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돈 잔치는 이제 끝났다.
전에 없던 현금 잔치가 끝났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으며 너나 할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나라에서 돈을 풀었다.
은행에서도 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늘리고
기본소득이랍시고 잘 벌든 못 벌든 돈을 쥐어주며 소비를 권장했다.
그렇게 2-3년이 흘렀고 위드코로나의 시대가 오고 있다.
하루가 무섭게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런 기조에 맞춰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결과 내년도 정부 예산은
총 639조 원으로 올해인 607조 7000억 원 대비 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 기간(2018~2022년) 매년 총지출을 10.81%(추경 포함)씩 늘려온 것과 비교하면
지출 증가율이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참고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9ZZIZ0JT
근 10년간 대한민국의 투자 업계는
내실이 탄탄한 기업이 아닌 "성장성이 보이거나 기대되는 기업"이라는 명분 하에
무한한 적자가 나도 회원만 많이 모을 수 있으면, 시장만 확장할 수 있으면, 상장만 할 수 있으면!
몇 천억이든 투자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마치 사막에서의 오아시스를 보는 듯한
신기루 같은 투자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 돈을 가진 부자들도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꺼려하고 있다.
무신사 같이 투자금 없이도 내실을 다지며 꾸준한 성장은 물론 새로운 시도들을 해내며
스스로 시장의 강자깡패가 되어 가는 회사들을 보며 가능성을 본 게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 한 때 우리나라는 한창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야 할 수많은 젊은 노동 인구가
말도 안 되는 신기루 같은 허상을 좇아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에 코인에 그야말로 대출까지 풀로 영끌을 하며 한 방을 꿈꾸는 삶을 살았다. 중소기업, 스타트업 대표들이라고 달랐을까? 그렇지 않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3,000 선까지 돌파하던 코스피도 이제는 2,400 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IPO 후 상장만 바라보던 유망 기업들도 주저앉아 다시 때를 기다리거나 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회사의 자금 상황이 그때가 올 때까지 견뎌주기에는 금리는 오를 대로 올라버렸고, 국가 예산도 환경 분야나 맞춤형 복지 외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업계에서는 신흥 강자로 보였던 '오늘회'가
C레벨 물갈이를 한다는 기사가 난 지 하루 만에 전 직원 권고사직과 더불어 서비스 중단이라는
충격적인 기사가 새롭게 뜨며 큰 파장이 일었다.
100억이 훌쩍 넘는 투자금을 받고도 서비스를 영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 외에도 바람 앞에 등불인 것으로 예견되는 몇몇 스타트업들이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이렇다 할 큰 성장을 하지 못 했거나, 시장에 경쟁자가 너무 많아졌거나, 새로운 BM을 발굴하지 못해 원하는 만큼의 투자를 얻어내지 못한 곳들이 그렇다.
나와 비슷한 마케터 관점에서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더 이상 '간지' 부리며 '있어 보이는' 마케팅에 힘 빼며 대세감을 얻기 위한 리소스를 붓자는 주장은 하지 않길 바란다.
이제는 마케팅도 '매출'을 위한 그로스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거나,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목매는 순간 정신 차렸을 땐 이미 낭떠러지 앞이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있어 보이는 카피라이팅, 있어 보이는 비주얼 디렉팅.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돈 처바르는 캠페인.
돈은 못 벌어와도 노출과 인지도 상승엔 도움이 됐으니까 괜찮아, 스스로 위안하는 자기기만.
마케팅팀은 원래 돈 쓰는 부서니까. 돈 잘 쓰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라는 위선.
우리가 대학교에서 배웠던 광고와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이야기하겠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이런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은 요즘의 시대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건 나 자신뿐이다.
우리는 잘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우리가 원했던 신기루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