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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학 Jun 24. 2024

야생화 이야기

22. 금낭화, 돌단풍



산들의 야생화 중에도 인간세계와 잘 적응하는 꽃들이 있다. 비비추, 돌단풍, 산철쭉, 은방울꽃 등, 우리 화단, 정원에서 쉽게 접하기에 원예화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나름 귀한 대접을 받는 야생화다. 

깊은 산에서 만난 금낭화

금낭화도 그렇다. 거리를 지나며 이따금 남의 집 화단에 핀 금낭화를 만나는데 야생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별 감흥이 없다. 야생화는 야생에 있어야 제격이라는 못난 고집 때문이다. 다만   깊은 산 습한 곳에서 금낭화를 만나면 가슴부터 뛴다. 정작 야생에서는 보기가 그리 쉽지 않은 꽃이다. 야생에서 만나면 어쩐지 꽃 색도 더 붉고 짙은 듯하고 가는 줄기도 더 튼튼해보인다. 

금낭화: 위의 하트모양이 바깥꽃잎이고 아래 흰부분이 안꽃잎이다                    수정

금낭화는 꽃의 모양도 독특하다. 금낭화(錦囊花)는 이름대로 비단주머니를 닮은 꽃이라서 붙었다지만, 내가 보기엔 통닭을 거꾸로 매단 것도 같고, 삐삐 머리를 한 어린 소녀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 모양이 심장을 닮아 영어로는 'bleeding heart(피 흘리는 심장)'가 이름이기도 하다. 다른 꽃과 달리, 바깥꽃잎과 안꽃잎이 따로 있는 것도 특이하다. 저 붉은 삐삐머리가 바깥꽃잎(2장)이고 그 아래 하얀 얼굴과 목이 안꽃잎(2장)이다. 안 꽃잎을 떼어내어야 비로소 수술과 암술이 보인다. 보통 4월 중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돌단풍: 깊은 산 계곡 바위를 온통 덮고 있다

얘기했듯 야생화는 야생에서 만나야 제격이다. 깊은 계곡 바위틈에서 자라는 비비추는 원예화처럼 크지않아 귀여우며, 깊은 산 커다란 바위를 가득 덮은 돌단풍 무리도  힘차게 흐르는 계곡물과 함께 봐야 진짜 돌단풍이다. 돌단풍은 3월 말경 계곡 바위 사이에 피며 잎이 단풍잎을 닮았다. 돌단풍은 다들 잘 아는 꽃이니, 긴 얘기는 빼고 꽃만 감상하는 것으로. 

돌단풍: 계곡에 물이 불면 이렇게 물속에 잠기기도 한다

화단의 꽃도 아름답지만 산들에도 꽃이 있다. 조금 품이 들더라도 진짜 야생화를 보러 다녀오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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