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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숨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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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숨 Jan 26. 2020

층간소음보다 무시무시한 벽간소음 일화

새로 지어진 집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이사온 집은 방음이 취약하다. 

가뜩이나 예민한 내게 새벽 두시까지 이어지는 옆 집의 대화소리와 티비소리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이 빌라의 독특한 건축설계로 내 방이 옆집 거실과 바로 연결된 것이 소음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새벽 두시에 겨우 취침을 이루던 둘째날

나는 더는 못참고 옆집에 간곡한 요청의 내용이 담인 편지를 남겼다. 작은 선물과 함께. 


그리고 어제밤 열두시경 귀가한 집에서는 옆 집에서 들리는 소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내 책상엔 사촌동생이 받아온 쪽지가 놓여있었다. 

요는 방음처리가 취약한 것을 몰랐고 새벽에만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어 새벽까지 남편과 대화를 나누었으나 앞으로는 조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곧 아기가 출산하는데 그때도 거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옆집을 무례한 가족으로 단정지엇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도시인의 삶은 참 팍팍하다. 

방음설계만 제대로 되어있었다면

간밤에 옆집에 쪽지를 남기는 일따윈 없었을테고

남의 집 가정의 평화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간섭따윈 필요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예민하고 상대가 무례한 탓이 아니다. 

이 빌어먹을 서울에 편중된 경제기반과

그 수요에 맞춰 얼렁뚱당 지은 집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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