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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기 Dec 06. 2024

알쓰로 사는 것이 조금 불편할 때가 있다.

알쓰 : 알콜 쓰레기. (29번째 이일)

알쓰에게 술이란.

그저 쓰고, 나를 아프게 하고

요즘 들어 더욱이 가성비가 떨어지는 음식이 되었다.

체질적으로 몸에서 술을 거부하는 탓에

억지로라도 한두 잔 마신날에는

온몸의 근육통과 두통으로 밤새 몸부림친다.

다행히도 요즘 같은 사회는

나 같이 술을 못 먹는 사람들에게도

딱히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 되었음에도

나는 알쓰로 사는 것이 조금 불편할 때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편하기보다는 술이 필요한 날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취중진담이라고

약간의 취기를 빌려 용기를 내본다던지.

마음의 정리가 필요한 순간 조용히 혼술을 한다던지.

오랜만에 지인들과 술자리를 할 때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은 채로 술값을 1/n 해야 한다던지.

술자리가 무턱대고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나는 술을 먹지 않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을 때.

등등.

술을 먹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한 일이다.

미성년자 딱지를 떼고

호기롭게 술집에 드나들 무렵

나라고 술과 싸워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먹다 보면 는다는 사람들의 권유에

한잔 두 잔 시도하다가

며칠을 몸져누운 적도 많다.

그 뒤로는 굳이 시도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은 다들 술 대신 이온음료를 권했고

나 또한 그렇게 적응해 왔다.

물론 앞으로도 이렇게 살기는 하겠지만

또 장점보단 단점이 많다고 토닥이며 스스로를 위로하겠지만

어쨌든 조금 아쉽기는 하다.

기분 좋게 술에 취한 눈으로 반짝이는 것들을 볼 일이 없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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