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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 파스타

체중 조절이 필요하십니까?

by Eaglecs

2024. 04.13 (토)


들어가는 글.


그간 예전에 써 놓았던 글을 재 정비하여 이곳에 올렸었다. 물론 말이 재정비지 거의 60% 이상이 추가로 작성된 부분이긴 했다. 아무튼 그래도 과거에 써 놨던 내용이 각 글들의 원천임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가끔이라도 새로운 글을 새로운 마음으로 써 보고 싶었다.

내가 자기 소개에서 밝혔듯이 난 다양한 주제로 수필을 쓰고 싶어했다. 그래서 통일성이 없는 맥락으로 나의 Brunch story가 구성될 위험이 크지만 일단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계획했던 대로 나는 내가 마음이 동하는 주제로 자유롭게 글을 써서 그것을 공유하고 싶다.


오늘 아침에 아내를 서울 강남에 있는 안과에 데려다 주었다. 거기서 진료가 끝나기를 2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다시 집으로 데려 왔다. 서울은 비교적 운전에 능숙한 나도 운전이 어렵다. 그래서 아내는 서울 나들이가 있을 때 마다 내게 부탁을 했고 난 매번 기사 역할을 했다. 오늘이 금년에 2번째 기사 역할을 하는 날이었다. 성공적인 기사 업무를 마감하고 돌아오는 길에 점심에 대하여 논의하다가 파스타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해서 먹었다. 물론 내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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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요리를 마쳤고 잘 먹었다. 그리고 바로 조금 전에 준비해서 먹은 그 파스타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관련된 내용을 남기고 싶었다. 이젠 나이를 먹어서 하나 하나의 기억이 소중해져서 일까?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휴대폰 사진을 그렇게 찍어 대는 것이 뭔가 계속 자기 뒤에 남기고 싶어서는 아닐까? 그 순간이 소중하니까 말이다. 오늘 파스타를 하는 동안 참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오늘 이라는 한 순간에 벌어진 일들을 나는 사진이 아니라 글로는 남기고 싶었다.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게도 그러한데 내 글을 읽어 주시지만 나의 통밀 파스타 맛은 전혀 겪어 보지 못한 독자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주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찾으면 있을 수도 있다. 힌트를 드리겠다. 건강에 대한 다른 각도의 시선을 갖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식습관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련된 서적도 뒤에 사진으로 남겨둔다. 기회가 되면 읽어 보시라. 여기까지 왔는데 차마 빈손으로 여러분들을 돌려 보내드릴 수는 없지 않는가?



본문


주말인 오늘 점심 메뉴는 통밀파스타였다. 100% 통밀 파스타면, 브로콜리 그리고 시금치가 주재료였다. 벌써 맛이 그려지는가? 입에 군침이 돌기는 불가능한 메뉴라고 나도 생각한다. 보통 오일 파스타를 하면 올리브유를 많이 넣는다. 페페론치노도 들어가고 간혹 마늘을 빻아서 먼저 올리브 기름에 살짝 구어서 마늘향을 만들어서 추가하기도 한다. 사용되는 향신료는 내 경우엔 약간의 페페론치노와 후추 그리고 치킨 스톡 정도이다. 나만의 레시피 그리고 조리 방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통밀 파스타 면을 삶는다. 일반 면보다 수분흡수력이 떨어져서 최소한 10분은 삶을 것을 권고한다. 물을 끓이면서 동시에 파스타에 같이 곁들일 부재료를 손질한다. 가능한 선에서 채식을 하자는 주의라서 오늘은 브로콜리와 시금치를 준비했다. 시금치는 물에 헹궈서 채반에 보관하고 브로콜리는 한 입에 먹기 좋을 크기로 썰어서 아무 그릇에나 보관해 둔다.


물이 끓으면 통밀 파스타 면을 넣고 삶는다. 그 사이에 야채 손질을 끝내고 프라이 팬에 올리브유를 1T 두른 후에 약불에 익힌다. 면이 삶아지는데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가능하면 기름을 넣지 않고 조리하기 위해서는 야채속의 수분이 천천히 빠질 수 있도록 약 5분 정도 약불에 야채를 볶는다. 야채는 충분히 익으면 그 영양분이 50%는 날아간다고 한다.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푹 익히지는 않는 편이다. 이렇게 야채를 약불에 방치하면 야채 자체의 수분이 나오면서 야채가 타버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그 수분이 있기 때문에 기름(올리브유)을 매우 적은 량만 넣어도 조리가 가능하다.


오늘은 아내가 같이 먹기로 했기 때문에 2인분을 하느라 올리브유를 어쩔 수 없이 1T를 넣었다. 평소엔 아예 넣지 않거나 많아도 0.5T 정도만 넣는다. 어차피 야채에서 기름이 소량이지만 나오고, 역시 야채에서 흘러나오는 수분이 있기 때문에 야채를 태우지 않고 조리할 수 있다. 약 60~70% 정도 야채가 익은 후에 약간의 조미료를 넣는다. 일단 페페론치노 3개. 나 혼자 먹을 때 넣는 양인데 오늘은 2인분 임에도 불구하고 3개를 넣었다. 아내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킨 스톡 0.7T를 넣었다. 2인분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좀 더 넣었다. 거기에 통후추를 갈아서 1t 정도 넣었다. 이렇게 준비가 되면 그 사이에 면이 다 익는다.

준비된 채소에 다 익힌 통밀 파스타의 물기를 빼서 넣는다. 나는 파스타 면을 삶을 때 소금을 넣지 않기 때문에 파스타 면 삶은 물을 파스타에 넣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야채에서 나온 물이 파스타의 수분기를 최소한으로 유지시켜 줄 수 있다.


