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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기 Dec 05. 2024


나는 용이 아니었고.

누구나 개천에 산다. (29번째 일일)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잘것 없는 인생이지만

그런 내 인생을 이 정도로 끌고 왔으면 잘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항상 나의 그런 생각의 끝에는

'시작은 미미했지만'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가진 것 없이 시작했지만.

집 안에 비빌 언덕 없이 이만큼 왔지만.

고로 나는 나 스스로를 개천에 용쯤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실정은 나는 용이 아니었고

누구나 개천에 산다는 것이었다.

다들 비슷한 처지에 스스로 이뤄낸 삶을 살고 있고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 나름의 노력과 공이 있었다.

나 혼자만 애쓰며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인생이니 당연히 가장 노력해야 하는 것은 내가 맞다.

부모 형제의 도움을 받아 조금 수월하게 시작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바닥도 지붕도 없는 곳에서 시작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나는 나를 너무 가여히 여기며 사는 것 같다.

그저 평범함에 지나지 않다.

잘해왔다고 다독일 필요는 있지만

과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 인생에 내가 책임을 다하는 것.

그뿐이다.

스스로를 향한 과한 토닥임은

자기 연민에 불과하다.

자기 연민은 결국 자멸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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