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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 Jun 10. 2024

뭐먹살 ep3-3. 교대 출신 개발자가 전하는 꿀팁

문제 해결보다 문제 정의가 더 중요하다

부진 씨만의 힐링 방법은 뭔가요?

무조건 운동이요. 오늘도 수영을 다녀왔답니다. 수영, 헬스, 러닝을 하는데 하고 나면 에너지가 채워져요. 생각도 비워지고요. 아침에 운동하고 나면 그날 하루가 뿌듯해져요. 책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것도 힐링이고요.

그리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해요. 제가 독서 모임에서 만난 언니들이 있는데 그 언니들이랑 얘기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 치유가 돼요. 삶의 방향이나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하고, 배울 점도 많아요. 

저는 관계에 대한 욕망도 크거든요. 우정을 중요시하고요. 경제적 자유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주변 사람들이기도 해요.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필요할 때 그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거든요.


주변 사람들을 위해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 맞네요. 연예인 서장훈도 돈 많으니까 좋은 점이 주변에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되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럼 부진 씨의 목표는 경제적 자유인가요?

우선 부동산 취득이 목표였는데, 이번에 미분양 아파트 청약이 되어서 그건 이뤘고요. 급여를 더 주는 회사가 있다면 이직하고 싶기도 해요.

근데 좋은 동반자를 찾는 것도 저의 중요한 목표예요. 동반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과 관계를 잘 쌓아가고 싶어요. 


결혼 생각이 있나요?

그럼요. 아이도 낳고 싶어요.


개발자를 하면서 임신, 출산,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나요?

잘은 모르는데 제가 아는 분 중에 AI 전문가가 계세요. 스타트업 회사에 그분 이름이 얹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투자 가치가 올라가는 그런 분이세요. 그분은 육아 휴직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더라고요.


대체될 수 없는 인력이 되면 되갰군요. 본인도 그렇게 될 생각이 있나요?

글쎄요. 슈퍼 노동자가 되는 것보단 자본력을 갖추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딘가에 기대기 싫거든요. 회사도 그렇고, 정부 복지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사들 연금 개혁된 것처럼. 그래서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개발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시터를 맘껏 쓸 수 있는 자본력을 먼저 갖추고 싶어요. 육아에는 많은 부분이 있지만 그중 단순노동도 있잖아요. 빨래나 설거지 같은 것. 그런 걸 최대한 외부에 맡기고 싶어요. 저는 지금도 ‘런드리고’ 잘 쓰거든요.


초등교사 커뮤니티를 보면 개발자로 이직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이직 선배로서 꿀팁 하나만 알려주실 수 있나요?

우선 개발 공부는 우리가 했던 공부랑 굉장히 달라요. 제가 개발 배우면서 “님이 공부는 잘했을지 몰라도 개발은 달라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요. 문제 해결 방법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공부는 진짜 일부일 뿐이에요. 개발에서는 문제를 풀어야지, 학자처럼 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면 안 되거든요. 제가 자주 했던 실수예요. a라는 일을 시키면 a’를 공부하고 있으면서 그걸 자각하지도 못했죠. 사실 a’를 외우고 파헤치는 건 아웃풋도 아니고 성과도 아니거든요. 

그리고 문제 해결보다, 문제 정의가 더 중요해요. 개발할 때 뭔가 잘 안 풀리면 문제를 한 줄로 정의해서 써보세요. 막상 쓰고 나면 큰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잘못됐을 수도 있고요. 

요약하자면 ‘공부보다 문제 정의가 더 중요하다, 효율적인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찾아라, 앉아서 학문하듯이 파고 있지 말고 뭐든 부딪혀보고 실행해 봐라’ 이 정도로 말할게요.


