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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삐삐 Jul 02. 2024

멱살 잡으러 왔어요~


“멱살 잡으러 왔어요~”

반가운 목소리가 내 귀를 울린다. 멱살잡이 아저씨다.

아저씨는 병원에 올 때마다 내 얼굴을 보며 멱살 잡으러 왔다고 인사하신다.

실제로 치료사 멱살을 잡냐고요?

아니요!

아저씨가 충격파 치료를 받던 어느 날,

충격파가 아저씨의 아픈 부위를 정확히 강타하자 고통스러웠던 아저씨는 외쳤다.

“아우, 너무 아파!! 아주 그냥 멱살 잡고 싶어!!”

그 이후부터 아저씨는 말로만 하는 멱살잡이를 시작했다.

처음에 나는 아저씨의 ‘멱살잡이’ 인사에 당황했지만, 유쾌한 아저씨의 성격에 나도 멱살잡이를 점점 즐기게 됐다.

아저씨는 충격파 치료를 받을 때마다 아프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신다.

병원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신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저씨는 충격파 치료 효과를 제대로 보신 모양이다.

충격파 치료를 받고 나와서는 어깨를 위아래로 휙휙 돌리며 말하신다.

“수고했어~ 어휴 난 이거 받으면 이제는 개운하더라. 근데 받을 때 너무 아퍼~”

“에구, 그쵸! 치료받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우리 병원에서 충격파 치료는 치료사끼리 돌아가면서 한다.

멱살잡이 아저씨가 나한테만 충격파를 받고 싶다고 하셔서 병원에서는 나를 아저씨의 충격파 담당으로 지정했다.


나에게는 럭키였다!


나는 스스로 충격파 치료를 잘한다고 생각했고, 또 충격파 치료하는 걸 좋아했다.

충격파 치료 시간은 보통 10분이 걸린다.

멱살잡이 아저씨는 치료를 더 많이 받고 싶다 하시며 치료를 추가해서 50분 동안 받으셨다.

나에게는 또 럭키였다. 치료 인센티브도 3배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오다니!

“선생님이 아픈 데를 정확히 잘 찾아. 그래서 내가 선생님한테만 해달라 했어~”

“그래요? 아픈 데만 골라서 한다고 저 구박하시잖아요!”

“장난이지~ 받을 때는 아파도 받고 나면 확실히 나아져~ 그래도 살살해줘.”

“싫어요! 아프게 할 거예요!”

나는 아저씨를 치료하는 동안에는 다른 치료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멱살잡이 아저씨는 내 마음속 작은 쉼터였다.

그래서 나는 아저씨의 “멱살 잡으러 왔어요~”가 들리면 속으로 ‘아싸’하며 반가워했다.

겉으로는 좋은 티를 내면 안 된다.

내가 없는 동안에 다른 선생님들이 매뉴얼 치료를 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

멱살잡이 아저씨가 치료 중에 일부러 장난스럽게 더 오버하며 아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돌려 킥킥 웃었다.

“아주 이제 웃어~? 아파죽겠다니까~!! 아악~”

“일부러 더 그러시는 거 같은데~? 멀쩡한 데는 충격파 쳐도 안 아파요. 여기는 어떠세요?

나는 충격파 기계를 아저씨의 통증 부위에서 멀쩡한 부위로 옮겼다.

“거기는 하나도 안 아프네? 아까 하던 데가 아파.”

“맞죠? 염증 있거나 석회 있는 부위가 아프실 거예요~”

나는 다시 아저씨의 통증 부위로 기계를 옮겼다.

“어어…. 거기 아프다! 아아 아악!! 나 죽네! 누가 저 좀 살려주세요!”

“쉿 쉿, 다른 환자분들 도망가신단 말이에요! 거의 다 끝났어요! 5초만 참으세요!”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치료가 끝났다.


나는 잠깐이지만 병원에서의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멱살잡이 아저씨, 저의 작은 쉼터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병원에서 살아남기’를 마치며…

글쓰기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을 깨달았습니다.

매번 힘들었다고만 생각했던 시간이 저를 한 발짝 더 성장시켰다는 걸 알게 되었고, 6주 동안 글쓰기로 저는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았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읽어준다는 것이 참 설레고 기뻤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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