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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digoB Apr 12. 2024

산신령의 속사정

금도끼, 은도끼 같은 소리

너무나 정직해서

대박 난 나무꾼에 관한 소문이

삽시간에

주변 마을 이곳저곳으로

널리 퍼졌다.

 

나무꾼이 사는 마을

바로 옆엔

 '욕망덩어리'라는

이웃 마을이 있었다.


그곳사는

'욕심이'라는

나무꾼이 이 소문을 듣고


 '오호라,

이거 큰돈 벌 기회잖아.

나도 가서

산신령에게 잘 보여서

금도끼, 은도끼 얻어와야지!'

고 생각했다.


수소문 끝에

산신령이 산다는

신비한 연못으로 찾아간 욕심이.


일부러 남루한 옷을 골라 입고

낡은 쇠도끼를 챙겨 왔다.


이제부터 쇼타임.


정직한 나무꾼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쇠도끼를 번쩍 들어

나무 기둥 옆구리를

도끼로 휘둘러 찍었다.  

읏챠, 읏챠.


세 번째로 휘두르다 슬쩍,

도끼를 연못에 빠트린 욕심이.


바로 주저앉아

서럽게 엉엉 울면서

산신령이 나타나주기를

기다렸다.


한 십분 정도 시간이 흘렀나.

 

드디어

기다리던 산신령이 나타났다.

산신령이 묻기를

"너는 왜 여기서 울고 있느냐?"

라고 했다.


욕심이는 마음속으로

'옳다구나, 이거야.'

라고

쾌재를 부르며 준비한 대답을 했다.


"저의 소중한 도끼를

그만

연못에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저한테

그 도끼가 없으면

나무 베어 받는 품삯을  벌지 못해,

늙은 어머니께

따뜻한 진지를 

지어 드리지 못합니다요."


근엄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욕심이의 대답을 듣고 있던 산신령.


말없이

연못 속으로

 스르륵, 하며 사라졌다.

또다시

십여 분이 흐르자


산신령이 스르륵, 하며

다시 물 밖으로 나타나

도끼 하나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 도끼는

욕심이가 빠트린 쇠도끼가 아닌가.

어찌 된 일까.


욕심이가 

계획한 대로 라면


산신령이

번쩍번쩍한 금도끼를 보여주며,

 

이 도끼가 네 도끼냐고

물어볼 타이밍인데.

?

?

?

?

?

산신령이 말했다.


"너, 나무 베기 전에 이 경고문 봤니?

너 말고

벌써  다녀간 나무꾼이

100명이다.


딴 연못으로 이사를 가던지 해야지. 


너희가 던지는 도끼에 맞아

내가

자꾸 머리가 깨진다.

마이 무따 아이가, 고마해라!"

라고 하며


연못 옆,

나무 기둥 위를 가리켰다.



여기서 나무 베다가 도끼 던지지 마시오!

이 연못은 산신령 개인 사유지로

허락 없이 임업 및 채취 행위를 금지한다.

만약 나무 베다가 도끼 빠트리면

도끼 압수, 반환하지 않는다.

산신령


헉,

이건 무슨 소린가.

도끼를 돌려주지 않는다니.


욕심이가 산신령에게 간곡히 청했다.


"제가 뭘 잘 몰라서

신령님께 해를 끼쳤습니다만,

이번 한 번만 용서하셔서

제 쇠도끼를 돌려주십시오." 

산신령이 대답했다.


"요즘

병원비가 엄청 비싸더라.

우리 같은 특수 직종은

보험도 안된단다.


너희가 빠트린 도끼라도

중고거래로 팔아,


치료하는데 보탤 테니


좋은 말 할 때

썩 꺼지거라!"


금도끼, 은도끼는커녕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쇠도끼도 뺏긴 욕심이.

.

.

.

.

.


아무리

온 세상에

꼼수만 부리며

남 등골 빼 먹는

사기꾼 천지라지만


그래도

정직하게 각자 할일

성실히 하면서,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마음으로


사기 당해서

억울한 일 없도록


조심, 조심하면서

양심껏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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