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어서까지 서울에서 줄곧 살았지만 전라도 고흥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5살까지 살았던 남자.
기억도 날 것 같지 않은 그 유년의 시간은 뇌가 아니라 붉은 피속에 간직된 듯 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무시무시한 서울에서 이제 막 서울로 올라온 갱상도 시골 아가씨가 만난 그 남자는차가운 도시남자 서울깍쟁이 같지 않고 간지럽게 이름을 불러주던 해맑고, 유쾌하고, 듬직한 남자로 다가왔다.결국 바닷가에서 태어났던 남자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마냥 바다냄새를 찾아 3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제주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도, 무서운 물귀신도 개의치 않고 낮도 밤도 상관없이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 어느 새벽 2시 바다 나가서 잡아 온 광어/ 양식장 밖으로 탈출해서 그 주변 바다에서 살던 빠삐용 광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2009년 6월 초
설레이는 마음과 작은 텐트와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들 그리고 개구장이 아이들과 함께 목포항에서 제주로 들어왔다. 2010년 제주살이를 계획하고 있던 터라 무리하게 시간을 길게 내어 이른 여름휴가를 왔었다.
꿈의 제주... 삭막하고 거대한 회색도시를 벗어나 에메랄드빛의 평화스런 꿈과 환상의 섬 제주로...
차원이 다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냥 마음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6월의 제주는 붕붕 날아 다니는 우리 마음을 식힐 필요가 있다는 듯 9일 내내 비, 비, 비가 계속 되는 날이였다.
9일동안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제주 한바퀴!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텐트 치고 놀다가 이동하는 야외 방랑생활은 어려워졌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건 서귀포는 비가 오는데 제주시는 해가 있고 제주 안에서도 지역적으로 날씨가 다른 날이 많아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해가 나면 텐트를 말리고, 하루는 텐트에서 자고, 하루는 펜션에서 재정비하고, 또 하루는 아이들 좋아하는 찜질방도 찾아 가며 제주를 즐겼다.
화순 해수욕장에 텐트를 친 날이였다.
그때는 화순해수욕장 항만공사가 진행되기 전이라 해수욕장 깊이도 완만하고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사진에서나 보던 일몰이 지나가고 밤이 되자 여기저기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고 여기저기 작은 불빛들이 보였다.
측근에서 관찰한 결과 채집생활의 필수자질은 첫째는 호기심,
둘째는 부지런함,
셋째는 실행력 이다.
불빛과 환호성의 근원지를 찾아 몸을 일으켜 가 보아야 한다.
저 소란의 원인을 찾아 볼거라는 호기심, 그리고 호기심을 해결한 후 나도 그처럼 따라 모방해 보는 실행력. 그게 비결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