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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digoB Apr 15. 2024

불현듯 훅 치고 오는

감정이 뭘까?

 약속시간 보다 십여 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카페 출입문을 밀자 짤그랑, 하는 소리가 나를 맞는다. 들어간 입구에서 실내를 바라보니 왼쪽에 오더 바가 보인다. 여유롭고 꽤 한산한 분위기다. 오더 바 건너, 베레모 같은 갈색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서 있다. 난 남자의 시선을 느끼며 오더 바로 향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돌아서, 바로 보이는 창가 자리를 선택해서 앉는다.


그 순간 또다시 짤그랑, 하는 종소리가 음악소리를 뚫고 카페 내부에 울려 퍼진다. 그일까, 고개를 돌려 출입구를 주시한다. 아니다. 민트 컬러 맨투맨 티셔츠를 다정히 맞춰 입은 커플이다. 그들은 각자 마실 음료를 주문하고, 내가 앉은 테이블 건너편 자리로 와서 나란히 내쪽을 향하고 앉는다. 남자의 팔에 매달려 있던, 생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여자가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면서 엉겁결에 나와 눈을 마주친다. 겸연쩍어진 내 눈길이 괜스레 창 밖을 향한다.


이미 약속 시간이 십오 분쯤 지났다. 좀 전에 도착한 아메리카노 커피 잔에서 스멀스멀 연기와 함께 고소하고 쌉싸름한 커피 향이 내 얼굴께로 올라온다. 그는 아직 오지 않았다.


맞은 자리 텅 빈 의자가 허전하다. 커피가 식어가고 있었지만 왠지 마시고 싶지 않다. 차마 고갤 들 수 없다. 다정한 두 남녀가 나지막이 속삭이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우두커니 보고 있을 순 없으니까. 반대로 자리를 바꿔 앉아볼까. 그러기엔 때를 놓친 듯하다.


커피 잔만을 응시하고 있다 보니 갑자기 주변에서 들리던 음악, 커피 머신 돌아가는 소리, 차 스푼과 잔이 부딪히는 소리, 테이블 다리가 바닥면에 긁히는 소리, 온갖 소리들이 한순간 시간이 멈춘 듯 정지된다.


이 공간에 나와 이 테이블만이 남은 것처럼 적막해진다. 


그는 아직 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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