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부모 사이에도 궁합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와 제 아이는 궁합이 잘 맞는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는 아주 아기 때부터 유난히 아빠를 좋아했습니다.
아빠가 뭘 특별히 잘해준 건 아니고 퇴근해서 얼굴만 보여줘도 아빠만 보면 방긋 웃었습니다.
그땐 그게 참 신기했어요.
하루 종일 옆에 있는 저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커갈수록 저는 아이의 행동에 불만이 생겼습니다.
아이는 엉뚱하거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좋아하는데, 저는 그게 싫었거든요.
예를 들면 학교 갈 때 두르고 간 목도리를 하교할 때 머리에 감고 나오는 식입니다.
목에 걸면 따뜻하고 예쁜 목도리를 왜 이마에 두르고 나오냐고요.
제 마음은 이런데 아이는 뭐 어떠냐며 재밌다는 식입니다.
여자 아이다 보니 좀 단정했으면 좋겠는데 옷도 대충 걸치고 나오고 점심에 먹은 음식은 여기저기 묻혀 나오는 날이 많고, 집에 가져갈 물건은 가방에 넣어왔으면 좋겠는데 굳이 손에 들고나오다 떨어뜨리고요.
아이 나름 이유는 있습니다.
옷은 안 추우니 괜찮고, 점심은 먹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일부러 그런 거 아니고, 물건은 엄마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들고나왔고요. ㅎㅎ
아이를 그 존재로 보려고 노력하기 전까지는, 아이가 저의 무의식에 있는 상처를 드러내 준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잔소리를 많이 했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설명이었지만 감정은 섞여 있었고, 아이 입장에선 설명이 너무 길어서 이건 잔소리라고 합니다.
제가 제 마음을 살피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상대의 말을 그냥 인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 너는 그래라. 나는 아니다'식의 마음이라는 게 아닙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아직 모른다고 생각해서 알려줘야 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네가 잔소리라면 잔소리지'라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맞게 더 짧게 핵심만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굳이 상대를 바꾸려는 것도, 애써 나를 이해시키려고 에너지를 쓸 필요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말도 더 줄였고, 감정도 더 뺐으나 아이는 여전히 잔소리쟁이 엄마고 칭찬보다는 야단을 많이 칠 때가 있다고 하니까요.
뭐 이것도 아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요.
때로는 이런 말들이 아이에게 받는 성적표, 평가표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보다 언제나 변해야 할 사람은 저라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이와의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아이와 나의 궁합이 안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옹알이도 하기 전부터 엄마보다 아빠와 가까운,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안 맞는 궁합도 맞춰갈 수 있는 마법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저를 바꾸어나갈 생각입니다.
더 크게, 더 넓게요.
지치고 힘이 들 땐 쉬어야 하는 것처럼 내가 나아갈 힘이 있을 때는 더 나아가야 하지요.
그래야 더 나은 인생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또 힘을 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