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깽깽이풀
식물원, 화단 등 주변에서 보기는 어렵지 않은데 정작 자연에서는 없는 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물매화, 바위솔, 깽깽이풀 같은 꽃들이 그렇다. 재배가 만만해 취미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지만 깽깽이풀은 과거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었을만큼 귀한 꽃이다. 지금도 자생지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름이 조금 이상하지만 깽깽이풀은 굉장히 아름다운 꽃이다. 6~8개의 투명한 자줏빛 꽃잎, 노랑 또는 흑자색의 6~8개의 수술, 연잎처럼 우아한 잎(그래서 황련黃連이라는 또다른 이름이 있다. 연잎처럼 물이 또르르 흘러내리기도 한다.), 역광으로 보면 더욱 투명해지는 자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한 때는 내가 제일 보고 싶어 하던 꽃이 깽깽이풀이었고 지금 내 작업실 컴퓨터 위에 걸려 있는 액자도 깽깽이풀(촬영: 곽창근)이다.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4월 초가 되면 야생화 애호가들이 줄지어 자생지를 찾지만 정작 제대로 된 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꽃을 피우고 사흘 정도면 시들기도 하지만 바람이 불거나 조금 굵은 비가 내려도 꽃잎이 충격을 받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잎이라도 봤으면 됐지라고 자위하며 돌아서고 만다. 그 정도로 잎이 아름답다는 얘기다.
이름이 깽깽이풀이라 그 유래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확한 어원을 아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뿌리가 써서 개가 먹고 깽깽거려서라는 얘기도 있고 씨를 개미들이 물어 나르다가 떨어뜨리는데 그 너비가 사람들이 깽깽이 뛰는 정도이기 때문이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자생지에 가보면 깽깽이 정도의 너비마다 꽃들이 무더기 무더기 피어 있다.
전에도 얘기했듯, 봄이면 꼭 봐야 할 세 가지 풀이 있다. 모데미풀, 한계령풀, 그리고 바로 이 깽깽이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