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생활 중인 고3이 아들.
"밤만 되면 진짜 너~무 배가 고파. 간식거리 좀 사줘."
강철도 소화시킨다는,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의 아들은 기숙사 생활로 이른 저녁을 먹고 나면 밤마다 배고픔에 시달린다고 했다.
방학기간이라 아침, 점심은 업체에서 배달해 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저녁도 근처에 식당이 없어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하고 밤이 되면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잠을 잔다고 간식을 준비해 달라고 하는데 기숙사에 놓고 먹어도 상하지 않을 간식이란 게 두유나 시판용 빵류... 아들이 좋아하지 않는 닭가슴살, 핫바 정도.... 밥이 먹고 싶다는데 기숙사 안에서 밥을 장시간 보관 하기도 어렵고 먹을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냥 편의점에서 저녁 먹을 때 삼각김밥 같은 야식을 더 사서 가지고 있다가 먹으라고 했지만 엄마맘이 짠하다. 밤에 코피까지 터진다 하니 남들처럼 보약도 못해 주는데 밥마저도 부실해서 더 맘이 짠하다.
그런 아들이 어느 밤 카톡을 보냈다.
엄마.... 이번 주말엔 전어회가 먹고 싶어!
왜 뜬금없이 갑자기 전어회지?
전어가 벌써 나오나?
제주도에는 전어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아~~~~~~진짜 전어회 사주고 싶다.
어디 가서 잡아라도 주고 싶다.
하지만 당장 제주도에서 전어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방학 때도 일주일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토요일 밤에 9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일요일엔 동네학원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갔다가 월요일 7시에 다시 기숙사로 출발하는 대한민국의 고삼이.
진심으로 진심으로 전어회 사주고 싶다!!
나름 큰 하나로마트를 가서 회코너의 직원분께 전어회를 살 수 있는지 여쭤 보았다. 전어회는 월, 수, 금 3번 들어온다는 나름 반가운 답변을 얻었다.
금요일 사서 냉동보관을 해야 하나?
그렇게 먹어도 되나? 그래도 회인데....
그날은 구입을 못하니 다른 해산물들을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 아들이 돌아온 그날 저녁
전어회는 다음 주 금요일 다시 가서 알아보겠노라. 냉동이든 냉장이든 가능하다면 사주겠노라 약속했다.
주말이 지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아침.
입을 옷이 없다고 툴툴거리는 아들.
며칠 전부터 입을 옷이 없다고 구시렁거려서 나름 티 3개를 미리 구입해 두었다.
하지만 아들은 일부러 눈에 띄게 놓아둔 옷을 본 척 만 척했다. 나름 옷을 구입한 기준이 있었다.
아들은 보통 2만 원 중반대의 티셔츠를 산다.
그러니 나는 2만 원 후반대, 3만 원 초반대의 티셔츠를 샀다.
내가 사준 옷들은 거의 입지 않으므로 나의 취향보다 대중의 취향을 믿는다. 판매지수가 높은, 후기가 많은 옷으로 선택한다.
독특한 디자인은 실패의 확률이 높으니 최대한 무난한 디자인을 고른다. 베이지색 티 1장, 가로무늬 단가라티 1장, 흰색티 1장.
웬만하면 입겠지....
그렇게 고른 3장의 티셔츠를 아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냥 좀 입어주면 안 되나????
엄청나게 촌스러운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특이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니?
"왜 안 입는 건데? 그냥 좀 입으면 안 돼?"
버럭 화를 내었더니....
"왜 안 입는지 도대체 왜 모르는 거야?"
오히려 나에게 버럭 화를 내곤 민무늬 흰 티를 입고 나가 버린다.
저... 저.. 저..... 나쁜 놈의 시키
내가 전어회 사주나 봐라.....
상처 입은 내 마음.
그리곤 그날 밤 날아온 카톡링크
자기가 원하는 티셔츠 구매링크.
뭐라는 거야?
전어회도 사주고 티셔츠도 사 주란 거야?
나한테 그래놓고 나갔으면서....
고삼이가 벼슬이다.
빨리빨리 지나가자... 어디라도 좋으니
어디라도 합격해서 고삼이만 탈출하자.
금요일 저녁 나는 전어회를 찾아 마트로 달리겠지?
고삼이는 벼슬이고, 고삼이 엄마는 죄인인가?
그래도 해주고 지나가야 내 마음이 편하겠지.
퇴짜 맞은 티셔츠들은 그냥 내가 입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