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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학 Jun 26. 2024

야생화 이야기

23 당개지치, 반디지치, 지치



4월 중순 는쟁이냉이를 끝으로, 꿩의바람꽃, 얼레지 등 천마산 북사면 계곡의 이른 봄꽃들은 자취를 감춘다. 그늘지고 습한 자리는 이제 키작은 봄꽃이 아니라 40~50센티미터 정도의 키 큰 풀꽃들이 차지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주자가 아마도 벌깨덩굴이겠다. 아랫입술 꽃잎의 흰 수염  때문인지 어딘가 메기를 닮은 꽃. 하기야 벌깨덩굴은 굳이 그런 자리가 아니더라도 눈에 치일 정도로 잘 자란다. 내가 보기에 봄꽃이 물러난 골짜기의 진짜 주인은 당개지치다. 4월 20일경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를 찾아 꽃을 피운다. 

당개지치: 4월 말경 산골짝 그늘지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이름의 유래는 "중국에서 건너온 개지치"라지만 그래도 지치과 중에선 가장 미모가 뛰어난 아이다. 오갈피나무 잎을 닮은 5~6개의 잎 사이로 마치 낚시대처럼 휘어진 꽃대 끝에 투명한 보라색 꽃 3~5개가 피는데 여간 매혹적이지가 않다. 털이 가시처럼 난 꽃받침도 볼 만하다. 북방계 고산 식물이라 경기, 강원도 깊은 산이 아니면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그마저도 서식지가 많지는 않다. 

당개지치: 낚시대처럼 늘어진 꽃대 끝에 꽃이 모아 핀다. 꽃받침도 매력적이다.

지치, 모래지치, 개지치, 반디지치 등 지치과 식물은 대체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약효가 삼에 못지 않다는 소문에 남획이 심한 것도 이유다. 이곳 천마산에서도 삼지구엽초, 삽주, 천마 등 몸에 좋다는 이유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꽃들이 적지 않다. 세상에 몸에 좋은 것도 먹을 것도 흔하건만, 굳이 한 생명체를 멸종 위기로 몰아가면서까지 찾는 사람들이라니.  

반디지치: 남부 바닷가 양지바른 풀밭에 핀다

당개지치를 제외하면 다른 지치과 가족들은 바닷가 모래나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며, 피는 시기는 당개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치과 꽃(사진: 우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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