그럼 이제 공통적인 질문을 하면서 마무리할게요. 교대나 교사가 안 맞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떠나라! (웃음)

대학 입시나 임용고시를 견뎠던 사람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어떤 걸 하든지 행복한 순간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결실을 얻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한데 교대생들은 이미 그걸 갖고 있어요. 근데 너무 참기만 하지 말고, 다양한 생각도 해보고 이것저것 시도하고 중간 방향을 조정해 보세요. 그럼 나중에 나 자신한테 후회할 일 없이 더 나은 내 모습으로 성장할 거예요.

그리고 스스로를 믿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넓고 별별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팀노바 들어갔을 때도 거기에 은행원, 직장인 등 다양한 분들이 있었어요. 저는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막내였고요. 지금도 독서 모임이나 부동산 스터디 같은 데를 가면 제가 막내거든요. 교대생들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그렇지 막상 사회에 나오면 나이가 많은 게 아니에요. 내가 뭘 원하는지를 고민해 보고, ‘이걸 감히 내가?’라는 생각이 아니라 ‘이건 포기 못 하겠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해 보세요.


부진에게는 세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대학생 때 부진은 쾌활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인싸’였다. 노는 것도 좋아했고, 주변 친구들에게 많이 맞춰주는 스타일이었는데 3학년 때 늦깎이 사춘기를 겪으며 내적인 고민과 자아 탐구를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전보다 차분해진 부진은 소수의 사람들과 깊이 어울리는 걸 선호하고, 인생의 방향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코딩학원에서 들었던 자본주의 강의. 원래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지만 팀장님의 강의를 들으며 일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게 동력이 되어 취업 후 부진은 대학 축제에서 장사도 해보고, 저녁마다 스타트업 창업을 연구하고, 전자책을 출판하는 등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식과 부동산에도 계속 관심을 둬 얼마 전에는 수도권 작은 아파트도 매입했다. 

세 번째 터닝포인트는 독서 모임에서 만난 언니들이다. 언니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쌓아나가며 부진은 본인 안에 있던 관계에 대한 욕망을 자각했다. 마냥 주변 사람들에게 맞춰주던 대학생 때와 경제적 자유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사회초년생 시기에서 나아가 요즘 부진은 목표지향적인 ‘갓생’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현생’ 사이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찾는 중이다.


졸업 후 반년에 한 번씩은 부진과 만났다. 볼 때마다 그녀는 훌쩍 성장해 있고 각종 사이드 프로젝트를 게임 퀘스트처럼 깨서 나에게 보여줬다. 굉장한 자극이 됐지만 부진이 사는 삶의 방식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나와는 다른 사람이야.’ 하고 거리를 두곤 했다. ‘나는 체력이 안 돼, 나는 저만큼 야망이 크지 않아.’라며 나름의 자기합리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부진이 나와 그렇게 다른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녀는 엄청난 체력을 가졌거나 비범한 사람이 아니라 일관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이었다. 사실 그도 교생 실습 때는 집에 오면 바로 뻗었고, 말 많이 하면 지쳐서 쉬어야 하고, 스트레스받으면 몸이 아픈 사람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슈퍼맨같이 초인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부진은 자신한테 어떤 루틴과 환경이 최적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최상의 것을 찾아내고 유연하게 또 우직하게 그걸 실천해 왔다. 교사라는 직업이 기가 많이 빨리는 걸 알아채고 프로그래머를 선택하거나, 아침에 정신력이 가장 또렷한 걸 자각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공모주를 공부하는 등 자신한테 맞는 최선의 효율을 찾아서 꾸준히 유지했다.

김진영 다큐 에세이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나는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를 성장하게 돕는 환경은 어디일까? 나를 건강하게 해주는 루틴은 무엇일까? 부진은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이 있는 것 같았다. 나 또한 이걸 찾으면 지금보다 쉽게 생산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더 나은 환경과 루틴이 이직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이 또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부진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내 응원 아니어도 이 친구는 성공하고 잘될 거지만. 그래도 팬처럼 지켜보려고 한다.

언젠가 멋들어진 스타트업 대표되면 나 그 건물 청소부라도 시켜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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