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면직을 고민하는 초등교사A
왜 당장 의원면직 하고 청소년 복지센터 구인란에 지원하지 않는가?
6.1자, 혹은 7.1자로 면직하고 홍대 쪽에 집 구해 들어간 다음 저기서 일하는 삶을 상상해본다. 겸직이 가능하다면 남는 시간에 마포구 어디든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월200은 벌 거고, 민원에 대한 두려움이나 1년을 온전히 내가 맡아야 한다는 중압감은 덜할 것이다. 그럼 뭐가 고민인가?
① 했는데 지금보다 별로라면? 물론 현재 나에게는 초등교사가 최악이지만. 아직 정확히 저 일이 어떤지 모른다. 민원이 없지만 상사가 나랑 안 맞을 수도 있는 거고. 은근히 체력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요할 수도 있고. 만약 저 일이 초등교사보다 별로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가? 기간제 교사는 가능하지만 정교사는 할 수 없다. 기간제 교사만 계속하는 삶은? 그것도 괜찮은데.
② 기간제 교사는 육아휴직을.. 쓸 수는 있는데 제한이 있다. 지금 찾아보니까 6개월 이상 일하면 가능하다고 나오네. 근데 6개월 후에 애 낳으러 들어갈 교사를 기간제로 뽑을까가 의문.
③ 어딘가 소속되고 싶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고싶은 마음이 남아있다. 아주 실날같은 희망이긴 한데 이거 때문에 세종에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거기도 하다.
④ 스물아홉의 나는 마포구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타투 좀 하고, 페일제이드 티셔츠 입고, 개방적인 사람들과 일하고 싶지만 과연 30대의 나는? 40대의 나는? 50대, 60대의 나도 그럴까? 그때 되면 교사가 어떨까? '나이 먹어 봐라 교사만한 직업 없다' 이 말의 굴레 속에서 아직도 못 벗어났나보다. 이게 아직도 발목을 잡는다.
⑤ 일단은 지금 하는 것들(인터뷰+인스타툰)을 좀 더 해보고싶다. 애초에 올해까지는 이것들 끝까지 마무리해보고 싶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계속 학교에 남을 것인가? 그건 아니다. 5년-10년 안에 관두고 싶다. 만약 진상 학부모나 극악의 민원을 만난다면 그 전에도 언제든 그만둘 의향이 있다. 월 200 받겠다고 그걸 버티면서 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고싶지 않다. 그럼 어떻게..?
① 지금 하는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되 매일 발전시키자. 하면 할 수록 부족한 것들이 보인다. 일러스트레이터랑 인디자인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카피라이팅/브랜딩/마케팅, 뭔가를 기획하거나 글 쓸 때 제목 붙이는 것도공부해야 한다. 공부할 게 천지다. 부족한 게 보일 때마다 그때그때 배워나가면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이직할 수 있겠지.
② 하고싶은 걸 정하고 관련 스펙, 경력을 쌓자. 예를 들어 청소년 진로 교육, 문화예술교육이 하고싶으면 이런 업무나 연수를 찾아보자. 성인 대상 행사 기획, 경험 제공에 관심이 있으면 스펙은 못 쌓더라도 경험을 해보자. 목포 괜찮아 마을, 강화도 잠시섬, 데스커 워케이션, 오피스제주 같은 곳들 찾아다니면서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자.
리댁션 책방지기님께서 '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렇게 고민하고 헤매는 게 나쁘지는 않다. 고민의 궤적, 지그재그 모양인 내 삶의 경로가 남들과는 다른 나를 만들어줄테니.. 그게 공무원 사회에서는 이상한 사람이겠지만 또다른 어떤 곳에서는 특별한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