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옥잠화, 나도옥잠화, 옥잠난초, 물옥잠, 부레옥잠
나도옥잠화가 생각나서 보니 옥잠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꽃이 5종이다. 옥잠화, 그리고 잎이 옥잠화 닮았다는 꽃들.
옥잠(玉簪)은 옥으로 만든 비녀라는 뜻이다. 8월 한여름 도심 정원 등에서 크고 시원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이 옥잠화인 것도 꽃이 옥잠을 닮았기 때문이다. 전설에서도 저 하늘의 선녀가 옥비녀를 떨어뜨려 깨진 자리에서 피어났다고 하니 그만큼 우아하고 신비롭게 생긴 꽃인 것만은 틀림없다.
나도 옥잠화 못지않게 우아하고 신비롭다고 주장하는 꽃도 있다. 그래서 이름도 나도옥잠화다. 다만 이 꽃은 1000미터 이상 높은 산에 올라야 볼 수 있으니 신비롭기는 옥잠화를 능가하겠다. 꽃이 아니라 잎이 옥잠화를 닮았다지만 내가 보기엔 꽃도 옥잠화 못지 않게 우아하다. 5월에 되면 제일 만나고 싶은 꽃 중의 하나다.
나도옥잠화를 닮은 난초도 있다. 옥잠난초. 나도옥잠화만큼 높은 곳에 살지는 않지만 서식지가 많지는 않다. 큰꽃옥잠난초, 한라옥잠난초 등 가족을 비롯해 나나벌이난초, 나리난초같이 나리난초속의 꽃들이 비슷비슷해 구분이 쉽지는 않다. 꽃은 6월에 핀다.
옥잠이 들어간 나머지 두 꽃은 수생식물이다. 물옥잠과 부레옥잠. 물옥잠은 논이나 연못에서 연보라색 꽃을 피운다. 다만 농약에 약해 자연농법이 아니면 논에서 보기는 어렵다. 물옥잠과 헷갈리는 꽃이 물달개비다. 둘 다 8월에 꽃을 피우고 꽃 모양도 같지만, 물옥잠은 꽃자루 끝에서 꽃을 피우고, 물달개비는 잎 겨드랑이에서 꽃을 피운다. 그러니까 잎 위에 꽃이 피면 물옥잠, 잎 아래쪽이면 물달개비 정도로 기억하면 된다.
부레옥잠은 꽃이 하루에 피고 지어 일일화라 불리기도 한다. 꽃 안에 촛불 같은 무늬가 있어 특히 매혹적이다. 열대, 아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 풀이고 번식력도 엄청나지만, 우리나라는 다행히 겨울이 있어 야외에서는 한해살이로 끝이 난다. 덕분에 유해한 성질보다는 수질정화 같은 이로운 성질이 더욱 빛이 난다. 잎자루 가운데가 부레처럼 부풀며 물에 뜨기에 이름이 부레옥잠이다. 꽃은 물옥잠과 비슷한 시기에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