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썼던 글 중에서 30편을 골라서 책으로 묶었습니다. 기존 글들을 다시 보면서 일부 손을 봤기 때문에 각각의 글들은 분량이 일부 증가했고, 좀 더 어울릴 것 같은 제목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계속 저장만 해 놨다가 오늘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발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브런치 북의 첫 장에 아래 '머리말'을 첨가했는데 참고로 첨부합니다. 글을 쓴 배경 그리고 간단한 책의 내용에 대한 설명입니다. 글의 품질로 승부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발간을 주저했었지만 그래도 분량 만큼은 모자라지 않게 준비하였습니다. 맛없는 맨 밥을 한 솥 먹는 것 보다는 맛난 밥 약간과 맛있는 찬이 곁들여진 식사가 더 훌륭하듯이 양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초심자인 저로써는 어쩔 수 없이 양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읽어 볼 때마다 너무 억지를 부리는 내용이 끝없이 발견되어 계속 보완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마 다 없애지는 못했을 겁니다. 물론 어차피 인간은 불완전하다라는 핑계로 저의 부족함을 감추려는 시도일 뿐입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젠 나이가 60이 되도 청년이라는 소리를 들을 지경이다. 의학의 발달 그리고 경제 수준의 향상으로 사람의 신체 나이는 이제 실제 나이에 0.7을 곱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 비록 얼굴의 주름은 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없애기 어렵겠지만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젊은 60대는 거리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 것 같다. 80~90년대만 해도 회갑을 맞이한 분의 경우 자녀는 4~5명 그리고 손자 손녀 8~9명의 대 가족의 어르신인 경우가 많았다. 자녀가 모두 결혼했다면 최소한 20명 이상의 대가족인 셈이다. 그러나 요즘의 60전후에게는 '어르신'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중년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자녀도 많아야 2명 내외이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자녀의 배우자와 손자 손녀를 모두 포함해도 10명이 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변화 때문에 이제 불과 50대 후반에 접어든 나같은 사람은 어쩌면 한 참 청년일지도 모른다. 내 나이에 0.7을 곱하면 39.2세가 된다. 아직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40에도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금년에 몇 가지 이유로 인하여 햇수로 30년간 재직한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은퇴자 흉내를 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여기에서 나의 경력이 완전히 끝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내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까지 주어진 약간의 시간 동안에 쓴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내 삶에 있어서 꽤 긴 시간인 30년의 직장 생활에 대한 정리이기도 하다. 정확히 30년을 몇 등분으로 나누어서 구분하지 않고 단순하게 사계절을 차용하여 봄 이야기, 여름 이야기, 가을 이야기 그리고 겨울 이야기라는 4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책을 구성하였다. 모두 나의 개인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였고 그 경험 중에서 타인에게도 공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뽑아내려고 노력했다.
봄 이야기는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한 초기에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이고, 여름 이야기는 직장 생활의 초중반, 가을 이야기는 중후반 그리고 마지막으로 겨울 이야기는 후반기와 퇴직 시점에서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로 구성하였다. 모든 글은 수필 형식이기 때문에 그냥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딱딱한 내용도 나오고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무거운 내용으로 보일 만한 내용도 있다고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거창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단순하게 30년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 경험한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 깨우친 일들에 대한 내용이다.
특별한 사람, 특별한 책, 특별한 회사 그리고 특별한 무엇 등과 같은 특별한 것은 드물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메스컴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대기업 이야기만 하고 해외 유수 기업에 대한 정보만 넘쳐흐르니 사람들은 보통 직장에 다니면 다 그런 곳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한 민국에 있는 전체 기업의 99.9%는 중소 기업이다. 중소 기업의 숫자는 약 7백만 곳이 넘는다. 종사자 기준으로는 90%이상이 중소 기업에 다닌다. 즉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직장인 중 9명은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업의 숫자로 보면 불과 0.1%에 불과한 거대 기업들만 메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업을 매우 친숙하게 생각하고 따라서 다들 그런 곳에서 일을 하겠거니 하는 편한 생각을 하곤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처럼 평범한 기업에 종사하고 계신 90%의 보통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짧은 시간에 구성된 글들이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빈약하고 논리적으로 앞뒤가 애매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름 몇 번이나 읽어 보면서 글을 다듬고 애매하고 어색한 문장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완벽하게 모든 것을 골라낼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60년대생 한 명이 겪은 30년간의 직장 생활 경험 그리고 그로부터 배운 것들이 조금이나마 나와 같은 입장에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