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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반짝이는 조각들
내 똥도 사랑할 수 있어?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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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양
Jul 24. 2024
13살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배스킨라빈스에서 먹고 싶다던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오던 길이였다.
"엄마, 배가 아파. 방구가 나올라고 그래. 엄마는 내가 지금 차에서 방구 뀌어도 날 사랑해 줄 수 있어?."
"똥 싼 것도 아닌데 내 사랑이 그 정도도 극복 못 할까 봐? 딸램의 방구냄새는 내가 극복해 줄게. 방구 뀌어도 사랑할 수 있어."
"그래, 그럼 내가 차에서 똥 싸도 사랑해 줄 거야? "
"음, 일이 좀 많아지겠는데. 니 빤스 니가 빨고, 목욕하고, 차 청소까지 깔끔하게 끝내면 똥 싸도 사랑해 줄게."
“치~~~, 엄마들은 자식들 똥도 사랑스럽다는데 엄마 사랑은 그 정도밖에 안돼?”
“야~~, 그건 아기들 황금똥이나 그런 거지. 13살 딸램똥 사랑스러운 엄마가 어딨냐? 넌 내 똥 사랑해 줄 수 있어?”
“엉! 나는 엄마똥 사랑해 줄 수 있어.”
“그래? 그럼 올해 너 생일선물은 엄마똥 이쁘게 포장해 줄게.”
티격태격 깔깔거리며 똥이야기로 냄새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말처럼 한때는 노란 황금똥만 봐도 어쩜 이렇게 똥도 잘 싸나 대견스러운 날들이 분명 있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그래서 똥조차도 기특하고 대견하고 사랑스럽던 시절이, 그렇게 냄새나는 똥마저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부쩍 말하다가 서로 말이 안 통해서 화가 나고 그래서 한 시간 동안 대화금지의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생각이 커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순하던 아이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설득이 안 되는 아이를 만나면 부글부글 나의 감정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딸,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는 자세로 살아. 더럽다고, 냄새나서 힘들다고 고개 돌리지 말고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그럼 어디서든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단다. 나는 내가 싼 똥 너! 열심히 키워 볼게.”
조금만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이 고개를 들 때마다 똥마저도 기특하던 그때의 너를 자주 불러야겠어.
“아기 때의 황금똥만큼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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