게 달라서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참여하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사슬 끊기: 세대 간 교육 형평성을 달성하는 방법


     부모가 자녀의 교육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현재도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교육적 불이익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부유한 국가의 소녀들의 교육 이동성은 진전을 보였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여학생과 남학생 간 교육 부문에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보다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한 핵심은 ‘타겟팅된 정책’에 있다. 교육비를 없애고 소외 계층을 위한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세대 간 교육 형평성을 달성하려면, 불이익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여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갈 수 있도록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돕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격차 해소: 교육에서의 성 평등을 위한 국제적 노력


     UN과 같은 국제기구는 교육에서 성평등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일환으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고 모두를 위한 평생 학습 기회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4(SDG 4)와 같은 프레임워크를 수립한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차별에 대한 법적 보호를 확립하고, 모든 성별의 평등한 교육 접근을 촉진한다. 하지만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한 이행 과제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유니세프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15~19세 여아 5명 중 1명이 이미 출산을 시작했을 정도로 조기 임신율이 매우 높다. 이 문제는 여학생들의 교육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쳐 학교 중퇴와 기회 제한으로 이어진다. 또한 학교 상담 서비스에는 성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보츠와나, 독일, 아랍에미리트 등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여러 국가에서 여전히 여학생들이 전통적으로 남성이 주도하는 STEM 분야로 진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담 프로그램이나 성 편견 해소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우리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조기 임신과 같은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의 국제 프레임워크가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기 위해 더 강력한 이행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적,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국제적 차원에서 성 편견 해소를 위한 교육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인지적 학교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포괄적인 성 및 생식 건강 교육을 통합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여학생들이 ‘정보’에 입각한 자율적인 선택을 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별 고정관념이 내재된 교과서


     교과서는 어린 학생들이 접하는 처음이거나, 어떤 경우에는 유일한 책이다. 이 말은 교과서가 성별 고정관념을 타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여성을 포함하지 못하거나, 포함되어도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화하는 데 그친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의 한 연구에서는 여성이 주로 수동적인 돌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등 영어 교과서 속 여성에 대한 representation의 경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44%, 방글라데시에서는 37%, 파키스탄의 한 지역에서는 24%만을 차지했다. 또한 의사와 과학자는 남성으로 묘사되는 반면, 댄서나 간호사의 경우에는 여성으로 묘사되었는 점에서 교육에서 평등과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성별 고정관념이 없는 교육 자료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교육 부문 개발 프로그램, 커리큘럼 프레임워크 및 정책 개혁을 통해 교육에서 성평등을 달성하고자 노력해 왔다. 교과서를 개정하고, 교사들에게 성인지 교육을 제공하었으며, 성인지 교육 방법론을 교사 교육 대학에 도입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은 남아 있었는데, 교과서에 그 원인이 있었다. 에티오피아 교과서에서는 남성이 강력하고 단호하며 지적인 리더, 의사 및 정치인으로 자주 묘사되는 반면, 여성은 약하고 순종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대부분 가사, 돌봄 및 보조적인 역할로 나타났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교과서 개발 및 검토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거의 없었고, 관련 교육이 부족했다. 1995년 이후 교과서 개정 과정에서 성별 연구가 포함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네팔은 성인지 교육 자료에 대한 지침을 도입하고, 전문가를 임명하여 교과서의 성인지 반응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 결과, 네팔의 교과서는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 네팔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교과서를 개정하는 데 진전을 이루었지만, 다른 많은 국가에서는 뒤처지고 있다. 이 보고서는 보다 균형 잡히고 포용적인 세상을 묘사하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 교육자, 학부모 간의 협력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이렇게 전통적인 성역할을 고착화하는 교과서를 지양하는 것과 더불어 성지향성, 성정체성 등의 개념과 관련된 교육 자료에 대한 개발도 필요함을 주장한다. 특히 보고서는 스코틀랜드와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 성소수자와 관련된 교육 콘텐츠 개발하고, 관련 프레임워크를 교육환경에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교육의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이행 매커니즘이 필요하며, 국제적 프레임워크가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 성인지적 학교 상담과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포괄적인 성 및 생식 건강 교육을 통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여학생들이 정보에 입각한 자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교과서와 교육 자료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교사의 성 역할 고정관념 


     성별 규범과 고정관념은 유년기에 형성된다.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전통적인 성역할을 드러내고, 성별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진로 선택을 결정한다. 교사들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성별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이는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의 자기 인식과 학습 동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서는 성 역할 고정관념 가진 교사에게 배정된 여학생들이 수학 성적이 낮았고, 덜 도전적인 중등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교직 내 성별 균형 및 다양성은 교육에서 성평등을 이룩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이다. 여성 교사들은 낮은 교육 수준에서 과잉 대표되지만, 상위 중등 및 고등 교육에서는 그 비율이 현저히 낮다. 이는 교육 관리 직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남성 지배적인 분야와 STEM 분야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낮은 것을 보여준다.


     불가리아에서는 1995년부터 2018년까지 교직 내 여성 비율이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여성 교수의 비율은 12.5%에서 40%로, 부교수는 28%에서 47%로, 조교수는 44.5%에서 53%로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위직과 리더십 직책에서는 남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2018년 기준으로 대학 총장 중 여성은 21%에 불과하며, 2000년에는 8%였다. 교육부 장관직 역시 1879년부터 지금까지 96명 중 단 5명만이 여성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리아 정부는 교사 급여 인상과 같은 정책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학교 시설과 환경


     학교 시설과 환경은 학생들의 학습 경험과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여학생들은 안전하고 위생적인 학교 환경이 중요하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학교 내 화장실과 같은 기본 시설조차 부족하여 여학생들이 학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안전한 학교 환경이 보장되지 않으면, 여학생들은 성폭력과 같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모든 학생들이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기본적인 학교 시설의 부족은 심각한 문제이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초등학교의 78%만이 성별에 따라 구분된 기본 위생 시설을 갖추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이러한 시설 부족은 큰 장애물이다. 약 3억 3,500만 명의 여학생들이 생리 위생 관리에 필수적인 시설이 없는 초중등학교에 다닌다. 이로 인해 많은 여학생들이 생리 기간 동안 결석하거나 심지어 학업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학교 내 성폭력은 포용적이고 질 높은 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여학생들은 언어적, 성적 괴롭힘과 폭력에 더 자주 노출된다. 이는 여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심리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론 및 제언


     1995년 베이징 선언과 행동 강령 이후 교육 성평등을 향한 큰 진전이 있었다. 특히 초등 및 중등 교육에서 성별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고, 여성의 고등 교육 참여도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교육 기회에서의 평등을 위해 교육 수준에 따른 차이를 줄이고, STEM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교직과 교육 자료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제거해야 한다. 젠더에 기반한 성폭력으로부터 해방된 안전한 학교를 조성하고, 통합적인 성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비정부기구, 지역사회, 그리고 국제기구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본 활동은 KOICA가 지원하고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이 수행하는 ‘개발협력 젠더 부문 정책-사업 통합적 역량강화’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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