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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am May 01. 2024

엄마는 꿈이 뭐야?


하루는 9살 아들이 나에게 묻는다.
"엄마는 꿈이 뭐야?"

속으로 뭐라고 대답하지? 말문이 막혔다. 내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잘해주는 엄마이기에 어 떤 대답이라도 해줘야 했다. 그렇다고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아무거나 말해주긴 싫었다. "엄마 꿈이 궁금해? 엄마는 너희가 잘 자라는 거지, 너는 꿈이 뭔데?" 라며 아이에게 돌렸다. 그러고 몇 날 며칠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정말 내 꿈이 뭘까? 하고 싶었던 게 뭘까? 내가 뭘 잘하지? 질문에 질문에 꼬리를 물다가 나다움은 뭘까? 나를 알아가는 방법은 뭘까? 무엇을 하면서 나이를 먹을까? 이런 고민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2년 동안의 허우적거렸던 나의 동굴생활을 청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참 좋다.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라면 저렇게 예쁘고 유쾌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실제로 물어보기도 했다. 말 한마디의 힘과 영향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힘을 주지만 때론 가슴에 비수를 꽂을 수도 있다. 김창옥 강사님의 강연에서도 "모국어가 예쁜 사람을 만나야 해요"라고 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내 모국어는 그렇지 못했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예쁜 모국어를 물려주고 싶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먼저 글을 잘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맞다! 나 글 쓰는 거 좋아했었지? 화가 나면 글로 풀었던 사람이었는데,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더욱더 글쓰기에 관심이 생겼고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가슴이 뛰었다. 얼마 만에 이런 설렘을 느껴보는 건지 동맥과 정맥이 거꾸로 흐르는 듯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면서 나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먼저 내가 좋아하거나 행복감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향이었다. 향수 모으기가 취미이며, 코가 예민해서인지 좋은 향을 맡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이 기분 좋음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마냥 좋다. 또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할 때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랑 말장난하며 놀면 그렇게 기분이 좋고 즐겁다. 배가 아프고 광대가 아플 지경까지 웃고 나면 엔도르핀이 퐁퐁 샘솟는다.  



요즘 최고 애정하는 향은 그레이프 프룻향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잘 준비를 마치면서 잠옷에 뿌려주면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자몽 오일의 달콤함과 상쾌한 향으로 긍정적인 에너지와 행복한 감성을 불러일으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이며 기분전환에 효과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라고 설명서에 쓰여있다. 문득 이런 향기가 나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면 글에서 향기가 날까? 어떻게 하면 글에서 나만의 색깔이 묻어나게 쓸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면서 유쾌한 기억들이 떠오르면 좋겠다.  


나만의 색깔을 가진 글을 쓰고 싶기에 내가 가진 것에 집중을 했다. 이왕이면 내 모국어를 활용하자 싶었다. 다정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곱씹어 생각하면 따뜻함이 스며있다. 아름답지 않은 부분은 내가 글을 쓰면서, 스피치 훈련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실천하면서, 잘 다듬어 읽기 편한 글로 따스함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미루어 짐작해 본다.


대학교 3학년 때, 세라믹도자기를 전공하던 내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려고 이탈리아로 유학준비를 하던 때이다. 마침 유럽에서 초빙되어 우리 과 전공 교수님으로 오신 박교수 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박교수 님은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유학을 하셨고 오랜 교수생활을 하셨다. 상담시간 내내 나눴던 대화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씀이 생각난다. 교수님 동기 중에 첼로를 전공한 친구가 미대로 전과를 했는데 그 동기의 조각작품에서는 첼로소리가 난다고 하셨다. 교수님의 말씀은 내 졸업작품에 많은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울림이 있었다.


글을 쓸수록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자식자랑을 하는 엄마가 아닌 내 아이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 해맑은 눈으로 우리 엄마 작가야! 상상만 해도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힘이 들어간다. 아들이 또 엄마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향기 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게 엄마 꿈이야"라고 자신 있게 대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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