통밀면을 야채에 넣고 프라이팬을 흔들어서 잘 섞어 준다. TV에서 자주 나오는 쉐프가 하는 그 ‘웍질’을 생각하면 된다. 나도 잘 한다. 아니 잘 하게 되었다. 뭐든 자주하고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웍질을 하면서 약 30초에서 1분 가량 추가로 익히면서 동시에 양념이 통밀 파스타 면에 베이도록 한다. 이제 끝났다.

아내는 면 종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브로콜리 80%, 통밀 파스타면 20% 비율로 파스타 접시에 담는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접시는 다이소에서 3천 원 주고 산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내 접시에 담는다. 물론 내 접시도 3천원짜리이다. 아내의 접시를 식탁에 올려놓고, ‘자연의 맛’이 풍부한 파스타가 준비되었으니 즐기라고 한마디 한다. 난 내 몫의 파스타 면이 담긴 접시를 들고 거실 테이블로 이동한다. 거기엔 이미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 와인과 함께 ‘자연의 맛'을 품고 있는 브로콜리와 시금치를 곁들인 통밀 파스타를 먹는다. 역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내가 준비한 와인은 코스트코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Box 형태의 와인이다. 집에서 맥주 마시듯이 마시기엔 내 형편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총 걸린 시간은 40분 정도이다. 시금치 세척 등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과 조리하는 시간을 모두 합쳐도 아무리 길어도 40분 이상 걸리기는 어렵다. 통상 30분 안쪽으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의 식사이다.


예전에는 간이 센 파스타를 많이 먹었었다. 건강에 대하여 덜 염려할 때이기 때문에 야채 파스타는 거의 먹은 적이 없고 온갖 종류의 육류를 활용한 파스타를 즐겼다. 베이컨, 새우, 조개, 소고기, 닭고기, 등 고기를 자주 사용했고 올리브 유 그리고 치즈까지 듬뿍 넣어서 기름진 파스타를 먹곤 했었다. 이게 건강을 상하게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연한 기회에 가급적 기름을 적게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인식을 하게 되어 올리브유의 사용을 극단적으로 줄였고, 육류 또한 소화에 부담이 되고 기타 권장하기 곤란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절제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대충 작년 이맘때 쯤부터는 파스타를 먹는 빈도수가 현격히 줄었고 먹더라도 이런식으로 거의 비건식으로 준비하여 먹곤 해왔다.

굳이 파스타 조리법의 변화와 나의 상황을 비교하기 위하여 하는 말은 아닌데 우연인지 모르지만 내 삶도 은퇴 이후 매우 담백해졌고, 은퇴가 결정되기 거의 1년전, 즉 비건식으로 가능한 식재료를 제한하면서 더욱 더 내 삶이 담백해진 것 같다. 담백하다는 것은 어떤 요소가 몇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색으로 따시면 단색 정도겠다. 반면 화려한 맛의 경우 매우 다양한 재료를 통하여 폭 넓은 스펙트럼의 맛을 만들어 낸다. 단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함을 갖는 무지개가 적절한 표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월이 가고 그에 따라서 새로운 삶의 챕터를 넘기려고 준비를 하면서 나의 식생활도 동시에 담백해지고 기름기가 빠지고 화려함을 억제하게 된 것은 참으로 희안한 우연인 것으로 생각된다. 마치 은퇴후의 내 삶이 담백해야 하니 일단 식생활부터 담백해야 한다는 것을 내가 미리 몸과 마음으로부터 스스로 느끼고 선제적 적응을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아무튼 이러한 담백한 식습관으로의 전환은 내게 많은 도움을 준다. 일단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배변 활동도 매우 효과적이다. 채식 위주의 식단 그리고 과식하지 않는 식단은 소화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에 언제나 몸이 가볍고 음식으로 인한 부담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물론 부득이하게 고기를 먹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경우는 여전히 피할 수가 없는데, 그때는 가급적 소량 섭취를 목표로 조절하곤 한다. 몸에서 나는 냄새도 줄었다. 담배를 피우면 그 역한 냄새가 몸에 베이듯이 고기 섭취량이 많으면 그로 인한 특유한 냄새가 난다. 고기를 많이 먹고 화장실에서 일을 봤을 때 맡았던 냄새를 생각해 보라. 좀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채식 위주로 식사 후에 일을 보면 냄새가 매우 순하다. 강한 산성 음식이 들어가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냄새는 강하거나 역할 수 밖에 없다. 그 반대로 알카리성 음식이 들어가면 그 출력물(배변, 등) 또한 별로 냄새가 나지 않게 된다. 완전 갓난 아기들의 똥이 냄새가 심하지 않은 이유이다. 향후 자라면서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면서 출력물(똥)의 냄새가 강해지고 역해지는 등 '냄새의 다양성'을 띠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가지 더. 이런 식생활의 간소화는 상당히 간소해진 나의 수입 규모를 고려할 때 꽤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원가 절감이 상당해졌다. 아직은 모르지만 만약 좀 더 건강을 유지할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의료비라는 은퇴 후 최악의 소비 유발 요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버는 것 이상의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내게 필요한 어떤 변화가 이번에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도 필요한 것이 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방안이 생길 것이다. 희망을 갖자.





나가는 글.


아래 책으로 대신한다. 일독을 권한다. 특히 체중 조절이 필요한 분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물론 읽는 다고 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부디 단 한 분이라도 성공 경험을 하기를 기원한다. 당연하지만 아래 책의 저자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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