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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은소리 Jun 22. 2024

"돼지책"이 뭐라고!

처방전!


#근황 1

공황장애로 병원에 다닌 지 2년이 넘어선다.

올해 들어 의사 선생님의 자주 숙제를 내주시는데 번째로 '자신감회복'  우선 당장에 도전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라 하셨다.


지난 3월 몸담고 있는 학원에서 때마침 제주도 워크숍을 가게 되었는데 나는 그 힘들다는 한라산 백록담 등반성공을 했다.


워낙에 어떤 운동 잘못하고 자질도 없어 평소 숨만 쉬고 살고 있는 저질체력인 내가 숙제 잘해오는 학생처럼 20여 일 정도를 10층 계단 오르기를 미리  연습한 후 등반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장장 11시간의  등반에 성공~!

성취감으로 자신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된듯해 스스로 뿌듯했고  희열감도 맛보았다.

실은 40대에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십여 년이 흐른 뒤에야 이루었기에 나로선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학원 외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게만 느껴졌었는데 지난번 한라산등반으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뿜뿜 충전되고 있음을 느끼는 지금이다.


하지만 아직도 밤에는 복용하는  없이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직도 고장 난 마음이 멀쩡한 몸을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어떤 불안감?

또는 어떤 생각에 빠지게 되면  그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새 상상의 나래를 펴서 어느새 B급소설책 한 권을 탈고하는 불멸의 밤들을

보냈었다. 그러다 의사 선생님의 특급처방전이 내려졌는데  잠들기 전 복용하는 세 개의 알약으로 이젠 B급, 아니 A급소설도 얼씬 못하는, 백 프로 완벽하진 않지만 비로소 제대로 된  잠을 자게 되었다.




#근황 2

그동안 속된 상담으로 나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본 의사 선생님은 이번엔 딸과의

사이에 벌어진 ""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어색해진 관계의 틈은

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봉합될 테니

천히 먼저 다가가라는 주문!

정신의학과에서는 대학생까지도 포괄적으로  "사춘기"로 본다고 한다. 


다른 가족들과의 갈등이 깊으면 안 보고 살면 그만이지만 엄마에게 있어서 딸은 특별한 존재이므로

지금의 멀어진듯한 관계를 포기하지 말고

노력이란 걸 하라고 한다.


딸이 성장하며 느꼈을 사이좋지 못한 부모보며 생긴 상처와 외국에서 학업을 끝까지 못 마친 과정들이 복합적으로  마음 밑바닥에  원망과 화가 깔려 있을 거란 추측~

무엇을 해도 지금은 부모를 미워하는 단계가 있다고 했다.


조급해할 필요도 낙담할 필요도 없단다

서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예전처럼 죽고 못 사는 모녀관계로 반듯이  돌아갈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장담하는 의사!


천천히 딸에게 스며들도록

원래 모녀는 싸웠다가도 금방 화해하는 게 일상처럼 되어있는데 우리 모녀는 분명 풀지 못한 앙금이? 깔려있을 거란다.

피하지 말고 용감하게 그 문제를 해결하면

분명 평화로워질 거라는...


힘들겠지만  딸의 모든 행동들을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참아주고 감싸주어야 한단다.




음~ 내가 안 참았나?

는 나대로 찍소리 못하고 있는데...

그날의 상담은 왜 그런지 나한테 질타를 하는 듯 느껴져, 내 마음이 아직도 고쳐지 않은 고장 난 상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


하지만  정신과 가슴이 아파도 내가 낳아 기른 아이의 엄마이다.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도록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얽혀있는 실타래를 천천히 풀어내듯 조금씩 조금씩 풀어보려 한다.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은 왜 떠오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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