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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양 Aug 26. 2024

누구랑 살 거야?

우문현답

보통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면 넷플에서 찾아 프로그램들을 뒤늦게 시청하는 편.

친구들의 이번주 추천은 굿 파트너.

이혼 전문변호사의 이야기.

주말 내내 첫 화부터 몰아보기를 시작했다.

변호사 차은경의 딸 재이는 부모가 이혼할 경우 누구와 함께 살아야 할지 선택하는 상황에 놓였다.

바람피운 아빠지만 언제나 자기에게만큼은 다정하고 헌신적이었던 아빠와 당당하지만 언제나 바쁜 일정으로 재이에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

멍청한 질문인 줄 알면서 또 궁금한 건 뱉고 보는 나란 사람.

옆에서 유튜브 시청 중인 딸에게 물었다.


"딸램, 엄마랑 아빠랑 이혼하면 넌 누구랑 살 거야?"


나를 선택해 줄 거라는 자신감이 있진 않았다.

난 표현이 무덤덤한 갱상도 여자이고,

남편은 고딩 아들에게 들이대고 뽀뽀를 할 만큼 살가운 서울남자이므로...

"왜? 엄마랑 아빠랑 이혼하려고?"

"아니, 안 하지만 궁금하잖아. 엄마아빠 헤어지면 넌  누구 선택할지 궁금해. 강요하지 않을게"

"나? 난 산이랑 같이 사는 사람이랑 살 거야. 산이 따라갈 거야."

" 음.... 너랑 살고 싶으면 젤 먼저 산이(강아지)를  놓치면 안 되겠네."

"맞아 맞아. 산이의 선택을 받아야 해."

" 알았어. 참고할게."

드라마에선 이런저런 상황으로 결국 엄마를 선택했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기울어지지 않은 마음.

우리 둘을 똑 같이 사랑하나 보네.

산이에겐 밀렸지만 그 대답. 맘에 들었어.

단번에 '엄마' 했어도 아빠와의 교감에 문제 있나 걱정되고, '아빠' 했어도 서운했을 나의 어리석은 질문에  똑똑한 답변을 한 딸램이 기특하다.




그러고 보니 수시 지원학교 고민하는 고3이 오빠 옆에서 이런 이야기도 했었다.

"오빠들 다 육지 가고 너도 육지로 대학 가면 엄만 심심해서 어쩌지?"

"산이랑 놀아."

"엄만 산이랑 노는 거 재미없는데."

"그럼, 아빠랑 놀아."

"아빠랑 뭐 하고 놀지? 우린 노는 게 너무 달라."

"그래? 그럼 나랑 같은 대학을 가자. 나 따라와."

"음.... 네가 어딜 갈지 모르지만 내가 갈 수 있을까? 아직은 너보단 낫겠지만 고3의 딸램보다 공부 잘할 자신은 없는데."

"엄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마."

너까지 너 길을 찾아가면 많이 심심하겠다 걱정만 했지 너 따라 대학 갈 생각은 못했네.

전공부터 고민해 봐야겠다.

진짜 따라간다면  당황스러워하겠지?




넌 아직 13년 밖에 안 살았는데 어째 나보다 지혜로운 듯.  다음에도 궁금한 게 있으면 너한테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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