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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학 May 10. 2024

야생화 이야기

11. 할미꽃, 동강할미꽃


깊은 산 북사면에서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 같은 이른 봄꽃이 피고 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 빨리 꽃을 피우는 곳이 양지바른 무덤가일 듯 싶다. 무덤은 귀신과 봄꽃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곳 경기북부에서는 3월 말쯤 할미꽃을 시작으로 제비꽃, 솜방망이, 솜나물, 큰구슬붕이들이 무덤가를 찾는다. 그 뒤를 이어 각시붓꽃, 은방울꽃, 둥굴레, 애기나리, 으아리, 털중나리, 타래난초들도 한자리씩 차지하기도 한다. 그만큼 무덤가는 야생화의 보고라 하겠다. 

할미꽃: 붉은자주색의 꽃받침 잎이 화려하다 

할미꽃이 제일 좋아하는 곳도 무덤가다. 예전에는 어디에서나 쉽게 만나던 꽃, 누구에게나 익숙한 꽃이라지만 개발이 만연하면서 정작 야생에서 만나기 힘든 꽃이 되어 버렸다. 할미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답지 않게 굉장히 화려하다. 붉은자줏빛의 꽃잎에(사실은 꽃잎이 아니라 바람꽃처럼 꽃받침이 변한 것이다.) 풍성한 수술과 암술, 샛노란 꽃밥, 꽃 전체를 감싼 솜털까지 꽃은 할머니가 아니라 스페인의 정열적이고 열정적인 무희를 보는 듯하다. 

할미꽃: 동강할미꽃과 달리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할미꽃은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에서 만날 수 있지만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그것도 영월, 정선 등지의 동강 기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의 할미꽃도 있다. 동강할미꽃. 3월 중순이면 동강의 깎아지른 석회암 바위를 비집고 피는데 땅을 보는 할미꽃과 달리,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꽃의 색도 자주색, 홍자색, 분홍색, 흰색 등 다양하다. 요즘은 찾는 사람이 많아 훼손 우려가 있어 지자체에서 관광목적으로 심기도 한다. 2000년 이영노 박사가 일반 할미꽃과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동강할미꽃으로 이름지었다.

할미꽃이 어느 무덤가를 가득 뒤덮고 있다

동강할미꽃을 일반 땅에 심으면 몇 년 후 할미꽃처럼 변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두 꽃의 차이는 그저 환경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확인되지는 않은 얘기다.


동강할미꽃: 동강의 석회암 절벽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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