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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학 Sep 29. 2024

야생화 이야기

34 연령초

한 번씩 볼 때마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꽃이 있다. 연령초(延齡草), 즉 수명을 늘여주는 풀꽃이다. 장수를 위해서라도 집에 들여놓고 싶겠지만 고산 반응달을 좋아하기에 데려와봐야 살아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연령초의 연령만 줄여주는 꼴이다. 워낙에 높은 곳을 좋아하는 탓에 만나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강원도 고산과 울릉도, 지리산, 소백산 등에 가야 만날 수 있는데, 그마저 쉽지 않아 희귀종 및 멸종 위기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연령초(촬영 성언창): 40cm 정도로 봄꽃치고는 굉장히 크다. 우아한 귀부인의 모슴

5월에 피는 꽃치고는 덩치가 크다. 그래서 왕삿갓나물, 큰꽃삿갓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속명에 “Trillium”이 들어있는데, 이는 “3의 배수”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꽃  전체가 3, 또는 3의 배수로 되어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겠다. 잎도 3개, 꽃도 3개, 꽃받침도 3개다. 암술은 1개이지만 3갈래로 갈라지고 암술을 둘러싼 수술은 6개다. 말 그대로 3박자를 모두 갖춘 꽃이다. 

연령초(촬영 성언창): 잎도 꽃도 꽃받침, 암술머리 모두 3개씩이다. 수술은 그 배수인 6개. . .

울릉도에 가면 큰연령초가 있다지만 외관상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일본에 있다는 검은 꽃의 연령초를 보고 싶기는 하다. 세상에 검은 꽃이라니. 5월초 내가 제일 보고 싶은 꽃이 3개다. 나도옥잠화, 기생꽃, 연령초. 벌써, 본 지도 몇 해가 되었는데,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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