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에게

by 셀프소생러


여러분은 쇼핑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그다지 즐기지는 않았습니다.

쉬는 날 친구들과 만나는 목적으로 쇼핑을 다니긴 했지만 물건을 사는 것보다 함께 이야기하고 같은 걸 공유하면서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제가 유난히 물건을 많이 사 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예쁜 옷, 예쁜 물건들을 자꾸 사 모았던 것입니다.

'그래, 내가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라며 마음에 드는 물건은 쉽게 쉽게 샀다가 주변에 나눠주고는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즐거움보다는 제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런 저의 습관이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풀지도, 피하지도 못하는 스트레스가 또 생긴 것이지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니 새로운 것들을 사면서 얻는 즐거움으로 대신 해 잊으려고 했었던 것입니다.

책이며 옷이며 쉽게 쉽게 사모은 아이 물건은 점점 많아졌고, 집은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쌓아둘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아지니 또 예전처럼 정리를 했습니다.

버리고 나누고 했던 것이지요.


쌓고 쌓아서 불편해지는 건 비단 물건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리학에는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더라도 에너지 전체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도 에너지입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은 다를지언정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머리에 잔뜩 쌓아두면 그런 생각에 쓰는 에너지만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같습니다.

신체적 에너지도 줄어들겠지만 쌓아둔 생각만큼 다른 생각에 쓸 정신 에너지도 줄어듭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렇게 쌓인 생각들이 감정을 만들어 마음도 계속 복잡한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러니 생각도 감정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 빈자리가 있어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생각이 떠올라야 다시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내려놓기 힘든 생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학창 시절부터 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하기 전까지 저를 힘들게 했던 생각 중 하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학생때는 열심히 한 공부의 성적이 안 좋으면 느끼는 그 불편한 기분이 싫어서, 또 직장에서는 열심히 했는데도 들어야 하는 지적이 싫어서 '더 완벽하게 하자'고 생각했었습니다.


육아도 이렇게 했으니 충돌이 생기고 저는 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울증이 깊어진 큰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완벽하려고 하니 자꾸 문제점과 고칠 부분에 집중하게 되고 그럴수록 긴장과 불편함은 커져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니 그게 또 못마땅해 자꾸만 그런 나를 채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생각이 감정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감정만 남습니다.


이미 제 안에 꽉 찬 저런 감정들을 내려놓지 않으면 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있으면서 계속 내 발목을 잡아 나를 과거의 시간 안에 맴돌게 합니다.

그때의 잘못, 그때의 실수에 묶여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그런 나에 대한 자책과 미움뿐입니다.


여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하려고 내가 마음먹는 그 자체가 의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내가 했던 잘못, 실수, 부족함에 대한 분노와 자책, 실망과 후회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걸 통해 배우고 깨달은 지금의 앎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했던 잘못, 실수와 다르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집 안에 물건이 쌓이면 정리를 해야 하듯 생각을 내려놓는 행위는 결국 우리의 내면을 비우는 일입니다.


지나간 과거의 경험은 '예전에 그랬었다'라며 과거 안에 두어야 합니다.

그걸 지금 현재로 확대해서 '내가 그렇다'라고 생각한들 나에게 좋을 것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때의 감정도 '그때 그랬다'라며 그 경험에 한정해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의 현재가 과거의 반복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걸 통해 알고 깨닫게 된 것을 실행함으로써 지금 내 삶의 방향이 다르게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내 에너지들을 아끼고 모아 지금을 살아가는 힘으로 쓰는 것이지요.



그것이 내가 자책과 비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며,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시작이 됩니다.


그렇게 해봐야겠다는 다짐,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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